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사임당 Sep 20. 2023

소음의 출처

아이야 잘 시간이란다.

어제는 하루 일을 쉬고 이곳저곳 가서 개인적인 일과 집안일을 보았다. 내가 다니는 능력개발관에서 그림을 그렸고 오후에는 아이 학교를 두 곳 가서 상담도 받았다. 즐거운 쉬는 날이라 컵이 큰 커피도 한 잔 마셔가며 글을 두 개나 썼다. 마음이 느긋하고 시간 부담이 없으니 나만의 시간이 행복하다. 방해하는 사람 없이 나를 위한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니.


남편이 저녁을 해결하고 온다 해서 저녁도 단출하게 숙주를 푸짐하게 넣은 볶음우동으로 했다. 국을 따로 끓이지 않으니 아이들과만 먹는 식사는 편하다. 그저 국하나 더 끓이는 거라지만 물에 달걀 휘휘 저어 국물을 내든 어묵 한 조각 넣고 만들라는 말을 쉽게 하는 남편은 모른다. 국, 고작 국 하나지만 국을 하나 더 차린다는 건 한식을 준비하는데 중식을 하나 더 해 내는 것처럼 따로 성가신 음식이란 걸. 그저 오이가 있으면 오이무침을 하고 달걀이 있으면 달걀말이든 찜이든 해서 도라지무침, 깻잎김치, 멸치볶음 우엉조림 같은 밑반찬과 차려내기만 하는 식사 준비가, 육수를 내고 어울리는 국 종류를 고르고 뜨거운 국물이 끓으면 원물을 넣고 기타 채소도 넣어 색감과 맛을 내고 식사가 너무 늦어지지 않게 차려내기 위해 물 양도 조절해야 하는 신경 쓸 것이 꽤 많은 음식이란 걸 말이다.


아이들을 재울 때까지 남편은 돌아오지 않는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 인지 늦게까지 글쓰기 수업에 제출할 숙제를 마무리하도록 피곤이 없다. 남편방을 차지하고 글을 쓰지만 주인이 늦으니 다행이었다 생각하며 잠자리에 든다. 12시가 넘었다. 내일을 위해 잠이 들기를 바라며 불을 껐다.



새벽 3시. 아이가 일어난다. 화장실이 가고 싶은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라도 났는지 깨었다. 무슨 말을 하는데 들리진 않는다. 들리지 않으니 아이는 답답한가 보다. 발을 동동 구른다. 아랫집 윗집 옆집이든 깨어있는 집을 찾기가 가장 어려운, 새벽과도 밤과도 가장 먼 때. 안돼, 그러면 안 되지.


아이는 알면서도 그러는 거 같다. 발을 동동 구르고 쿵쿵거리면 부모가 <원하는 걸 다 이루어주는 지니>로 변신한다는 걸 이미 파악을 해버린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살기 위해 본능이 더 빠른 거 같다. 체득한다고 할까? 아니면 그저 영리한 건가? 어른들의 눈빛 얼굴빛으로 상황을 읽고 행동 하나하나가 일으키는 파장을 빠르게 잡아내는?

남해군

스트레스 수치가 상승한다. 조치를 취해야 하나. 조금만 기다려줄까. 아이를 믿고 순리에 따라 믿음을 줘볼까?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만도 하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는 게 좋겠지. 이 시간에 소란하긴 싫다.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솜사탕이 입안에 들어왔던 흔적도 지워버리듯 사라지는 것처럼 잠잠해지길.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무엇이 필요하기에 이 시간에 깨어났을까? 궁금은 하다. 컴컴한 방에서 아이의 얼굴은 어떤 표정일지 상상도 해본다. <윗집 아이>는 쿵쿵거림으로 어른들을 호출해 놓고. 부모가 뒤꿈치로 아랫집도 일으켜 공동육아를 할 수 있게 해 놓고. 자기 방에 오도록 만들어놓고 원하는 걸 얻긴 했을까?


잠이 깬 새벽에도 사탕을 내어놓아라 마이쭈를 내어놓아라 하며 흥정을 하였을까? 엄마와 같이 자고 싶다고 잠자리 대 이동을 지시했을까?


집에 남편이 있었다면.

잠이 깨어 화를 낼테니 안절부절못했을테다.

혹은 남편이 윗집을 찾아가 언쟁을 벌이다 다툼이 생겨 뉴스에 나오는 일이 생길까봐 선제적 조치로 불안했을지는 모르겠다.

윗집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남편때문에  생기는지 양쪽 다인지 어디에도 위안 받을수 없어 힘들다.


그래, 남편이라도 오늘 이 상황을 몰라서 다행이다.


윗집은 둘째 아이 학교에 언어폭력을 일상으로 하는 아이처럼 미세하게 나아지고 있을거다. 당하는 사람은 그 느린 시간의 흐름속에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기도 하겠지만. 갈비뼈가 튼튼한지 심장이 뚫고 나오지 않을만큼 단단한지 확인이 필요한 때 보내고 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는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걸 안다. 단단한 남편이 지치지 않고 인터폰도 해주고 도움을 구할수 있는곳에 조치도 취해놓아 천장에 사는 사람들이 눈치라도 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시간은 내 편이겠지만 내가 나의 편이 되어줄지가 미지수다.


나를 잡아줘!
등대속에 피어난 조그만 .. 인삼?  희망이 피어나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부모 상담을 갔다 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