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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l 15. 2024

전쟁의 슬픔(바오 닌)

독후 활동

전쟁은 끝이 났다. 참전 용사인 끼엔은 전사자 유해발굴단으로 사망자가 많았던 지역을 돌고 있다. 끼엔의 오래되지도 않은 기억 속 전투지다. 죽은 자와 산 자가 구분되지 않던 전쟁터, 끝이 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죽은 동료가 부하가 상사가 말을 거는 곳이다. 불쑥불쑥 시간은 무의미해지고 과거가 현재로 변한다. 전쟁, 고향, 가족 그리고 프엉, 사랑하는 여인이 떠오른다. 서로의 반쪽처럼 붙어 다니던 둘은 끼엔의 군 복귀를 위해 함께 기차를 탄다. 그곳에서 폭격당하고 그 아수라장 속에서 프엉은 윤간당하며 영혼의 죽임을 당한다. 끼엔은 전쟁터로 다시 도망치듯 들어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서 누구도 승자일 수 없는 전쟁의 참혹함에 몸서리친다. 피를 흘리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전우의 수없는 죽음을 목도 한다. 죽고 싶어도 죽어 지지도 않는 곳에서 10년을 보낸 어느 날 전쟁이 끝난다. 전쟁의 예고편 같던 전장을 향하던 끔찍했던 기억의 기차, 지금 끝나지 않을 과거의 연장선인 미래를 암시하듯 또다시 기차 안이다. 돌아온 집, 꿈인 듯 그 옛날처럼 옆집에선 프엉이 살고 있다. 감격스러운 재회와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에 힘들어하다 둘은 이별한다. 전쟁마저 침범하지 못했던 둘의 사랑이었지만 그들은 처음의 둘이 아니다. 프엉이 떠난 곳에서 끼엔은 작가로서 토해놓았던 글을 전쟁의 혼령처럼 그곳에 유영시키며 홀연히 떠난다. 전쟁이 그 안에서 끝나지 않듯 프엉을 향한 사랑도 끝나지 않음을 알기에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죽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전쟁으로 잃어버린 사랑 이야기다. 폭풍우가 길어지면 폭우가 만들어 낸 홍수 속에 나무 조각 같은 자연물뿐 아니라 지붕 송아지 냄비며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물들까지 휩쓸리는 걸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작가 속에 있던 폭풍우가 밀려 나오는 느낌이다. 전쟁의 잔인함, 슬픔, 폭력성, 이별, 허무 등 온갖 감정과 상처가 한 장면을 다 쓰기도 전 다음 장면으로 쏟아져 나온다. 차마 정리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밀려 나온다. 이것을 손대어 보려 해도 저것이 떠내려와 엉키고 저것을 건지려다 물살에 휩쓸려 정신을 잃게 된다. 읽는 내내 눈가가 젖었다. 끔찍한 전쟁 그 한복판에서 살아낸 작가 한 개인의 슬픔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이념 혹은 무엇을 위해서인지도 모를 연유로 일어난 전쟁에 진저리 쳤다.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군인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같이 겪을 수밖에 없는 주변인들까지, 전쟁의 피해자는 너무도 많다. 전쟁 속에서도 살았고 그것이 끝난 후에도 그러하겠지만 그것의 고통은 옅어지기는커녕 기억을 끄집어내며 정신과 육체를 좀먹어 들어간다. 굶주림, 추위, 병, 두려움, 이기심 그 모든 걸 겪은 작가는 그것을 쏟아내며, 쏟아내어야만 살 수 있는지 모른다. 사랑을 잃은 끼엔의 상실감처럼 상흔은 재생산된다. 작가의 자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설을 읽으면 전쟁이 한 인간에게 주는 고통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어느 곳은 아직도 전쟁 중이다. 전쟁으로 인류가 배울 점은 그것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그 사실 단 하나뿐일 테다.


방통대 숙제로 제출한 것입니다. A4 한장에 내용요약과 감상쓰기였습니다. 짧게 적어야 해서 축약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다시 찬찬히 쓰려고 보니 엄두가 안 나서 원본으로 올립니다.


충격적이며 가슴을 치게 만드는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눈물이 꽤 흐르더라고요. 전쟁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슬픈 이야기. 우리가 알아야만 할 베트남 전쟁의 참혹함을 세상에 알린 대단한 작가 바오 닌의 작품을 작가님들께서도 꼭 읽어보시기를. 


회오리에 휩쓸리듯 글 속으로 들어가실 겁니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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