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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May 01. 2024

중요하게 할 말은 없어요

뭐 항상 그렇지만요

딱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이것저것 마감하느라고 글을 딱 끊어보니 길이 사라졌다. 풀이 자라 있다)



결승선을 통과하면 달리기를 멈추어야 하지만 동력이 떨어질 때까지는 제자리든 앞으로든 뛰어야 하듯 글을 쓰는 것도 써야 자꾸 쓸 것이 생긴다. 남겨 둔 말이 다음 말을 불러오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어제 못 한 얘기가 기억나듯이 말이다. -자려고 누운 침대, 그 순간. 너무 반짝이는 문장 같아 일어나 메모해야 하나  그냥 자도 내일이면 이 선명한 말글이 기억나지 않을까 하며 고민할 때의 뿌듯한 귀찮음이 증거라면 증거일 테다- 그 덕에 길어 올린 소소한 사연. 친구에게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던 이야기. 지났지만 마음속에는 어제 일처럼 또렷한 그것들을 바구니에서 하나하나 꺼낸다. 상처였든 기쁨이었든 아리송한 덩어리든 빼내어, 보고 만지면 형태도 냄새도 촉감도 알게 되겠지. 그런 연유로 15년 전 남편이 임신한 내게 섭섭하게 한 일 꺼내듯 또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거다. 어떤 감정인지 규정 내려진다. 항상 하던 일 쉬운 일 처리하듯 '제자리 서랍'에 정리할 수 있겠다. 행복함으로 들어간 기억 하나, 혹은 삭제를 위해 휴지통으로 넣어야 하는 기억까지 분류가 된다. 그렇게 내게서 나온 감정이 정리 바구니에 앉으면 부피가 커진 곳이 어딘지 알 수 있겠다. (기쁨 슬픔 속상함 분함 부끄러움….)


실은 마음속 작은 실타래가 있긴 하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놀러 가서 괴팍하게 군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그림 펼쳐 놓은(전시….) 일을 오늘 드디어 전시관인 도서관에 모두 전달한 일. 그렇게 마감한 기분은 어떤지. 책을 투고하려 머리를 싸매다 감정 성적표가 1등과 꼴등을 오갔던 날들의 꽤 끔찍했던 기억. (집어치워/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이걸 글이라고/꽤 괜찮은데?) 어쨌든 마무리 지은, (연습) 투고를 위해 했던 작업까지….


할 말은 있을 테다. 하지만 마중물은 적당한 것이 좋다. 너무 많이 담아 온 양동이는 부으려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드니까. 많은 양을 부어봤자 적정량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너무 적지 않은 양만 있으면 물은 나올 거다. 며칠 쉬다 돌아왔으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냥 쉬지 않고 썼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건 마감해 냈으니 결과론적인 얘기가 되겠고 지금부터라도 그냥 어제도 쓰던 사람인 듯 시침을 떼고 글을 던져 보아야겠다. 매번 가벼운 글을 쓰면서 더 가벼운 글로 글마중을 하고 그러고 나면 또 겨울 잠바에서 나온 오리 가슴털처럼 가벼이 써지겠지.


그냥 지극히 나 다운 글을 말이다.

좌충우돌 첫 전시는 내일 전시관 제자리 잡기 후에 사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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