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가가는 게 힘든 나였다. 겉으론 씩씩해도, 가끔 누구보다 활발하고 푼수 같아 보여도 속을 내어놓고 내 사람이다 생각하는데 누구보다 짜게 구는 나였다. 그런 내가 언제부터 너를 이렇게 대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자린고비가 언제부터 굴비 엮기를 멈추었는지. 헤프게 군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는 정확할 거다.이건 다 네 탓이다. 화장도 지우고 액세서리도 떼어놓고 드레스도 벗어놓고 맨몸으로 내게 다가온 네게 진심을 바위 위에 떼어놓고 왔다 거짓말할 수 없었음이다. 네게 잡혀가면서도 나는 네 등을 내 침대 위인 듯 편하게 생각하게 된 거다. 너는 내게 그토록 신뢰를 얻은 거다. 아니, 네가 나를 그토록 진심으로 좋은 곳으로 데려가고싶어 한 거다. 끝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좋은 곳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 내가 언제 살아 용왕님 뱃속에 들어가 보겠냐. 왕의 간으로 살 기회가 있겠냐 그 말이다.
네가 그토록 귀하게 여기던 그분의 간이 되었다. 난 죽었으나 살아있는 상태다. 믿었던 너는 지금도 내게 믿음직한 하인이다. 너는 친구일 때도 하인일 때도 충직한, 곁에 두고 싶은 존재다. 화가 나야 할 것 같지만 감사한 마음도 든다.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지만 후회 없다.
네가 날 데려가고 싶었던 곳에 들어가는 중이다. 표를 끊어놓았으되 하루 이틀 미루고만 있었는데. 이제 때가 되었다. 네게는 연료가 떨어져 보충해야 할 때가 있을 거고 지금이 그때이리라. 나는 그때를 맞춰 네게 기름을, 석탄을, 밥을 대어주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게을러서 이렇게 늦은 모양이 되었지만 내 맨 처음 계획도 이렇게 느린 모양으로 네게 연료가 되고 싶긴 했었다.
이제 네게 간다. 너의 책을 들고 내가 신청한 도서관 책으로 너를 만나러 간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 너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지금 너에게 간다.
도서관에 5개월 전에 신청해 놓고는 이제 독후감 쓰려고... 미안한 마음은 없습니다. 처음 작가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여러 작가님께 읽히고 독후감으로 태어날 때 저는 기다리리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분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면 기술과 내용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이 아이를 소개하려는 처음 계획한 목적, 그걸 달성 못 하게 될 테니까요.
음원 차트 1등 찍고 75등 정도로 내려왔을 때, 아직 역주행이라 말할 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나온 신상이라기도 우기기 어중간할 때 제 식으로, 단독으로 소개하고 싶었는데 마침 제 느림이 좋은 곳에 쓰인 것 같습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데 제 개똥은 쓰일 때가 있군요. 버리고 싶었던 느림이라는 개똥 덕을 다 봅니다. 서평은 여러 작가님이 썼고 앞으로도 쓰겠지만 저는 들어가는 길까지만 쓰겠습니다.
류 작가님 또 다른 책이 또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했답니다. 어떻게 위인들은 이렇게 뭐든 도전하고 이루어내나요? 작가님들 대단쓰! 저 같은 평민은 그저 우러러만 볼 뿐! 오우 지저쓰~~ 더 늦으면 2탄 출간 파티하면서 1탄 독후감 쓸 판이라 일단 발행부터 누릅니다. 잔치다~~~~
스포일러 없는 독후감, 그럼에도 '이건, 꼭!' 작가님께서 강조하고 싶은 주제 하나 두 손으로 내려놓고 가겠습니다.
행복이 행복인 줄 알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소중한 딸과 함께 꿈만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행복 작가님의 후속작 출간된다니 기쁘게 기다리겠습니다. 이 첫 문장 읽고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려 눈물 났습니다. 코가 빨간 상태로 5분 만에 쓴 글임을 알려드리면서 그러므로 글에 내용이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에헴. 감사합니다.
게을러가지고 제 소중한 작가님들 내친(구는)베(스트셀러작가)글을 안 쓰고 있지요. 어우 클났쓰. 밀린 게 어마어마! 모르겠당~~ 다음은 제가 이 아이 고모 되는 사람입니다.... 인 책 <사랑이라는 착각> 출간한 후에 (brunch.co.kr)소개 글도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