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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Feb 26. 2024

돌아오셨군요.

오신다더니....

"옴마야, 아이C!" 한글과 영어의 만남, 융합합성어가 나온다. 다급해도 나의 언어는 항시 고급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랑 할 수 없는, 나만 알아야 할 단어. 다행이다. 옆에 사람이 없다.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다. 완벽한 실패. 고급스러우면서도 저렴한 단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아쉽다, 실패가.


<융합합성법은 두 단어나 어근이 융합관계, 곧 각각의 뜻이 없어지고 하나의 새로운 뜻을 나타내게 되는 것을 말한다. '밤'과 '낮'이 합쳐진 '밤낮'은 '밤'과 '낮'이라는 원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항상' 또는 '늘'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합성어>


3/1min 막힘없이 일을 해낸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쉼 없이. 매일 10시간씩을 누워 잠만 자더니 뭐지? 손에 착착 붙는다. 흐트러짐 없는 일 처리. 누가 말을 시켜도 흔들림이 없다. 웃으면서도 완벽하다.


다음 장을 넘긴다. 새로운 일. 캄캄하다. 하지만 "보이지(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눈에서 나오는 약한 레이저로 버튼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체의 오른쪽에서 20센티미터, 버튼을 누른다. 한 치 오차 없는 손놀림이다. 바로 옆에 붙은 버튼까지 누르면 작업 지시 끝. 새로운 업무 시작이다. 시작을 시켰다는 건 또 다른 끝을 예약하는 것. 등대 없는 캄캄한 바다도 항해가 가능한 나는야 배테랑 선장. 또 하나 처리 끝.


아침은 먹었나? 그렇다면 아침으로 먹은 밥알 21개만큼을 모은다. 손잡이를 잡는다, 실시. 당긴다. pull! 어휴 항상 손잡이 당기기는 조금 어렵다. 나도 소싯적에 힘 좀 썼는데. 바람에 날리고 우산 잡기 힘들고 한 세월이긴 했어도 힘을 안 쓴 거지 없는 거라고는 생각 안하고 살았는데. 이건 가끔, 아니 잡을 때마다 '끙'하며 힘을 주게 된다. 끙! 차! 후~ 열렸다. 물건을 흘리면 안 된다. 정확히 원하는 공간에 넣어 작업대까지 이동해야 한다. 발을 떼는 순간 스타또! 결승선까지 스트레이트. 쭉이다. 호다닥. 도착. 그렇지. 일사천리란 이런 것.


작업대로 가져온 물건을 고객이 원하는 규격으로 맞춘다. 반을 접는다. 그 반을 또 한 번. 그러고는 돌려 이불 접기다. 눈으로 위치를 쓱 째려봐주면 손이 알아서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곳을 접는다. 삼등분한 양쪽을 오른쪽 왼쪽 순서로. 끝.


이제 최종 목적지. 지금부터는 앞 과정의 그 모든 것들을 상쇄해 주는 최종 단계다. 앞서 실수가 있었든, 시간이 지체되었든 이번 일만 마무리 잘 한다면 '상'을 받는다.

하지만 단 하나. 기억해야 한다. 매번 실패하는 이유가 이것이었으니까. 그것은 중용. 중용이 필요하다. 욕심을 내다 일을 그르칠 경우 일은 처음부터! 나의 시간은 줄어들고 일은 멸치'다시'다. 명심할 것.


3개의 무더기로 완성되었다. 가자. 네 집으로. 팔꿈치에 한 무더기의 물건을 쌓아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뗀다. 문을 연다.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넣는다. 바로 그때, '아차' 하는 순간이었다. 4개를 잡으려다 속이 터져버렸다. 수건이 화장실 바닥으로 떨어지며 나머지를 살리려다 잡은 녀석들마저 대열이 흐트러져버렸다. 3개만 잡아야 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면서 또 시간을 잡으려다 수건을 놓친 거다.


아! 중용. 찰나에 그걸 잊었다. 또 욕심을 내어 버린 거다. '아우 C~' 화를 낸들 어쩌랴. 수건을 던진다고 화가 풀릴까. 내 일만 늘지. 빠르게 줍는다. 쇼파 위에 일단 부상자를 올려놓고 나머지는 화장실 수납장에 줄 세워 넣은 후 돌아온다. 흐트러져버린 수건들과 나머지도 빠르게 대오를 맞추어 선발대를 따라 위치한다.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 것. 반갑다. 실패야. 반갑다. 살림아. 그저 가족이 완전체를 이루었을 뿐인데. (첫째가 영어 캠프에서 두 달 만에 돌아와서) 고작 1명. 줄었다 다시 늘었을 뿐인데 살림이 갑자기 복리처럼 늘어나 버렸다. 복리가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여러분. 

뭣 때문에?! 어제 1박 한 빨래에 아이가 가져갔다 온 빨래에 세탁기를 7번째 돌리고 있고 그에 맞추어 건조기도 추가 근무요, 아줌마 손놀림은 왜 또 빠른지.


다 했으니 아까 준다고 한 밥'상'이나 거하게 받고 다시 스따또다! 


일상아 반갑다. 첫째야 반갑다! 사랑한다!! 내 첫사랑 큰 딸!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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