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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n 14. 2024

집에 도둑님 오셨습니다

한 달 만에 가셨습니다


아침 뭐 먹을래? 아메리카식 코리아식?

북한식!

북한식이면.... 굶는 건데..

어헉. 그렇게 받을 줄 몰랐네. 나는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이 나올 줄 알았지.

아 냉면 된다. 그럼 코리아식 아메리카식 북한식 뭐?

나한테 묻지 말고 애들 먹고 싶은 거 먹자.

애들...'당연히 아메리카식이겠지. 빵순이와 샐러드순이가 사니까'

툭탁툭탁 톡톡톡톡 땡 치이익~~~

얘들아 밥 먹자아!

얘면 누구까지? 나 빼고 다?

마! 퍼뜩 오이라~(주말 아침 브런치 시간(?)부터 말짱난이여~)


치즈 달걀 상추 파프리카 오이 소시지를 층층이 쌓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잼 발라 먹고, 학교 동아리에서 키워 뜯어온 상추 넣은 케이준상추샐러드도 먹고 우유로 입가심하며 아침을 간단히 때운다.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 5월 내도록.



방통대 과제 몇 개... 많지만 3일에 한 책씩 격파하며 처리하면 3주 안에 여유롭게 내게 될 테고 그러고 나면 남은 2주 동안 기말 준비를 해서 2과목 시험 치면 정말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계획은.


생각보다 잘 지켜졌다. 풉. 3주간 준비하려 한 과제는 좀 미룬 바람에 2주 만에 하게 되었고 그 덕에 완결성이 3% 부족했지만 첫 학기에 이 정도면 그 뭐라고 하더라.. 갑자기 단어 생각이 안 난다.. 그 뭐 이 정도면 충분히 잘했다는 말할 때 쓰는 그... -양심이 단어를 지웠나?- 뻔뻔? 아,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잘했고 낙제 아닌데 너무 만족하고 (벌써? 기말 점수도 안 나왔는데?) 뭐 그런 상태다.

내가 언제부터 나에게 이리 후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아마 그건 내 머리 나쁨에서 기인한, 공부는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에서 나온 결론인 거 같긴 한데.... 어쨌든 뭐 진짜로 그렇다. 이제 다음 달 9일에 치는 기말 준비만 잘하면 되는데.... 문제는 인지에 사소한 그... 뭐가 있어서 장, 단기 기억 상실 현상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문제 방식이 과제라면, 글로 쓰라면 오픈북으로 책 기웃거리면서 써내겠는데 외운 걸 치는 '시험'이라는 건 정말 최악의 적성 중에서 최악 같다. 도대체 글자가 각막 너머로 들어오질 않는다. 아~~ 각막이 두꺼워.... 보는 것마다 다 반사해~~~


점수와 무관하게! 과제도 시험 준비도 -큰 어려움 없이- 해 내고 있는 건 반할 이상이 집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 도둑이 들어온 것 같은 상태였다. 먼지가 구역을 정하지 않고 곳곳을 점령했고 봄 재킷은 아직도 옷걸이에 걸려있는 데다가 냉장고 냉동실이 텅텅 비어버렸다. 둘째는 걸핏하면 물건이 어딨냐며 내가 숨긴 것도 아닌데 물어대고 첫째는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태초의 상태를 만들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구분되기 전 상태로 시간을 돌려 역사를 쓰고 있었던 거다.


과제를 다 내고 나니 다음 달 시험 준비는 시간 있을 때 안 하고 1주일 만에 능력 테스트 용도로 남겨두려는가 보다. 또 며칠째 느긋하다.

아~~ 뭔가 묵은때라도 벗긴 것처럼 노곤해져서 시험공부가 퍼뜩 포지션 변경하여 본론 진입 못 하고 빙빙 돈다. 그래도 좋다. 좋아하는 글 쓰는 과제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더니 외워서 치는 시험에는 (포기?) 제법 여유로우니 말이다. 과제 준비 때는 그림도 5분 스케치로 적당히 넘기더니 시험을 앞두고선 색까지 넣고 있으니 곧 찾아올 일상 복귀 준비인가? 어쨌든 기대마저 든다. 하루 중 반은 자고 남은 반은 글 쓰고 반은 그리고 반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삶?


오늘의 한마디


왜 시험 기간에는 평소 하지도 않던 일들이 모조리 그리워질까요? 친구랑 떡볶이 먹기도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되고 '내일 하지 뭐'하며 모조리 다음 날로 패스하던 온갖 것도 지금 당장 너무도 소중하고, 인생에서 더없이 중요해 보입니다. 시한부 인생처럼 내일이 오지 않을 듯 조바심도 들어요. 무심코 밟고 지나가던 개미마저 세상 이치를 간직한 듯 의미 있어 보입니다.

시험이 주는 선물은 지겨워하던 일상마저 그리워하게 된다는 점 같아요. 일상이 지루하다면 시험을...강력히 추천합니다.



지난달 그러니까 5월 26일 쓴 글입니다. 시험공부 안 하고 글 쓰다가 이러면 안 된다며 정신 차렸던. 그래서 마무리가 안 되었던 글을 여전히 마무리 별로 안 하고 올립니다. 아직 글쓰기 모드 진입이 안 되었다는 변명…. 변명 안 하면 무슨 낙으로 살까요?ㅎㅎㅎ 그래도 오늘 그림 두 개나 그렸고 시험 끝나면 해야지...하던 거 나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6월 9일 남해(군) 가 물회 먹고 시험을 쳤어요. 성격상 공부는 안 해도 시험 때 딴짓은 못 하는데 시댁 식구들 모임이라서 따라갔지요. 차 한 잔까지 하고 시험을 치러 갔지요. 남해대교 근처에 좋아하는 집이 많아 사진 찍어왔답니다.

택시 사무실?
요 집이 파출소는 아니고요. 골목 들어가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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