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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Dec 05. 2023

누군가와 나누는 이야기


누군가와 충분한 교감을 하고 나면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그럴 때는 공중목욕탕에서 2시간 때를 벗기고 나온 것 같지요. 상쾌한 노곤함이 몰려옵니다. 기분은 날아갈 것같이 홀가분한데 요구르트나 먹고 한숨 자고만 싶어 져요. 오늘 기분이 딱 그러네요. 마음은 말랑해져 있는데 우울감 같은 무게가 몸을 의자에 잡아두어요. 그래서 제 방에 앉았습니다. 혼자 말랑한 우울을 즐기려고요. 큰방은 남편방, 맞은편 방은 큰딸방, 현관 앞은 작은딸 방, 부엌은 제방이니까.. 부엌의자에. 앉으니 보입니다.



바쁜 네 앞에 앉는다.

동그란 네 눈을 본다.

너는 속을 환하게 내보이지 않는다.

안을 쉽게 노출시키지 않지.

그럴 때는 놔둬야 되더라.

네가 집중할 수 있도록.


부산하게 무언가를 할 때는.

거리를 두어야 함을 알만큼 나는 너를 보았다.


네가 처리해야 할 무언가가 무엇인지 나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일을 마치면 보여줄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일을 또 해내는 너는.


약간의 밀당처럼 끝낼 듯 시간을 가지고 노는 너는


의류건조기.



너와 좋은 친구로 지냈지.

너를 깊이 알고 지낸 지는 13년이구나.

너를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한다.


오래되었다.

나라고 한눈 팔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너에게는 질리지 않는다.


몇 년 전 네가 아파 일을 하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너였다.

네게 신뢰를 보낸다.

나는 외사랑밖에 할 줄 모르는가 보다.


너는 나와 반대라

시간 약속에 정확하다.

매번 볼 때마다 신기하구나.

너는 가야 할 때도 안다.

나처럼 2차, 3차를 노래하지 않더라.

택시를 부르듯 휘파람 한 번이면

우리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이다.


그렇지만 너에게만은

뒤끝 없다.

내 호출에 언제든 곁을 주니까.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주니까.


나의 식기세척기




너는 부산한 걸 싫어한다.

그리고 어두운 걸 싫어하는 거라고 혼자 결론지었다.


네가 집중할 때는 자리를 조용히 비켜준다.

혹시나 어두울까 묻지도 않고

불도 켜준다.


성가실까 봐

감시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눈치를 보고 있다.


차갑게 대하는 듯 보이지만 너를 항상 신경 쓴다.

내 마음이 그렇다.

네가 날 찾을까 봐 멀리도 못 간다.

방해받는 건 싫으면서

혼자 또한 싫어하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건조할 만큼 재깍 얘기한다.

그럴 때는 섬세하게 너를 보살펴준다.


너는 한 번에 일을 끝낼 만큼

노련한 일꾼은 아니다.

꼭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목도 말라하고.


내가 가끔 너의 목소리를 놓치면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마친다.


그럴 때 네 속상한 얼굴은

나를 미안해지게 한다.



에브리봇 물걸레청소기




저는 이 집의 서희입니다.

가족들의 안주인이자 살림살이들의 주인입니다.


화가는 색을 봅니다.

작곡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주부는 살림을 합니다.


춥고 벌써 피곤한 화요일. 한 번 웃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오늘이 말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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