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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Apr 11. 2024

공간 그리고 색

여백을 만드는 그림

공간을 여백처럼 쓰는 그림이 좋다. 모르긴 모르지만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보면 그런 기분이 든다. 꽉 찬 색으로 채웠지만 공간이 가득 들어차 있는. 밝은색을 썼지만, 새벽을 눌러 담은 것 같은 단절감이 느껴진다. 혼자만의 공간으로 조용히 침잠하는 느낌이다. 무언가로 채웠지만 넓고도 넓은 공간이 느껴지는 그림이라니. 무슨 생각으로 어떤 기분으로 그렸을까 궁금하다.


정갈하고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규율에 억압된 채 자랐을까? 넓고도 커다란 집에서 가둬진 것 같은 생활을 했을까? 완벽주의자였을까?


사람들과 조금 전까지도 함께였든 혹은 앉았든 그 자리가 비워진 공간. 곧 북적이겠지만 귀가 멍해질 만큼 조용해진 공간에 남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과 여백.

내리쬐는 해를 정면으로 받으며 요트를 타는 아이들의 그림도 있다. 더없이 깨끗한 바다와 하늘 그리고 요트 위 창백한 피부색의 소년.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있는 공허한 눈빛의 여인. 희망찬 아침 해와 공허.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눈을 떼가기 힘든 그림들이다.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그림이 주는 말은 타인의 눈과 귀를 통하면 왜곡되기 쉬우니까. 책으로 화면으로 본다면 작가의 말이 번역 톤으로 바뀌는 것 같다. 나도 그 나라에 가서 직접 그림을 보는 사치를 하는 날이 온다면 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주 엉뚱하게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그런 말을 하면서 에드워드 호퍼 같은 거물급 화가를 먼저 언급하다니 무모하긴 했다. 뭐 희망 사항은 나 혼자 희망인 거고 대단한 화가는 대단한 화가니, 연관성이 없으므로 나의 말은 자유롭게 나와도 되긴 하지만 말이다.



며칠 전 새로 시작한 주민 센터 미술 수업에 들어갔다. 고군분투한 지가...2022년 9월쯤부터니 벌써 만 1년 반도 넘었다. 그저 단순히 4B연필을 든다는 사실에 즐겁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화홍 붓 하나 갖게 되어 기쁜 하루들이었다. 스케치북 사러 간 화방에서 어슬렁거리며 미술학도(?) 혹은 그림 그리는 사람인척 하는것도 행복했다. 그리든 안 그리든 재료들만 보아도 배가 부른 날들이었다. 뭐 초심자의 행운이 이런 곳에도 유효한지는 몰라도 처음 그렸는데 꽤 잘 그린 그림들도 있어 혹시 재능이? 하며 기대감도 들었다. 순수한 즐거움이 늘지 않는 실력에 반감되는 시간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어디로든 끌고 갈 지도 선생님이 필요했다. 

이번 수업 선생님은 제대로 배울 수 없을 거라는 말부터 하셨다. 개인 화실에 와서 제대로 배우라는 말을 남겼다. 무료 수업을 들으며 '역시 선생님들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사실만 발견했던 날이 그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할 수 없지. 내 속도로 가면서 조금씩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해야겠다. 

선생님께 혼자 그린 그림을 보였드렸다. 혼도 좀 나고 부족한 부분 설명도 듣고 싶어서다. 내 그림에 그가 말했다. 

"이 그림은 원경을 흐릿하게 하며 주제 부각을 잘했네요. 이 산 그림은 뒤가 너무 살아있습니다. 좀 뭉갤 필요가 있어요. 뒷산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었어요."

"아, 산에 있는 나무 표현을... 퉁치고 가야 한다는?"

"그렇죠"

하나는 그걸 했는데 하나는 잊었나 보다. 공간이 주는 여유가 필요하단 걸. 빈 곳을 주듯 여유로운 공간 구성을 해야 하는 걸 말이다. 




공간도 여유도 기초 부터!

독학 한 책 마크 키슬러의 드로잉 수업 책 소개로 이번주 연재 마칩니다.

2022년 책을 샀습니다. 30일 동안 매일 그리는데요. 3살짜리가 30살이 되는 마법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혹시 그림에 관심 있으시다면 추천입니다^^

자.. 집과 비행기와 도넛을 그려보세요! 가 첫 장 시작입니다. 일단 본인 실력을 박제해 놓고 시작하는 거지요. 그러고 다음날은 <구>그리기.

이틀째 사과일 것으로 예상되는 정물.

일주일 만에 그림 같은 그림으로 변신합니다.

표면 표현하기. 부드러움 거침..등등

아 컵 잘 그렸다~

2점 투시

얼굴 그리기

눈 그리기. 사진이 왜 다 돌아갔나요? ㅎㅎㅎ 마지막 날은 손 그리긴데요. 30일날 못 그렸네요. ㅎㅎ 어쨌든 시도까지만. 그리하여 3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다 그렸고 그래서 무서움이 조금 줄었습니다. 실력도 조금 늘었고요. 독학으로 드로잉 기초 떼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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