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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10. 2022

정말로 힘들면 멈춰라. 그리고 생각해라.


당신은 평소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는가? 사람들은 '힘들다', '죽겠다'는 말을 별생각 없이 사용한다.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주변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도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서 일이 맘처럼 풀리지 않거나, 몸이 조금만 좋지 않아도 메신저에 '오늘 너무 힘들다'라고 말을 하거나, SNS에 자신의 상태를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일이라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는 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그와 비슷한 정도의 힘든 일을 겪었던 경험, 자신이 힘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 그것을 극복하는 데 걸린 시간 등에 따라서 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나는 힘든 감정을 자주 드러내는 사람일수록, 타인보다 자신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 배려심의 부족? 얼핏 듣기엔 전혀 관련성 없는 말처럼 들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천천히 풀어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힘들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 바로 '자신 또는 누군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할 때', 우리는 힘들고 괴로운 감정을 느낀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울 때, 그것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에는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시간' 2가지가 존재한다. 먼저 '절대적인 시간'이란, 어떠한 분야에 대해 처음 접해보는 시간을 말한다. 축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축구를 잘한다고 말하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축구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한 번 이상은 공을 발로 차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접하는 '절대적인 시간' 이후로 모든 시간은 '상대적인 시간'이다. 난생처음 축구공을 발로 차보고 드리블을 해보고 나면, 자신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사람이 축구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타고난 재능이 뛰어날수록, 익숙해지는 시간은 줄어든다. 반대로 재능이 없는 사람은 그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가진 재능은 다르다. 그래서 무언가를 익히는데 걸리는 상대적인 시간도 상이하다. 만약 당신이 회사에 새로 설치된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는데 이틀이 걸렸는데, 당신의 부하 직원이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그것을 다루는데 어려워하는 걸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화가 나고 답답한 기분이 들 것이다. 그때 당신이 느끼는 분노와 답답함도, '힘들다'는 범주 안에 포함된 감정들이다. 당신이 그것을 보며 힘들다고 느낀 이유는, 부하 직원이 '자신만큼 빨리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기'를 바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일뿐만 아니라, 이것은 우리가 힘들다고 느끼는 많은 상황들에 적용할 수 있다.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에게 화가 나는 것도, 친한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이유도, 사랑하는 연인에게 화가 나는 것도 바로 자신의 기대치를 상대가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자신의 기대치를 상대방이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건, 다시 말해 자신이 상대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현재 상대가 자신에게 주는 기대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치를 숫자로 바꿔 말하면, 상대가 내게 줄 수 있는 기대치가 5라면 자신이 바라는 기대치는 7이나 8이라는 것과 같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2가지다. 첫 번째, 자신 또한 상대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가? 두 번째, 자신의 기대치를 낮춰볼 생각을 한 적 있는가?


 




자신이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작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건 서툰 편이다. 이것은 특히 연인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가 나를 더 생각해주고, 연락을 더 해주길 바라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다만 내 연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고찰 없이, 오직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해주길 바라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만약 어떤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났을 때 수줍음 많고 내향적인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고 가정해보자. 둘이 사귀고 난 뒤, 그는 친구들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해주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자 친구는 낯을 가려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리가 파하고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 '내 친구들이 불편하냐'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 말을 들은 여자 친구 또한 화가 났고, 둘은 크게 다툰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남자 친구의 행동이 문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연애를 할 때 대부분 이런 실수를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다. 자신이 상대에게 매력을 느낀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자신이 원할 때는 상대가 정반대로 행동하길 바라는 것이다. 정말 이것을 떳떳하게 바란다면, 자신 또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사람이 가진 성향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좋은 쪽으로도, 그렇지 않은 쪽으로도 발현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기대치를 좀 더 낮춰보는 것이다. 자신이 조금만 기대치를 낮춘다면, 모두가 편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 남매까지 총 4명의 가족이 모여사는 집이 있다. 이 중 어머니는 청소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다. 반대로 아버지와 남매까지 3명은 어느 정도만 깔끔해도 만족하며 사는 편이다. 만약 이 집에서 어머니가 나머지 3명에게 자신이 바라는 기대치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청소를 하더라도 못마땅해하며, 시시콜콜 잔소리를 해댄다면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명이 바라는 기대치를 위해 3명이 노력하는 것보다, 높은 기대치를 가진 한 명이 기준을 낮추기만 해도 모두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연인 관계서도 마찬가지다. 연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남자 친구를 둔 여자 친구가 있다.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자신만큼 연락을 해주길 원했고, 남자 친구는 그녀를 위해 평소보다 연락하는 횟수를 늘려나갔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성에 차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그가 자신에게 더 많이 연락해주기를 바랐다. 결국 그는 지쳐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만능이 아니다.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해 줘서'가 아니라 원래 하지 않던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당신 또한 상대를 사랑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기대치를 낮춰보라. 그리고 상대가 노력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준다면, 훨씬 더 서로가 편안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유난히 힘들다는 감정을 남들에 비해 많이 느낀다면, 앞서 말한 내용들을 떠올려보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바라는 걸 요구하는 만큼, 당신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있는가? 당신의 친구, 가족, 연인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실 당신이 그들에게 바라는 기준이 너무 높은 건 아닌가? 상대가 당신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칭찬해주고 있는가?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힘들다는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요즘 들어 힘들다는 생각을 너무 자주 하고 있다면, 스스로에 대해 돌이켜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힘들다는 감정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친한 사람들과 만난다면 당장은 그 감정을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쾌락들은 결코 근본적인 힘듦을 해결해 줄 수 없다.



어쩌면 당신은 힘든 게 아니라, 방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가진 것이 없고, 주변에 진정한 친구들이 없어서 힘든 게 아니다. 당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몰라서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도 무작정 길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보다, 제자리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게 최우선이다. 지금 힘든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건, 새로운 자극이나 사람이 아닌 '멈춰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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