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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Apr 17. 2024

일정이 나왔습니다

구경 오세요. 실망하실 거예요.

실은 <전시>를 잡았습니다.




아직 제대로 연필 잡을 줄도 모르고요. 원하는 색을 만들려면 어느 칸 물감에 붓을 들이밀어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일을 벌였습니다. 이유야 있지만 무모한 일임엔 확실합니다.

22년 9월부터였을 거예요. 동아리 시작한 것이요. 1년도 넘었지요. 누구도 강제하지 않고 누구도 돈을 내지 않고 모이는(회비도 걷지 않습니다.) 단체인데 돈으로 얽힌 것처럼 서로를 찾습니다. 빚 받아야 할 일도 없는데 연락이 안 되면 불안합니다. 누가 연락도 없이 안 오면 걱정이 되고 무슨 일이 있는지 신경이 쓰이고 어디 갔었으면 잘 다녀왔는지 궁금해서 안부를 물어야 하는 그런 관계가 되었습니다. 당연하다고요? 그러게요. 사람 사는 게 서로 안부를 묻고 관심을 주는 게 관계의 시작과 끝이겠으나 제가 누굽니까. 언제 어디서나 이방인, 자발적 주변인인 아웃사이더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제 발로 들어가 기꺼이 일원으로 있으려고 합니다. 이곳이 그런 모임입니다. 동창회도 없고 계도(가족 계마저) 없고 친구마저 없는 제게 유일한 관계 덩어리지요. 제 인생에서 보자면 아주 진하게 엉킨 곳입니다.

물론 이렇게 서로 얼굴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밥도 가끔 먹으면서 지내는 것 좋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도 좋지만 그림이 없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이지요. 그런 분들을 그림이라는 매개로 만나고 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만 그림이 조금씩이라도 늘지 않는다면 관계에 회의가 들 것 같았어요. 미술로 만나 관계에 빠져 행복함은 느끼지만 결국은 그림이 추진력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우리의 사랑은... 결혼할 수 없는 관계가 의도치 않게 깨어지듯 슬그머니 명도가 낮아져 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글쎄요. 욕심 없다고 생각하지만, 욕심 많은 저의 경우에나 그럴지 모르죠. 하지만 마음이 그러했습니다.


전시회를 하자고 조른 건 그림을 그리는 회원이 어느 정도 확정된 작년부터였어요. 일단 해보자. 그러면 '전시는 미친 짓이다'일망정 억지로 하나라도 하게 되고 그렇게 강제로 하다 보면 뭐 하나라도 알게 얻게 될 거다.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림이 늘기 위해 뻔뻔하게 부끄러움을 무릅쓰자"는 생각으로 자꾸 말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저도 확신이 없었을 거예요. "전시는 무슨 전시. 그림 완성이나 시키시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았죠. 그래도 제가 믿고 저를 품어주는 곳에 이런 억지를 안 부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것 밀어붙이지 않으면 어디 가서 고집을 부리겠습니까. 고집을 꼭 부려야 하는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말이지요. 나도 고집부릴 수 있고 고집부리면 받아주는 곳 있다는 확인을 받아야만 하는지는 몰라도 말이에요.


통했나요. 그렇지 않으면 귀찮아서 "들어주자~~ 소원이라는데…." 하는 측은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다음 달 5월입니다. 한 달간 전시합니다. 처음에는 나름 전시관이라고 하는 곳으로 추진을 했어요. 그런데 늦었고 튕겼고 뭐 그랬어요. 그래서 굳이 형식에 연연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동아리 운영 장소인 도서관에 제안했지요. 동아리 운영 1년이 넘었는데 전시를 하고 싶다. 그랬더니 흔쾌히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멀고 모르는 전시관에 했더라면 뻔뻔할 수 있었을 텐데 동네 사람 다 오는 도서관에 하려니 부담이 더 됩니다. 그럼에도 일단 해보겠습니다. 서울 가서 김 서방과 하이볼 마시는 게 목적인데 요번 언덕 한고비 넘기면 또 한 발 가까워지는 거겠지요? 이렇게 요렇게 한 발 한 걸음 가면서 취미도 굳히고 두꺼운 피부도 얻게 되겠지요? 어때요? 서울 사시는 김 서방님과 제주도 사시는 최 서방님 광주 사시는 최 여사님과 충청도 사시는 여 여사님 전시회 구경 오시겠어요? 경상남도 진양도서관 5월부터 "열쩡 어반 스케치" 전시회 합니다. 커피 사 들고 빵 사 들고 오시면 제가 두 손 번쩍 들고 반기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자... 그럼, 제가 그린 그림만 조금 맛보기. 큰 크기로 더 그리는 중인데 어떤 것으로 걸진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왕이면 완벽(?)하게 마음에 들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니 최대한 덜 엉망인 것으로…. 하겠습니다. 까짓것! '이걸 그림이라고 거냐' 욕 좀 먹으면 어때요!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화가 등록된 사람도 아닌데요, 뭐. 취미반 작품 전시횐데요 뭐~ 그죠?^^


자~ 미리보기 제공됩니다. 아마 그림이 재탕 삼탕이라 새로운 것이 없을지도... 그러니 웃으며 즐기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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