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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an 17. 2024

매일 펜화

제목은 이래놓고 실은 딴짓 자랑

정신을 빼앗기는 일이 있었다.



멀티태스킹은커녕 책을 보며 드라이를 할라치면 내 머리카락에선 물이 배관 누수처럼 흐르고 애꿎은 벽지만 말라가는 상태가 되는 사람이다 보니 더 그렇다. 부디 글벗 작가님의 책이 순조롭게 출간되기를. 지면을 빌어  빌어본다.


나는 왜 내 일도 아닌 글벗님의 책 출간에 진심인가? 잠시 숨을 고르고 보니 나는 살림도 뒷전이었고(언제는 앞전이었나 싶지만) 글도 저장해 놓은 게 없었으며 그림은 또 언제 그렸는지 붓이 바짝 말라있다.

그런데,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 없는 게

나는!

원래!

엉뚱하다!

아니 이게 아닌데

나는!

원래!

엉망이다!

아니 이것도 아니고.

나는 원래 즉흥적이다. 갑자기 '올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그 해는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카드를 준다. 전부 다 그리고 디자인하고 글씨 쓰고 붙이고 오리고 온갖 짓을 다 해서. 다행히,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이것들은 모두 아이들이 원해서라는 이유를 붙여하여 왔다. (라떼는 사실 어지르며 논다고 많이 혼난 것도 같고.. 기억이 흐릿..) 식탁에 아이들과 모여 앉아 열심히 그림을 그리다 보면 아이가 "엄마 이거 그려줘", "저거 그려줘"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엄마 바빠" 혹은 "잠시만" 또는 "그거 있잖아 그거 그려봐", "어 어 잘했네" 하며 대충 넘기며 나 하고 싶은 작업만 했다. (반성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보낼 사람은 없는데 카드만 넘쳐난다. 괜찮다. 걱정 마라. 그럴 땐 지인 찬스가 있다. "너 카드 필요하냐?" 하며 연락한다. 그러고는 판다. 직업 작가임을 강조하기 위해 장당 백 원에. 농담 아니다. 그냥 안 준다. 그럼 지인은 "어 그럴게 언니" 하며 1,700원을 준다. 21세기 현대인이다 보니 현금 박치기 말고 무료 송금을  이용하여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모든 일련의 과정에는 영혼이 담겨있다. 슈퍼에서(계산원으로 근무할 당시) 계산할 때도 안 썼고 길 찾을 때도 사용하지 않는 뇌며 윗몸일으키기 할 때도 안 쓰는 근육까지 사용하는 사람. 그리하여 만들어 놓은 결과물의 합리화를 위해 직업인임을 강조하고 돈까지 뜯어내는 진지한 사람.


이제 아이들도 조금 큰 마당에 당당히, 공개적으로 어질고 놀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노래가 갑자기 떠오르는 건 왜인지) 크리스마스 카드도 별로 안 만들고 만들더라도 지네들끼리 뭔갈 쏙닥 쏙닥 해치운다. 엄마의 속셈을 알아챘는지는 모르지만. 그러니 글벗님(드림작가님)이 깔아준 판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출간될 책에 표지를 손글씨 캘리 무어가 되었든 적어 달라고 하는 말씀에 얼마나 들떴을까. 남편에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드려야 한다며 슬그머니 말을 흘려놓고는 엄숙한 표정을 시전 한다. 얼굴의 얇은 표피 아래 근육은 얼마나 씰룩일지. 판을 깔아 준 마당에 '즐겁지 아니한가.' 말이다. 어떻게 그리고 어떻게 글씨를 쓰고 어떻게 엉망진창 어질고 놀까 신이 난 거였다.


나도 실은 일상이 있는 사람이다. 당연하게도. 지금 무언갈 하고 있다면 그것만 더 즐기고 싶고 밥도 좀 미루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이젠 즉흥적이고 기분적이고 엉뚱적인 제멋대로적인 성격을 눌러주는 강력한 존재, 아이들이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정이 있는 여자인 거다. 홀몸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학교도 안 가고 하던 일을 하고 집에 안 가고 매장 문이 닫힐 때까지 쇼핑을 하며 살 수 있었으나 이젠 아닌 거다. 아이 핑계 없이는 내 마음대로 즐기는 것에 한계가 분명 있다. 한마디로 적당히 분위기 봐가면서 상황 봐가면서 요령껏 해야 한다. 잼세션에서 처음 들은 음악에도 리듬 타고 즉흥적으로 춤을 추듯 그루브를 타는 거다. 뭔데? 뭐 이렇게 거창적이냐?


"(정신아) 돌아와. 나에게 돌아와~" 클론 노래 한 번 부르고 숙제해야겠다. (세기말 감성. 그때로 돌아가서 보고 싶다. 춤추는 클론 완전체로 TT 태형언니도 노래 짱 잘했는데) 처음 시작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펜화를 그리고 있다. 뭐 직장 다니고 기저귀 차는 아이가 있었다면 솔직히 어려웠을 거다. 감사하게도 내 나이가 얼마간 먹어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만 있고 직장에서는 젊다는 이유만으로 쓸 수도 있을만한 때를 지났다. 감사하다고 말하기 싫지만 감사합니다. 나이.. 씨.


지금 하고 있는 펜화 책은 매일 하는데 점점 어려워진다는 느낌은 없다. 점진적으로 만들어 놓은 책이 아니다. 처음부터 이건 못하겠다 싶다면 아마 다음도 못하겠지만, 다음 그다음 하다 보면 할 수 있을 거다. 처음에 발 들이기는 쉬운데 이상하게 개미지옥 같은 책도 나름 매력 있지만 수준이 평이한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못 하겠다' 허들만 넘으면 다음도 그다음도 못 하겠다던 그 수준이니까. 하나 해 냈으니, 억지로 다음 거도 해 냈으니 이젠 뭐 가끔 할 만도 해지는 정도가 될 거다. 그렇게 어느 날은 어? 되는 건가? 하다가 다음날은 에잇 그만할까 싶다가 또 다음날은 어제보다 낫네 하고 뭐 그러다 보면... 얼렁뚱땅 책 한 권 끝! 책 한 권 뗀다는 느낌은 성취감을 줄 테고 매일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하는 자기 효용감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부담 없이 퇴근하고도 할 만한 책이다.. 그런 느낌. (책 팔러 온 거 아닙니다. 제 책도 아니고요.) 앞으로 소개하고 그려야 할 책이 많아서 어쨌든 좋게 얘기해야 다음에도 봐주시겠지. 싫은 책 왜 하는 거냐? 하시면 지난밤 구독자 두 분이나 날 떠난 일이 꿈만은 아닐 수도 있으니 아주 행동거지에 조심 또 조심을 해야....아 상상만 해도 무섭다. 으으으으부르르.


그건 그렇고 나는! 오늘! 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만 마무리해야겠다.

나 하던 일이 있었던 거 같다.

책 표지 글씨 쓰러 또 가는 거다.

내가 요즘 좀 바쁘다.


근데 바쁘고 싶어서 바쁜 거니 즐겁게 바쁘러 간다. 발걸음 가볍게~~ 아 바쁜데 정신없는데 즐겁고 야단이다.


지난 번에 이어 그린 부분 7일치 올립니다.



몰랐는데요. 제가 환 공포증 같은게 조금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점 찍는데 토 나올뻔...으웩.. 그냥 힘들어서 그런건가요? 혹시 셋...째? 우웩~

수전증이 삼한가 사진들이 왜 이런가요? 죄송합니다.

짜란다 짜란다~

자~오늘도 즐겁게 그려보아요~~~그림 참 쉽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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