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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n 05. 2024

집순이와 밖돌이는 한집에 살았더래요

둘이는 오늘 오랜만에 외출을 하였더래요

무척이나 집순이입니다.



특별한, 아니 그냥 아무거라도 일이 없으면 집 밖을 나가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종량제 버리러 나가지도 않지요. 지난 토요일, 아이들 고모와 큰아빠를 만났습니다. 이슥한 시간까지 술집에서 놀았지요. 술잔은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리운전기사거든요. (술집에서 파는 허브티마셨습ㅋㅋㅋ술도 싫어함. 맛없음) 


술집 가느라고 집을 나갔던 주말 이후 신발을 처음 신어요. 오늘 그림동아리 활동차 집을 나섭니다. 웬만한 약속도 그날이 되면 가지 말까 생각되지만 수요일은 다르지요. 열정어반스케치 모임 날이니까요. 10시, 도서관도착하니 전시를 끝낸 그림들이 이사용 상자 두 곳에 차곡차곡 들어있습니다. 예, 전시가 끝났지요. 한 달간의 전시지만 겨우 4번 가서인지 금방 끝이 난 것 같습니다. (복도에 앉아서 안내수도, 사인을 하지도 않으니 거기 있을 이유가 없어서 갈 필요도 없었지 뭐예요) 아쉬움도 있고요. 그럼에도 과정은 신나고 추진력 생기는 작업이었답니다(그만큼 스트레스도 있었습니다만).


전시 끝낸 그림 챙기고 그림 그리고 수다도 떨고 커피도 마시며 모두들 편안히 취미를 즐깁니다. 동아리방에서 세 시간 정도 그리니 오후 1시에 끝이 났어요. 전시 쫑파티 핑계를 대고 밥이라도 해야겠지만 이번 주말 제 방통대 시험이 급하다 보니 할 수 없네요. 그렇게 회원분들과 헤어졌습니다. 겸사겸사 액자와 그림들 가져가려 바쁜 백수남편과 함께했네요. 저의 동아리 활동 시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겠다 따라나선 김에 시킨 일이지 액자 몇 개 때문에 부른 건 물론 아니었고요. 그렇게 남편과 나온 길 집순이의 바깥사람, '밖돌이' 남편이 임장을 가자 시내를 가자 하네요. 혼자였으면 집으로 바로 갔을지 모르는데 2,900만 원짜리 12평(당근에 올라왔길래 제가 운을 띄웠지요. 다주택자 하고 싶어서요.ㅋㅋ) 구시가지 집도 구경하고 시내에서 지난주 그린 주스 가게도 지나치며 걸어도 봅니다.


집 나오긴 싫은데 또 나오면 좋아요. 집에 가기가 싫습니다. 여러 가지로 넓게 보는 시야가 없는 거 같아요. 당장 보이는 곳에만 정신이 팔리는 걸 보면 말이에요. 남편과 걸으면서 "아, 이쁘다. 그리면 좋겠다. 우와~이게 뭐야?" 소리를 5미터마다 남발하며 사진을 찍어요. 목적지 설정이 잘 안되는 걸음마 아기 같네요. 가다 신기해서 서고 가다 또 이쁘다고 서고 가다 말고 희한한 집이라며 구경하기에 바쁩니다. 세상과 자발적 단절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밖에 나가면 그렇게 새로워요. 길거리 새로 칠한 노란 횡단보도도. 도로 정비로 일방통행이 된 시내 거리도. 무심코 지나치던, 쓰러질 듯 서 있는 옛날식 이층집도 말이에요. 모든 게 신기하고 모든 게 그림 같답니다. 사진기를 들이대며 좋아하는 구도로 사진을 찍고 호기심이 생기는 길은 일부러 목을 빼고 둘러보곤 합니다. 그렇게 화면에 담으니 그림은 하루 하나를 그리는데 사진은 나갈 때마다 50장씩 찍게 되니 곧 엄청난 쓰레기 처리 시간을 소모하게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드네요.


맞아요. 지난달부터 진짜 어반스케치를 시작했습니다. 20주가 넘도록 그림을 그리고 연재를 했는데 이제 설정한 목적지가 보인달까요? 그리고 싶었던 걸 그리기 위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는지 여행스케치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우왕좌왕, 제 그림 스타일이 뭔지도 몰라요. 통일성도 없고 제가 잘하는 구도가 어떤 것인지 확신도, 어떤 색감이 만능으로 나만의 트레이드 컬러인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길을 걷다 보이는 것을 펜으로 스케치하는데 머뭇거림이나 두려움은 없어 보여요. 완성도와는 관계없이요.


종이라는 공간으로 옮겨 넣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림은 언제나 잘하고 싶은 '무엇'이어서 항상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조금은 잘하게 되어서일까요. 아니면 매일 하다 보니 익숙해져 생각이 떠오르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여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습관처럼요. 펜으로 주변을 종이 위로 옮겨 놓듯, 오늘 본 화사하고 이쁜 하늘과 골목 색들도 수채화 종이에 옮겨놓을 날이 언젠간 오겠지요? 그날이 사실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큰딸은 제 그림의 관객이 되어주는데 제 초록이 이쁘다고 하네요. 건물 선이랑요. 선은 끄덕이겠는데 색이 이쁘다니 잘하라고 하는 소린가.. 싶긴 합니다^^)


또 일주일의 시간 동안 그림이 일주일만큼 늘었는지 혹은 같은지 매섭지 않은 눈으로 잘 봐주시길 부탁드리며... 이번 주 연재를 마칩니다. (기말시험이 9일이라 글벗님들 글도 못 읽고 겨우 연재만 쓰고 사라짐을 양해 바라며... 공부를 안 해도 딴짓은 양심의 가책이 들어서 못 하겠네요. ^^ 주말 지나고 만나요~~~)


일주일 매일 그린 그림 봐주세요~~ 숙제 검사~!


2주 전 그림 재탕 곰탕 하기. 그 자리에서 그린 척 건물 앞에서 찍기. (겸사겸사 떡볶이 먹으러 갔더니 배달만 한다며... 가게가 이렇게 이쁜데 안에서 못 먹어.....허억. 발길을 돌려 찻집에 갔다는 전설이... )

오래된 일본식 주택처럼 보이는데(부산 남포동 보수동가는 길이나 왜관에서 봤는데..)...

사람들로 북적였을 동네. 지금은 그저 낡은 동네가 된 인사동.

다주택자를 만들어 줄 이천구백만 원짜리 이층집.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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