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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May 29. 2024

발로 뛰는 그림

발그림

지난주부터 어반스케치를 하고 있습니다.




연재하면서 하던 건? 그건 남들이 어반스케치 해 놓은 거 따라 그린 거. 컬러링급 그림이었고요. 제가 발로 뛰며(?) 다닌 길에 눈을 사로잡는 피사체를 찍고, 집이든 꽃이든 인상적이었던 그것을 그리고 있답니다. 어떻게 그려질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워낙 버라이어티한 실력이라)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은 '빨리 그리고 싶다', '그려놓으면 정말 이쁘겠다', '어떻게 나올까?' 상상하며 찍는데요. 그 시간이 그리는 시간만큼 혹은 더 많이 행복하답니다. 좋아하는 집 구경, 골목 구경이 주는 생동감 신선함도 한몫한 거 같긴 하네요.


사실 남들이 그려 놓은 걸 보면 '이 정도는 나도 하겠네. 이건 나보다 못 그렸네….' 하는 어이없지만 솔직한 생각이 들거든요. 내 실력 생각은 사라지고 지적질에 신이 나곤 합니다. 그렇게 남들 그림은 쉽게 평가하면서 눈앞에 있는 네모난 스마트폰 하나도 맘에 들게 그려지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그럼에도 언제나 눈은 정상을 향하고 나는 잘 그릴 거니까 이건 못 그린 게 맞는 거 하고 땅·땅·땅 결론 내려버리지요. 이제 해야 할 일은 밤낮없이 그려서 불 끄고도 그릴 수 있는 경지…. 옆에서 떡 써실 분?


그려놓은 건 쉽게 그린 거 같은데, 내가 그려보면 잘 안 돼요. 어렵고 힘들어요. 뭐가 문제지? 남들도 그냥 이쁜 찻집 사진 찍었고 그걸 그렸는데 나는 왜 안 될까? 그런 걸 보면 뭔가 있나 봅니다. 도대체 무슨 요술이 있는 걸까요? 왜 너는 되는데 나는 안되니?

극사실주의처럼 색이나 물체를 완벽하게 같도록 그리는 게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내 식, 내 표현 방식이 나와야 하는거 같은데요. 대상을 보고 그것을 화지에 옮기는 일은, 실은 현실을 비현실로 만드는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요. 어디까지 그릴 건지. 주인공이 아닌 부분은 공백으로 둘 건지 배경으로 남길지.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채도로 그릴지. 보색으로 포인트를 줄 건지, 아쉬운 부분은 어떤 상상력으로 채울지. 계절은 어떻게, 하늘빛은 어느 정도로 등등 바라보는 대상은 그저 아이디어 제공, 영감을 제공하는 역할인가 싶을 만큼 생각이 많아진답니다. 물론 제 실력이 바닥이라 선택의 고민은 더 많을 테고요. 그래서 더 결론이 형편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 그림을 많이 그린 분들은 자신만의 톤이 있고 구도가 있고 해 본 가닥(?)이 있어 답안지를 채울 공부량이 많거든요. 저는 공부가 부족하니 주로 이건가? 하며 연필 굴려 찍어서 풀게 되고 그러니 틀린(틀렸다는 표현이 맞지는 않지만 어울리지 않는, 예상과 너~~무도 다르게….) 결과물로 나올 때가 대부분이랍니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그리는 그림에 매일 소량씩 실망하며 스케치북을 덮습니다. 잘 그린 그림 따라 그리며 '나 이 정도면 제법 그리는데?' 하며 올라갔던 자신감이 지상 50cm까지 떨어진 상태랄까요? 그래도 발은 떨어져 있으니 영 실망할 일은 아니에요. 제가 누구보다 한심해하는 저 자신이지만 후하게 쳐주는 부분이 '시험점수'와 '그림에 대한 꾸준함'이니까요. 천부적 재능 없으니 매일 하는, 손에 익히는 작업. 예술이라 부를 수 없는 '기능'이더라도 저는 만족스럽고 충분하니까요. 기능으로 무언가를 그릴 수만 있다면 대만족일 겁니다. 그렇게 그릴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준다면 가끔 창의력이든 예술혼이든 실수로든 아름다운 결과물도 건질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러면 족합니다. 제 그림의 목적이자 목표이지요. 우리 집에 걸 아름다운 그림 하나둘 정도만 그리자. (집이 안 넓어서 다행이다. 넓은 집 이사는 아직 노노!) 갑자기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이렇게 규정되어 버렸네요. 이게 아니었는데…. '골목이 어쩌고….' 였는데. 적어놓은 거 담을 수도 없고 여하튼 지금은 이거라고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바꾸면 되죠. 뭐. 킥킥


그럼, 우리 집에 걸 그림은 언제쯤 제 품으로 올지 기대하면서 책꽂이에 보관될 그림 감상하시죠. 아시죠? 제가 항상 제 그림 부끄러워한다는 거? 그림 부족해요. 남사스럽고요. 하지만 제가 뭐 잘났게요.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자라는 거죠. 다만 모두가 표 안 내고 크는데 저는 굳이 성장기를 적고 있으니, 나중에 잘 그리게 되어도 '아이고 올챙이 때 생각 못하네….' 하실 분들이, 증인이 있다는 단점은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키운 그림쟁이다~~해주신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참 좋겠습니다^^



그럼, 이번 주 그림 잘했나~ 감시하시죠^^



지난주 그렸는데 이뻐서 재탕

글자 망했다...

좋아하는 폐가 앞에서.ㅋㅋㅋ 집은 거의 무너지고 벽만 남았습니다. 집의 과거를 그려줍니다....가 제 컨섭같습니다. 폐가에 너무 끌려요.

오늘 그림. 좋아하는 나이 많은 집 앞에서..

동아리 방에서 그리고 나왔더니 갑자기 차가 뙇. 그림을 가려버렸어요. 힝


내일부터는 하루에 두 장씩 그려볼까요? (다음 달 9일 시험 2과목 있는데...치고 해야 하나..) 실력 많이 늘면 좋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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