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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Mar 27. 2024

포르티시모!

더 더 더

"와"

이 감탄사는 어느 소도시 작은 동아리 톡방에서 일제히 터진 것입니다.

단체톡에서 막 따끈따끈하게 울려 퍼진 이 외마디 비명에 가까운 의성어는 즐거움도 감탄의 표현도 아님을 밝힙니다. 그저 어미 새가 얼굴을 보여주자, 인상 찍히기-각인-효과처럼 모두 당연하다는 듯 같은 곳을 보고 같은 소리를 내었을 뿐임을 고하는 바입니다.



"아, 이 책 어려워요."

"이것 좀 보세요. 저도 요만큼 해놓고 드러누웠다니까요."

"맞아요. 어떻게 해야 해요?"

"아이고, 잘하시는 분들이 그러시니 엄두가 안 나네요. 그래도 해야겠지요?"


미루고 미루다 오늘 드디어 붓을 들었습니다. 선 작업 미리 해 놓고 채색 한꺼번에 하겠다며 변명했지만 속마음은 '미루고 싶었다'입니다. 샤프로 스케치하기. 피그먼트 펜으로 선따기까지 조금씩 해 놓았거든요. 7장. 이제 더 늦출 수가 없었어요. 일주일 치 숙제 검사 날이니까요. 하나씩 채색 들어가야 합니다. 매번 시작하는 첫 붓질은 긴장입니다. 심호흡도 한 번 하게 되고요. 할 수 없지 하는 내려놓는 심정으로 종이에 색을 묻히기 시작하지요. 한 색 한색 또 새로운 색을 만들고 다시 다른 색. 붓을 씻고 포르테, 메조포르테, 포르티시모~! 까지 몰아칩니다. 아... 실망 반 후회 반. 결국은 망쳤습니다. 반 정도 채색을 끝낼을 뿐인데 드러눕고야 말았습니다. 숨이 찼거든요. 포르티시모까지 내리 쳤으니, 숨이 찰밖에요. 흡후~


사실 보통의 '수채화'라고 하면 '옅은 색에서 짙은 색으로' 올리는 식인 걸로 알아요. 저야 정규 미술 교육 과정을 수료 한 적이 없으니 정확히는 모르지만요. 이 책 저 책 다니며 눈동냥 귀동냥으로 그렇더라는 말을 들었지요. 그런데 이 책은 반대입니다. 매우 세게. 조금 세게. 세게…. 하는 식으로 명도를 낮추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그림을 긴장하면서 배우고 있는 초보자에게 강하게~가 웬 말입니까. 이렇게까지? 이런 색을? 하며 불안한 몸짓으로 주춤주춤 붓질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그래도 하던 대로 할까? 아냐 이왕 배우기로 한 거 시키는 대로 해봐야지. 이거 나랑 안 맞는 거 같은데? 네 방식이 뭔데? 하면서 내적 갈등이 몰려옵니다. 마음은 살살 시작해서 강하게 하고 있지만 손은 시키는 대로 검댕 칠부터 연약한 색감까지 칠하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그리다 보면 어느 지점부터 에라 모르겠다. 포기. 되는대로 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마음으로 반은 붓을 놓듯 보지도 않고 해 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67% 정도에서 '끝'을 외치게 되지요. 그럼, 누구도 간섭하지 않은 나만의 작품(?)이 완성. 67%의 완성도로 내동댕이쳐지는 겁니다. 좀 맘에 안 든다. 그죠? 그래도 말입니다. 이렇게 억지로든 엉터리로든 종료 버튼을 누르면 생각보다 그림이 꽤 그림 같아요. 하는 동안 망했다. 망쳤다 싶지만, 완료된 종이를 보고 있으면 꽤 근사한 후련함을 준답니다. 어쨌든 클리어. 미션 완성!


아니 근데 그건 그렇고 이번 책 하면 할수록 진짜 어려워요. 수준에 안 맞는 거 같아요. 끝낼 수 있겠... 죠? 결국은 해치우겠죠? 엄살떨었다고 놀리더라도 종국에는 책거리가 되겠지요? 예, 그럼 4주간의 책거리를 향한 여행 계속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시고 들어주시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아리 회원분들 힘내 봅시다. 수준을 갑자기 너무 올렸지만 우린 항상 어쨌든 해내잖아요! 저도 힘내겠습니다. 화이팅!!!

(이 정도면 변명이 되었을까? 대충 넘어가 주겠지?

몰라도 좀 모자라지 않았을까? 너의 이런 짓이 처음도 아니니.

에잇. 누가 기억하려고….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도 좀 꺼림칙하긴 하네.

몰라. 이렇게 한 주 넘겼으니 난 홀가분하다.

뭐. 그래, 너답게 너만큼만 해라. 욕심낸다고 되겠니!

아~~ 오늘도 연재 올렸다. 숙제 끝!

아니 근데 어제는 뭐 마무리한다고 글 안 쓴다며? 근데 연재한다고 또 왔냐? 뭔 각설이도 아니고.

연재는 연재. 이건 해야지.

아이고 예 알겠습니다. 어려운 일 하시는군요.

내일부턴 진짜 잠수다. 진짜로…. ㅋㅋ)

지난주 연필로 대략적인 스케치만 했고요. 이번 주는 물에 지워지지 않는 피그먼트 펜으로 선을 그렸습니다.
동아리 회원분이 채색 연습하게 펜으로 그린 종이 하나 달라고 해서 하나 드리고..


요렇게 선만 그리는건 즐거운데..말입니다. 채색은 시간이 많이 드는 종목같아요.


듀규듀규 채색 시작입니다.


강하게 더 진하게~
뭘 더하긴 더한건가?


꽤 힘든일이네요 수채화라는게.. 힘들고 잘 그리면 그나마 나은데. 힘들고 못 그렸을때 심정은 따흑~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멋진 일은 대게 두려움을 동반한다 ㅡ이연ㅡ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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