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사임당 May 22. 2024

어반 스케치

떠나볼까요?

연재가 23회째로 접어듭니다.



그만할까 조금 쉴까 오늘만 건너뛸까 이런저런 생각은 들었지만 굴비 엮듯 모았습니다. 잊고 있다 돌아오는 수요일이면 또 뭐든 쥐어짜며 이어왔네요. 그렇게 이어온 세월(~~~ 아~~ 아~~ 흘러간 내 육 개월 세월~)

작년 12월 20일을 시작으로 오늘이 5월 22일이니까.. 제법입니다. 크게 한 일은 없지만 어쨌든 꾸준히 행동했다는 점은 인정할만해 보이네요. 뭐, 그건 그거고 연재 마지막을 장식해야 할 생색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하고 이쯤에서 그림 수다 시작하겠습니다.


집 구경을 좋아해요. 누군가의 삶이 묻어나는 오래된 집부터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붐볐던 동네 슈퍼, 유난히 파란 대문이 시선을 사로잡는 주택, 누가 이사를 왔나 궁금해지는 새로 생긴 집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지요. 가끔 제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동네 주민의 전화로 간첩 신고당하면 어쩌나.. 엉뚱한 상상으로 목이 움츠러들 만큼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하고 물어올까 무섭기도 합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식으로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지 갑자기 당황스러워 왼발 왼발 걷기 합니다. 사람이 보이면 발걸음을 빨리하며 운동을 시작하지요. 더 둘러보고 싶지만 목덜미로 뜨거운 땀이 아닌 식은땀을 흘리며 경보를 하곤 합니다. 후후습습 후후습습.

현지 개든 현지 인이든 생명체의 기척이 사라지면 곤두선 목털을 눕히며 다시 오감 아니, 사감 여행을 재개합니다. 작은 화단이지만 주인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꽃밭을 지나며 터지는 미소, 탄성 그리고 향기에 더 바랄 것이 없어집니다. 서까래가 살아있는 하지만 집과 함께 살았던 주인은 그곳을 떠난 지 오래고 그 자리는 거미가 세월만큼의 줄을 치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흙집을 바라보면 그만 가슴속 그리움이 터져 코가 찡해지기도 해요. 어제까지 살아있던 집이 외로움의 냄새를 풍기며 안색이 어두워지는 걸 볼 때는 사연이 궁금도 해지고요. 물건이라고는 안성탕면 신라면에 소주 막걸리뿐이지만 여전히 현업 중인 구멍가게를 보면 제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뭐라도 팔아주고만 싶어집니다. 저 집은 어쩌다가 저렇게나 쨍한 색으로 대문을 칠했을까 궁금해 앞뒤 가리지 않고 들어가 물어보고 싶은 충동마저 일곤 한답니다.(아까 부끄러워하던 사람은 어디?)


먼 곳이 아니에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제가 일 보러 가는 마을이고요. 어디서든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골목 그리고 길이지요. 그곳을 좋아합니다.


우리 집은 제 삶을 담고 있어요. 부부싸움 하다 깨 먹은 효자손(이 있다면)이 기억 한편 불쾌함을 부여잡고 있는 곳, 아이의 사춘기로 부서질 기로에 서 있는 작은 방문이 있는 이곳은 무작정 편안함만을 주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도 미뤄둔 숙제처럼 부담을 주고요. 불쑥 널브러진 현실을 부정하고도 싶어 지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찾아가는 그곳은 시련도 고뇌도 층간 소음도 볼 수가 없지요. 가위손이 내려갔던 마을 같습니다. 가짜처럼 모두가 즐겁고 평화롭고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착각만 듭니다. 누구나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렵고 귀찮아하면서 가끔은 이게 행복이지 별 건가 하며 현자 같은 깨달음도 느끼는 생을 살겠지만 그저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한 발 떨어져 보는 제 그림처럼 참 그럴듯해 보이기만 합니다. 왠지 '잘' 살고 있는 사람만이 존재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입니다. (제 그림도 가까이 보면 떼찌~ 앙대요. 더 더더 뒤로~~) 아마 약간은 현실 도피가 목적일지 모르고요. (어딘가 설거지 없는 세상 청소 지옥 없는 천국이) 또 어딘가는 이상의 공간이 있지 않을까 하며 부풀려보는 제 상상력의 소박한 보물 창고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골목길을 그리고 싶은 이유가 힌트로 제공되었는데 눈치채셨나요? 예, 저는 골목길을 좋아하고 집을 좋아해요(집 많이 갖고 싶다. 재산가 되고 싶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하며 즐기고 싶은 마음인 거지요. 매일 그리기를 시작한 지 2주가 넘었는데요. 책에 있던 사진을 그리고 있었지요. 그러다 갑자기 어제 찍어놓은 사진을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아직 실력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제 시작해도 되지 않겠나 싶어서요. 결승선이 골목길을 그리는 거니까요. 어반스케치를 하고 싶으니까 실전을 연습처럼, 연습을 실전처럼 하면서 연습도 하고 실력도 늘리면 되지 않겠나 싶은 거죠. 이제 깨지면서 바로 써먹는 실전 투입. '하자' 싶습니다. 그래서 그릴게요. 동네 산책 그리고 곳이 담고 있을 같은 편안한 모습, 마음대로 상상한 거짓된 첫인상의 피사체, 정물 뭐가 되었던지요.


그럼 매일 스케치로 그린 (동네) 어반 스케치 보시겠습니다.

목요일마다 수업 들으러 가는 진주성. 그곳 주차장 앞에 이렇게 아기자기 이쁜 식당이 있답니다.

진주 시내 이쁜 꽃집이 있어 찰칵. 둘째가 주인공인지 꽃집이 그런지는 모름.

진주성 노란 대문 가게 옆에 있는 슈퍼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책으로 그리던 지난주 그림입니다. 

아래는 제가 그리고 싶어 찍어놓은 많은 사진 중 일부입니다.


남해. 창선고등학교 앞 책바이었던 지금은 가정집.

이름이 정말 남해이기에 쓸 수 있는 흔한 남해!! 캬~

대문 성애자 같습니다. 컥 근데 진짜 대문 좋아합니다. ㅎㅎ

대부분의 사진은 진주 문산읍입니다.
이전 22화 말은 돌아오는 거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