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사임당 Jan 18. 2024

잭 팟 터진 날

살다 보면 별 일 다 있다.. 는 걸 깨달은 날인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수요일이다.



내게 수요일은 '행복 데이'다. 살다가..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더 나쁜 사람도 더더 나쁜 사람도 많이 만나 봤지만 이렇게 고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는 못 봤다. 어반스케치를 한다고 모인 동아리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곱다.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꼭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고 하면 비교가 이상한가?... 좀 이상하네.  뭐 여하튼 일단 그 정도 비교가 최선이다. 끝. 더 못하겠떠엽. 미안합니다(--)(사랑스럽고 위안도 위로도 받고 귀엽고 또 보고 싶고...   설명 실패!!)


늦지 않게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에서 평생학습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곳이 목적지다. 지영언니 라디오를 틀고 고음불가실력으로 노래도 부른다. 내 언젠가 브런치 작가님들께 내 노래를 올려야지. 또 혼자 다짐을 한다. 인생 뭐 있나 웃고 보는 거지. 나 하나 망가져서 즐거우면 되는 거지. 언제부터 희생정신?


습관처럼 쳐다본 후방거울 속에서 우회전한 차량이 보인다. 2차선으로 오던 차가 1차선으로 슬그머니 옮긴다. 나를 바짝 쫓는다. 

이 구역에서는 빨리 달리나 늦게 달리나 어차피 신호에 걸린다. 새로 생긴 캘리포니아 바닷가 대로를 닮은 전로(비닐하우스 논 밭을 매입하여 우회도로를 새로 만든 진주 금산면 새길의 내 맘대로 이름)는 빠삭하지. 신호 시간, 구간 시간 구간별 속도 조절을 얼마큼 해야 통과 가능한지에 대해 완벽히. 일단 합류 지점에서 좌회전 신호가 보인다면? 못 간다 보면 된다. 어차피 빨간불 될 거 속도를 점진적으로 줄인다. 근데 뒤에서 따라오면 좀 싫을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못 맞춰서 신호에 서는 거면 몰라도 앞차 때문에, 아직 신호가 있는데 못 밟아서 기다리게 되면 화가 날 테니까. 너무 답답하지 않을 만큼만 속도를 줄여본다. 도착 50미터 전 주황불이 들어온다. 가까이 보니 스타리아 위에 경광등이 달렸다. 경찰차. 오잉? 경찰차? '음.. 저 아까 잘했지요? 무리하게 지나가지 않고 안전하게! 그죠?' 대답을 구하듯 쓱 쳐다본다.

저어어어기 끝T자 길 끝에 있는 신호입니다.

동아리 회원분들이 벌써 서로를 보고 싶다며 톡을 많이도 남긴다. 소리로 알겠다. 아이궁 귀여운 사람들.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한 번씩 깨물어..

60키로 길인데 경찰차가 준법시민을 버려두고 추월해 버리네요. 난 왜 그렇게 정직했던가. 왜 넘의 체면이나 따지고 있었던가... 참고로 이 지점은 캘리포니아 전로의 마지막 구간


출발이다. 아! 이 구간은 순간시속 60으로 출발 80으로 바로 올려야 통과 가능인데. 길 좀 안다하는 사람인지 출발 신호에 쌩하니 앞서고 있다. 

'인마!~ 뒤에 경찰차! 쯧쯧' 

혼자 떳떳하다.

'야! 아무리 통과가 중요해도 그렇지 경찰차 있는데 체면은 세워줘야지.' 

경찰차도 내 속도에 맞춰 60까지만 밟는다. 당연히 빨간불에 도착. 또 신호 대기다. 2분 30초 기다려야지. 초록불 변하기 전까지 문자 한 통 확인 가능이다. 딱 2분 남을 거다. 윙? 근데 문자에 이게 뭐지? 싱글벙글 쑈 빠바 상품교환권 이만오천 원!! 두둥! 오잉? 머선 129? 며칠 전 집에서 보낸 문자가 떠오른다. 우와~ 돈 벌 아니 빵 벌었다! 웬 횡재! 오호홍홍 행복하여라~~ 경찰차야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신호 안 걸리려고 쌩쌩 달렸을 거고 행복이 30분은 늦었을 거다. 새벽배송 같은 행복 배달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퀴즈 정답으로 보낸 문자였나봅니다. 정답이 거북이인데.. 딸이랑 둘 다 보냈어요. 딸이 엄마 2명이나 보냈으니 되겠지? 하길래 현자타임해줬죠. 눈치 참 없다 그죵? ㅎㅎ 뭐 그덕에


한 명 한 명 <열쩡스케치> 회원들이 들어온다. 행복 1인분 행복 2인분 행복... 7인분 다 받아먹는다. 오늘은 유진 씨가 티라미수 케이크를 가져왔다. 세일해서 싸게 샀다며 너무 행복하단다. 세일을 했어도 2만 원은 하는 데 안 사고 안 가져오면 될걸. 굳이 사서는 행복을 나눠먹는 마음이란.. 순수하게 기뻐하는 얼굴이 너무 이쁘다. 나누면서 행복해하는 사이. 서로에게 좋은걸 주려 마음을 쓰는 사이라니. 행복이 밀물 같아 준비도 없이 흠뻑 젖는다.


조금만 십 분만 하며 집에 보내주기 싫은 애인 같다. 누구 집에 조금 늦게 가도 되는 회원 없나? 눈치를 본다. 하지만 어린양도 응석도 참아야 한다. 착해서 자꾸 나의 버릇을 나쁘게 하는 사람들이라 먼저 칭얼거리면 안 된다. 거의 다 나가고 없는 도서관 동아리방.

혜경언니가 앉아있는 모습에 여유가 포착되었다. 이건 신혼가? 옳거니!

"언니, 책 빌리실 거예요?"

"책이요? 음.. 그럴까요?"

별로 빌릴 생각도 없었으면서 또 맞춰준다. 종합 자료실로 내려가 책을 고른다. 

"요즘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오네요^^"

맞다 그럴 때 있다. 그럼에도 억지로 책등을 째려보면, 책 먹기 싫은 기분이었어도 한 두권 고르게 된다. 억지로 글자를 먹다 보면 또 어쨌든 조금이라도 삼켜지고 그런다.

언니는 두권 나는 13권을 빌린다. 어깨 빠지겠다. 아~~ 욕심쟁이. 언니가 대출하는 동안 나는 1층으로 간다. 아동용 책을 반납하고 기다리는 동안 문장출력기 앞에 선다. 긴 문장 버튼을 누른다. '오늘은 어떤 감동적인 문장이, 어떤 책 속 글귀가 나에게 올까?'. 찌찌찌 찍 <인연설 한용운> 우와!! 무슨 일이야!!! 대박! 로또야? 지난번 둘째가 뽑았던 글귀다. 아이가 아름다운 시라며 한 번 두 번 계속 읽고 음미하던 건데. 잃어버려서 얼마나 아쉬워했는데. "엄마가 그 시 뽑아줄게" 했으면서 잊었는데 또 나에게 온 거다. 이런 행복이. 겹행복이. 아니 겹겹겹행복이라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나에게 언니가 밥을 먹잔다. "라면.. 먹고 갈래?" 물었는데 고갤 끄덕이는 여자친구를 보는 마음이 된다. 언니 좋아요! 언니라면 다 좋아요. 어디라도요. 

"오늘 돈가스가 당기네요. 먹으러 갈래요?" 

행복이 채 마르지도 않은 내 몸을 다시 훑는다.


집에 와 바리바리 싸 온 책짐을 내리고는 <그린이의 그림 독학 분투기> 마무리하려 컴퓨터를 켠다. 기다리는 동안 전화기를 확인한다. 요즘은 브런치 알람의 노예다. 누가 날 좋아해 주시려나.. 임영웅 티켓팅 속도보다 내가 브런치 알람 확인하는 시간이 빠르지 않을까 싶은 정도다.

<당신은 앞으로 브런치 이용이 금지되었으니 짐을 싸서 당장 나가시...> 얼핏 본 글자가 길다. (사랑해님이 라이킷했습니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경한 4줄의 알람에 화들짝 놀란다. 뭐지? 헤어지자는 말일까 잔뜩 졸아서는 실눈으로 읽어본다.


<응원하기>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새로운 어쩌고 저쩌고.

뭐라고? 안 들려? 그게 무슨 말인데. 응원? 돈 받는 그런 거? 사기문자? 어쩌라고? 내가 왜? 설마! 그런가? 슬픔을 받아들이는 단계도 아닌데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5단계 중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살다 살다 별일 다 당하.. 아니 참 당황스럽지만 연금복권급 행복이 다 오는구나. 근데 오늘 왜 이렇게 행복이 기냐?

매일 야근에 잔업으로 집에 피곤을 업고 들어오는 남편이 왔다. 같이 저녁도 다 먹네. 그렇지 않아도 샤부샤부 먹으려고 탑마트에서 소고기도 400g 8,900원에 싸게 사 왔는데 다행이다. 가족이 같이 저녁, 오랜만이다. 이렇게 되니 이런 생각마저 든다. '또 뭐 남았는데? 더 행복할 거 있어?' 눈을 좌 우로 돌리며 눈치는 보면서도 숨은 행복 찾기를 하게 된다.


얼른 이 행복한 마음을 글로 남기려 오랜만에 식세기 이모님에게 일을 시키고 냄비랑 프라이팬 기타 등등 남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는 걸 씻는다. 수세미에 세제를 짠다. 푸시 푸시. 빵귀소리만 낸다. 오늘 행복은 여기까지라고 신호주냐? 웬 빵구소리. 진작 사놓고는 손설거지를 안 하니 제법 묵혀든 새 세제를 꺼낸다. 이뻐서 샀는데 다시 봐도 이쁘다. 꾹 누르니 두 번 누를 것도 없이 양이 딱 맞게 묻는다. 느낌 좋은데. 생각이 들자마자 영혼이 몸을 빠져나가듯 기분이 두둥실 떠오른다. 이뻐서 샀던 세제는 정말 좋아하는 바질향이었던 게 생각난다. 아! 이렇게 오늘 마무리까지 행복이구나. 살다 살다 1088부작으로 막을 내린 <전원일기>급 행복 메들리를 다 느껴보는 하루다.

거~ 여보! 먹었으면 치워야지!!

근데, 아마 내일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 기분은 왜일까?

덕지덕지 붙은 게 먼지인가 떼어보니 희토륜가 싶고 뭐 그런 하루가 이어질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아. 행복하고부터 시작한 한 해가 역시나 행복하구나.



마지막으로 오늘 행복의 하이라이트 수호작가님 책 출간소식!!! 두둥!!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brunch.co.kr)

이상하게 제가 소원만 빌면 다 이루어지니 수호작가님 책 대에박~ 예감!

지난번 퇴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니 살포시 이번에 나올 책에 내용이 있다며 스포를 하더니 진짜 이렇게 다 되어 있었다니. 말 나오자마자 책이라니. 진짜 위인들 아닌가 싶습니다. 그 힘든 회사생활(이라서 화병 방지차원에서 쓰다 보니 나온 건가요?)하면서 글 쓰면서 책까지 내다니.... 마음은 최소 백권 사고  싶고 진짜로는 10권은 꼭 사고 싶은데. 나라 경제가 안 좋고 가정경제에 빈틈이 없어 한 권만 사야겠습니다. 근데요. 친필싸인 어떻게 받아요? 다음에 합평하면 같은 글쓰기 일원도 아니면서 그냥 쳐들어 가?? 이잉TT 글벗 작가님들 책 친필사인받아서 책장에 전시할랭~~~ 수호작가님 책이 1번!


오늘의 행복 파도에 흠뻑쑈 중입니다~~~~~^^유후~~





자 준비되었쓰 드루와 드루와~! 

다음 행복! 

다음 출간하실 작가님 드루와 드루와!!! 

언제까지고 당신만의 행복을 빌어주겠쓰!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