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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Nov 25. 2023

사치 좀 하는 여자

왜요? 댁은 돈 없어요?

오랜만에 홈플러스에 갔다.


 첫 째 보험사에 넣 돈이 한 달 10만 원. 태중일 때부터다. 15년을 넣었으니 1년에 120만 원 10년이면 1200만 원 더하기 5년이면 600이니까 1800만 원인데. (계산 뭐 이리 오래 하니?ㅎㅎ)

목요일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다 손가락을 다쳤단다. 부어서 왔다. 체육 선생님께서 부목도 대어 주고 인대가 늘어났을 거다 말씀도 주셨단다. 다음 날 가본 병원에서는 인대가 늘어도 났지만 금이 갔단다. 처음으로 돈 타게 생겼다.

학교 선생님 전화가 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심장이 덜컹한다. "어머님? 시후가 학교에서 다친 거라 보험이 어쩌고...". 어휴 다행이다. 공부 못 한 아이 성적표 얘기라도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아이가 선생님께 손가락 깁스 한 걸 사진 보냈더라. 선생님을 참 격 없이 대하는 요즘 아이들이다. 돈이 두 배로 나오겠구나. 왠열이랴.


학교도 땡땡이쳤겠다 데이트나 하려 마음먹는다. 그럼 일단 먹는 거부터. 장을 보러 애가 좋아하는 홈플로 출발한다. 이 장 저 장 보다 해물 코너를 힐끗 거린다. 홍합 한 대야가 3,900원. 와 싸다. 원래 홍합이 비싼 재료는 아니지만 한 끼 푸짐하게 먹고 따뜻한 국물도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맛있다. 요즘 만사 귀찮아져 음식도 하기 싫지만 이것도 쇼핑이라고 신이 난다. 누가 만들 건지는 계산에 없다. '홍합이야 손질이 귀찮.. 지 조리는 간단하니'하며 바구니에 넣는다. 조금만 살 생각에 장바구니만 든 팔, 상완이두근이 불끈 올라온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아이가 좋아하는 맥드라이브로 향한다. "뭐 먹을래?" 물어보니 "맛있는 거!" 하더니 햄버거를 골라서다. 이지선다(3개부터 선다라는 말이 성립된답니다. 양자택일)에 고른 답이니 존중한다. 치킨버거(버거는 치킨버거지!)와 치즈버거(대학 때 돈 때문에 천 원 하던 버거 하나만 사 먹던 기억이 남았다고 말하지만 갓 나온 치즈 버거는 진심 맛있다. 대신 갓 나와야!)를 세트로 사 먹고 집으로 온다.


금요일이라 아침부터 연재를 마무리하려는 계획은 나랑 참 안 맞는 첫째 때문에 어그러지고. 적어 놓은 글은 마음에 안 들어 새로(작가님의 기를 받아) 쓴다. 급히 쓴 글이라 자꾸 부끄럽다. 막 뭘 짜낸 듯 보인다. 놔라! 미련아. 마! 이게 내 필력이다. '잘'에게 연연하지 않는다. 모두들 인자하게 봐주시는 브런치다. 초보에게 관대하다. (예비, 초보로 이쁘게 봐주시는 작가님들. 책 내면 초보딱지 떼는걸로 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계속  귀엽게 봐주시는걸로다가..)


오랜만의 뜨끈한 국물, 식구들이 모두 다 즐긴다. 남편은 국을 주지만 아이들은 먹이지 않는데 오늘은 다들 포장마차 느낌이다. 연기 나는 홍합탕을 앞에 두고 각자 열심히 까먹고 퍼 먹는다. 조그만 둘째는 "오!~맛있다"며, 첫째는 불편한 손가락으로 잘도 먹는다. 푸짐하게 먹고 남은 8개의 홍합은 내일 아침 남편 국으로 남겨둔다. 먹고 나니 쓰레기는 나올지언정 그릇은 그리 많지 않다. 간단히 식(기)세(척)기 종업원에게 일을 시켜놓고 정리를 한다. 사모님인데 더러운 일은 내가 다 하는 기분이다. 한 봉지 나온 홍합 껍데기. '새 종량제에 넣으면 버릴때까지 냄새나는데..' 막 꺼낸 종량제를 쳐다본다. 아참, 마침 버리려 내어놓은 종량제가 있다. "참! 내가 어? 종량제에 어? 사치하는데 어? 홍합 껍데기 이까짓 거 들어가지!" "뭐? 사치?" "그래, 내가 어? 딴 데 사치는 못 해도 종량제 봉투 이까짓 거 사치한다. 누구처럼 꾹 꾹 누르다 터트리고 안 하지! 여유롭게~ 넉넉하게 묶으라는 선까지 넣고 것도 다 누르지도 않고 묶지! 나?! 사치하는 여자야!" "푸하하"


"이거 왜 이래! 나 돈 많아서 종량제로 사치하는 여자야!" 사치좋아하는 여자는 당겨 묶은 봉투를 치우며 다음 봉투는 사치를 완성하리라 다짐을 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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