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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n 30. 2024

늦은 사랑

에 대한 얘기를 쓰려고 시작한 얘기는 아닌데 말입니다....

늦게 사랑을 아는 사람이 있었어요.



외국어를 배워 작은 항공사 스튜어디스를 해볼까, 컴퓨터 자격증을 따 사무실에 앉을 일을 할지 고민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때를 지나는 사람요.

뚜렷한 목적은 없지만 누구나 배운다니 외국어 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였어요. 비슷한 또래가 모여있는 그런 곳 말이에요. 누가 봐도 반할만한 그녀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사귀기에 부족하지 않은 나이가 갖춰져 있으니 -친하게 지내는- 학원 실장님은 걸핏하면 얘 어떠냐 쟤 어떠냐며 만남을 주선했죠. 그렇게 만났을 거예요. 공부는 뒷전이 되어버린 학원에서 얼굴만 아는 남자를 만난 거요.


차가워 보이는 그녀처럼 그도 꽤 빙하 맛 인상이라 서로에게 좋은 감정은 없었는데 소개받았어요. -그쪽도 누군가를 사귀기에 충분한 나이였을 테죠- 인상과 달리 말을 나누어 보니 차분하기도 예의 바르기도 한 사람 같았어요. 그렇게 둘은 자주 만나며 아는 사람 이상이 되고 있었죠.


그녀에겐 같은 학원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 친구이자 동생이 있었어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누나 누나 하며 따르는 이 아이가 편하고 좋았죠. 비혼 실장님과 자주 만나고 어울리다 보니 알게 되었을 거예요. 여럿이서, 둘도 만나곤 하는 아는 사람으로요.


학원에서 사귀게 된 남자와 세 명이 밥도 먹으며 편하게 어울렸어요. 딱히 꿀 떨어지고 불꽃이 이는 관계로 일방통행적 진입이 되지 않다 보니 여자가 어색해했거든요. 중재자 혹은 사이를 유연하게 해 줄 사람을 자주 불렀던 것도 같아요. 그렇게 어울려 다니기도 했으면서, 알고 지내던 사이면서도 그 남자는 동생을 차갑게 대했어요. 그녀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첫인상처럼 진심은 차가운 남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결국은 그런 연유로 헤어졌고요. 그런 과정도 다 곁에서 지켜봐 준 그 친구가 편하고 좋았어요.


여자는 이별에 힘들진 않았지만 외롭긴 했어요. 친구가 필요한 저녁, 차 한잔하자 부르면 흔쾌히 시간을 내어주며 얘기를 들어주는 존재로. 동생이 때론 연인처럼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어느 주말 혼자 쇼핑을 나간 길이었어요.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구멍을 물건으로 메우던 때라 언제나처럼요. 책방이 문을 닫는 시간 그 아이가 생각났어요. 전화했죠.


“어? 누나. 어디세요?”

“응…. 서면”

“정말요? 저도 서면인데. 뭐 하고 계세요?”

“동보서적 왔는데 문 닫을 시간이야. 뭐 할까 싶네. 혹시나 놀아주려나 싶어서 전화했어.”

“저 누나. 지금 친구랑 있는데요. 곧 헤어질 거 같거든요. 잠시만 기다리실래요?”

“나는 괜찮은데 친구랑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아니에요. 헤어질라고 했어요. 책방 문 닫으면 어디 계실 거예요?”

“맥도널드 들어가 있을게”

“예, 누나 그리로 갈게요”


“어! 누나~ 오늘은 평소랑 다르네요?”

“오늘은 사무실 가는 날 아니잖아. 편하게 입었지(히피처럼- 긴 파마머리 풀어헤치고 끈형 민소매 흰색 긴치마에 조리를 신고-포레스트 검프 제니 같은 복장이었던 것 같네요.)


서둘러 나온 듯한 동생이 반가운 저녁이었어요. 이런저런, 기억나지 않는 가벼운 얘기를 했을 거예요. 문 닫을 시간까지 말이죠. 헤어질 결심을 하고 지하철을 탈까 할 때였어요.


”누나 좀 걸을까요? “

”나야 좋지. 걷는 거 좋아하잖아. 근데 너는 집이 여긴데 데려다주면 또 걸어야 되잖아 “

”괜찮아요~“


그렇게 부산 서면에서 문현동까지 40분 정도 걸었을 거예요. 여름이었지만 해가 저문 지도 꽤 된 시간이라 더위도 생각나지 않았답니다. 상대방 말을 잘 들어주는 동생과 있으면 말 없는 저도 수다쟁이가 되곤 했어요.


”어? 다 왔네 “

”누나! 자주 전화 주세요 “

”나야 좋은데 너가 바쁘잖아 “

”아니에요~“

”알았어. 다음에 보자!“

”예 누나 들어가세요…. “

”안녕~“


버스를 타는지 지하철이 끊겼을지 관심도 없이 저는 그렇게 그 아이와 집까지 온 것 같아요. 아쉬워하며 동생을 보냈지만 마음이 많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으니, 그날의 산책 같은 길은 뭐랄까…. 마음이 많이 풀린, 포실포실한 삶은 감자 같은 감정이었답니다.


남편이 그랬어요. SB가 너 좋아했다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랐냐고. 난 진짜 몰랐는데 그냥 편한 동생이고 잘 따르는 동생이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남편도 그전 남자도 같이 있을 때 그렇게 까끌까끌한 태도였나?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이기적이었네요. 상대방 감정이나 기분에 대한 배려도 없었으니 말이죠.


굳이 옛날이야기를 끄집어내 이 얘기를 한 이유는 있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뒷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건데 말이죠. 무슨 얘기냐 잠시 하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 감정이 같은 속도가 되기 참 어려워요. 그 수많은 각자의 속도 속에 둘이 맞을 수 있다면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저는 그림과 사랑에 빠진 상태예요. 그런데 짝사랑 상태예요. 사랑의 범주에는 들겠지만, 서로가 동시에 하는 거라면 전 사랑은 아닌 거. 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요. 다음 편에 할게요. 면 아무도 안 읽으실 것으실것 같으니까요^^


그럼 속도 조절을 위해 이만 바이~~


그림 참 어렵다.. 장마철이라 종이가 더 까다로워졌다. 아 어렵다. 사랑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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