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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11. 2022

원하는 삶을 살아도 불행할 때가 있다


퇴근 후 매일 글 쓰는 삶을 살면서 하나 느끼는 게 있다. 글 쓰는 삶을 지향하지만, 글을 쓸 때 항상 행복하진 않다는 것이다. 주제 선정에 대한 고민, 퇴근 후 최소 1시간 이상의 시간 투자, 귀찮음을 이겨내야만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3개월이 넘어가면 제법 적응될 법도 한데, 매일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켜놓고 멍하게 앉아있는 시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원하던 목표를 이룬 사람들은, 그 짜릿한 행복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목표했던 직장에 들어간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게 된 사람, 자기 집을 장만한 사람.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것을 이뤘을 때, 사람은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원하던 것을 얻었다고 해서, 그 행복이 언제까지고 계속 이어질까? 마음에 드는 신발을 사서 처음 신으면, 그 순간은 행복하다. 혹시나 새 신발에 무언가 묻을까 조심하며 걷기도 한다. 하지만 1시간만 지나도 우리는 그러한 감각에 무뎌진다. 한 달 정도 지나면 다른 신발들처럼 흙먼지가 묻든 말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고, 원하는 삶을 살더라도 힘들어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전 시간을 활용하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틈틈이 공부를 하며, 퇴근 후에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원하는 삶을 산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거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10억이 있다면 행복하겠지?'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살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특정 영상 또는 주변 지인들의 경험담 등을 통해 우리는 특정한 삶을 살기를 간절히 원하곤 한다.



재미있는 건, 실제로 열심히 노력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 중에선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지금보다 훨씬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야"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돈 때문에 아주 힘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신념을 강하게 가지는 경향이 있다.



유튜브나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반대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곤 한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가난을 극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갖은 고난을 겪으며 성공한 자산가가 된 사람들. 영상 속 그들은 다음과 같은 말들을 공통적으로 하곤 했다. "돈이 많으면 무조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예전에 비해 풍족하게 사는 건 맞지만 그게 꼭 행복과 직결되진 않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런 말을 들으면,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저런 말도 돈이 많으니까 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말과,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말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울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배가 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다고 느낀다. 평소 갖고 싶었던 옷을 사도 행복하다.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할수록, 자신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것이다. 차고 넘칠 만큼 돈이 생기면, 당장은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펑펑 돈을 써도 돈이 줄어들지 않는 삶을 산다면 과연 거기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돈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은 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돈이 없기 때문에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불행한 것이다. 도대체 뭐가 다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분명 다르다.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돈이 많아지면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돈이 없다가 많아졌음에도 꼭 행복하진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분명 이 명제에 불완전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돈이 많아지면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불행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공과금을 못내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 먹지 못할 일도 없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들 중엔 경제적인 요인들도 존재한다. 돈이 많아지면, 적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니까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하기 위해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추상적인 것들까지 돈으로 치환할 수 있어야 맞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돈이 많으면 반드시 행복할 거란 말에 단호하게 반박하는 이유이다.






돈이라는 예를 들어 말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하나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삶을 살아도, 당신의 일상이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거란 것이다.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한 기분을 자주 느낄 순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눈 뜬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웃음이 끊이질 않고 행복할 거라는, 이상적인 삶을 꿈꾸진 말라는 것이다. 상황이 달라져도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인간이다. 덥고 습한 날씨에 짜증이 나고, 창틈으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예상보다 일찍 눈이 떠져 투덜거리기도 하며, 걸어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아파하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즐겨보는 여행 유튜버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과정까지 즐거울 거라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과정까지 즐겁진 않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어요." 아무리 원하는 삶을 살아도, 반드시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그러니 당신이 지금 사는 일상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든 그렇지 않든, 결국 모든 순간이 당신의 삶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나, 우리 모두 지금 간절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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