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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May 15. 2024

말은 돌아오는 거야

말조심혀~

"할 일 해놓고 노는 거야!"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에 타협의 여지는 없었다.



세상에나. 그러는 저는 밀린 과제가 몇 갠데... 1,800p 반지의 제왕도 읽어야지, 일리아스도 읽어야지. 그러고 나면 흠흠.


 점심을 먹고 나가 놀겠다는 둘째를 집에 앉혔다. 밥을 먹기 전에도 나갔던 녀석이 또 나간다고 하는데 아까도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않고 나간 길이었다. 이러면 또 밤이 이슥해야 구몬학습이든 공부든 마치게 되리라. 노는데 관대한 나지만 해야 할 일을 미루면서 하는 건 엉덩이 토닥이며 밀어줄 수가 없다. 공부하려 식탁에 앉은 녀석의 입이 삐죽이 나온다.


"이러다 못 노는 거 아냐?"

"그래도 할 일 하고 놀아야지. 아니면 또 밤늦게 공부할 거잖아."

"아니…."


욕심이 많아 할 일은 다 하고 싶으면서 노는 것도 빼먹기 싫은 둘째는 잠을 줄이는 방법으로 겨우 하루들을 채우는 중이다. 엄마인 나는 아이들 늦게 자는 것에 엄한 편이라 첫째는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9시를 넘기지 않았었다. 아마도 밤마다 아이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가볍지 않을 터. 하지만 어쩐지 그 말을 하면서 뒤통수가 따갑다. 말꼬리를 자르며 방으로 들어온 참이다. 그래 맞다. 나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방 정리하라고 얘기하면서 책에, 물감에, 스케치북에 붓이 굴러다니는 컴퓨터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공부하라고 말해놓고는 어제까지 과제 하나를 마쳤을 뿐이다. 뭐 물론 9권의 책을 읽고 내 생각인 척 잘 모아 적은 과제일망정, 적지 않은 양이었든지 말든지 어쨌든 겨우 하나 끝낸 상태인 거다. 그래 놓고 넌 뭘 했느냐 아이에게 말을 뱉었다니 참, 뻔뻔했다.


그래, 숙제 하자. 오늘 수요일인데 연재도 적자. 또 할 말이 없지만 적는 거야. 아직 다 읽지 못한 난쏘공도 오늘 끝내는 거지. 그러고 나면 낭가파르바트나 안나푸르나만큼 벅찬 배게 책도 읽어 버리는 거고.


"할 일 해놓고 노는 거야!"


이 말은 딸이 아니라 나에게 한 말이 되었다. 말은 돌아오는 거니까!



다시 손 풀기 그림 시작합니다.


매일 아침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먹는 걸 지켜보면서 그립니다. 아이들이 있으니 눕고 싶은 기분도 참을 수 있고 먹는 동안만!이라 정했으니 그동안만 그려보는 거지요. 사실 스케치 보다 색 넣는 것에 스트레스가 크지만 일단 또 손 풀기니까요. 요렇게 여행 책 한 권 떼고 살살 색 넣기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또 허접한 손 풀기 그림 보는 척하시죠!


여행은 안 가지만 여행 책은 좋아합니다. 그릴 것이 많아서요. 마침 할인하길래 한 권 사서 그림 시작합니다.

첫날은 손 풀기로 가볍게 책등에 있는 걸로다가~~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뙇!!

유명한 여행지라 사람이 많네요.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곳 싫어해서 안 가고 싶...

사람이 싫은 이유가 그리기 싫어서? ㅎㅎ


오늘 그린 것까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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