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교육 없이 교과서로 공부하고 모르는 건 ebs 동영상 보고 그러면 되지.(뭐지? 학원 안 가도 되겠는데 지금도?) 냉이 나오면 냉이 캐 먹고 쑥 나오면 쑥 캐고 두릅 나오면 훔쳐먹고 산에 흑염소 있으면 쓰윽.. 에헴.
어제 만난 동생이 유튜브 하면 백만 원은 벌겠다며?
아! 그 동생이 일주일에 한 번 그냥 1분짜리 스크래치 복권 긁는 영상만 올리는데 사람들이 꾸준히 본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내용도 없는 그 영상을 말이야. 당신처럼 캘리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 더 오지 않겠냐면서 한 달에 백은 뭐 가능하지 않겠냐는데 영 헛소리만은 아니더라고.
괜찮은데? 가족 4명이 다 유튜브를 하는 거야, 각자. 그럼 400은 버네. 그러고 백수 가족 유튭 계정 하나 더 만들어서 또 틀면 한 달 500은 벌겠네.ㅋㅋㅋ
엄마. 아니지. 가족 계정이면 하나에 400이니까 더 많지.
아하하하. 800 버는 거야?
근데 아까 아빠 집에 있냐 왜 물었어? 아빠가 계속 집에 계시면 좋겠어?
응.
평소 안차*기로 유명한 둘째 딸이 부엌에 서 있는 아빠를 쓰윽 보더니 묻는다. 공부한다고 바쁜 엄마를 대신해 그릇을 정리하는 아빠가 반갑고도 낯선가 보다. "엄마, 아빠 오늘도 늦어?"라고 묻는 일상이 고작 일주일 만에 변했다. 집에 오면 각자 할 일 하고 제 방으로 자러 가기 바쁜 집안 풍경이 좀 달라졌다. 내일을 위해 하루를 정리해야 하는 바쁜 생활이 아니다.
음악만이 고요를 줄여주는 적적하던 집안에 생기가 돌고 사람 사는 곳 같다. 주변 사람 기를 빨아먹으며(?) 사는 내향형인 나와 있던 아이들이 에너지가 밖으로 흐르는, 외향형인 아빠와 있으니 덩달아 활기 넘친다. 식탁에서도 쿵작쿵작. 거실에서도 치고받으며 뭔가 부산하다. 집마저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
아무런 고민도 근심도 없이 가족이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네 명 모두 알콩달콩 지내는 생활.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언제까지 가족이 모두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구멍 난 것 같은 집안에서 자라 도움 없이 살아오며 이만큼 여유롭게 산 건 모두 남편의 부지런함 그것 하나 덕이었다. 은행 지분도 없는 자가에 살며 자동차까지 굴리고 아이들 배우고 싶다는 거 보내주는 것에 고민도 없었다. 그런 듬직하고 책임감 강한 남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몸이 부서지라 일한다는 표현대로 과로다. 쉼도 없이 엄살도 없이 달려온 시간이 남편 몸을 조금씩 갉아 먹고 있었나 보다. 건강한 것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사람,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수술대에 누웠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피로, 힘듦, 야근과 같은 단어에 대한 인식 없이 살던 사람이 옆에서 "힘들겠다" "힘들만하다" 바람을 넣어서인지 이젠 그런 것 같단다. 통증도 피로도 느껴진단다.
안식년을 주고 싶다. 물론 연을 보내게 되진 않을 거 같다. 그럼에도 안식 달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더 시골로 들어가 돈 쓰려해도 쓰기 힘든 곳에서 겨우 학교나 다니고 일주일에 한 번 돼지고기 사러 가는 일이 큰일인 곳에서 살고 싶다는 거다. 남편의 도시로! 가 이루어질지. 나의 시골로! 가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돈 때문에 몸을 혹사하고 돼지고기를 소고기로 바꾸기 위해 야근을 해야 하는 삶이라면 남편을 말리고 싶다. 나는 돼지 뒷다리 살도 맛만 좋다.
물론 돼지고기도 돈 든다. 아직도 철없는 백수 일기 끝.
무지개달 열이틀 닷날(04월12일 금요일)
<토박이말>
*안차다*
겁이 없고 야무지다
편의점에서 요구르트를 샀더니 jar이 생겼다. 늠흐 귀여서워 믹스커피 전용잔이 되었다. 한 잔 꺽어~~ 크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