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은 지금까지 어떻게 이뤄져 왔는가?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며 하는 삶, 순간에 집중하며 현재를 즐기는 삶. 둘 중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고, 그런 삶을 지향하는 편이다. 오늘은 내가 왜 즉흥적인 삶을 살기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해보려 한다.
이틀 전 갑작스럽게 허리를 다쳐, 올해 마지막 여름휴가는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이틀 사이에 걷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낫긴 했지만, 혹시나 무리해서 덧나는 일이 없음을 위한 결정이었다.
4일간의 반강제적인 휴식. 어쩌면 누군가의 입장에선 지루하고 아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나 또한 그랬다. 오랜만에 여행을 갈 생각에 들떠, 새로운 옷을 사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옷이야 나중에라도 입으면 그만이고, 아무리 좋은 곳을 가더라도 거동조차 하기 힘들다면 그곳까지 가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4일 동안 여행을 가지 않고 쉬기로 한 선택이,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봤을 때 훨씬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아마 4일 동안 하루 종일 집에만 있진 않을 것이다. 동네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예전부터 가보고 싶던 카페에 갈 수도 있으며, 오랜만에 친구와 연락할 시간도 가질 수도 있다. 여행을 가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것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즉흥적인 삶에는 예기치 못한 즐거움들이 가득하다. 원래 자신이 하던 것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대체할만한 새롭고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진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이다'란 말을 많이 들어왔으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런 편이다. 하기로 했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되거나, 가기로 한 곳을 가지 못해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물론 당장의 아쉬움은 있겠지만, 차라리 아쉬움을 느낄 시간에 원래 하기로 한 걸 대체할만한 무언가를 찾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이 꼭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 목표했던 것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는 건, 다시 말해 그만큼 간절한 마음이 없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반드시 이루겠어"가 아닌,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와 같은 마음인 것이다. 나와 반대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한심해하거나 답답해할지도 모른다. 미리 찾아보고, 조금 더 알아봤다면 애초에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내가 가진 삶의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 왜냐고? 살아온 삶을 돌이 켜봤을 때, 계획대로 삶이 흘러간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력 여부와는 연관성이 크지 않았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원하던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들어가지 못한 일. 꼭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던 일. 정말로 사랑했지만, 결국엔 사귀지 못했던 일. 떠올려보면 우리가 사는 인생이란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정말로 간절해도 이루지 못했던 것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더라도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할 때가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나는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를 알고 있다. 어쩌면 당신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 바로 그것은 '운'이다. 사실 우리가 했던 모든 노력은 결국 운을 이길 수 없다.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운이 달라진다면,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 모두가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물고 있는 수저가 나뉘며, 좋은 학점과 많은 스펙을 쌓아도 원하던 회사에 들어가지 못할 때가 있고, 정말로 사랑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포기해야만 하는 연인도 존재한다. 열심히 살지 않아서? 더 노력하지 않아서?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서?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자신이 기울인 수많은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뤄온 수많은 것들은 모두 운과 연관이 있다. 자신의 노력도 분명 존재하지만, 운이 차지하는 비율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력이 스스로의 의지와 연관이 있다면, 운은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때의 상황, 사람, 환경, 날씨 등 수많은 요소들이 엉키면서 좋은 운과 나쁜 운을 만들어낸다. 나쁜 운이 당신의 노력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순간부터, 당신은 정말로 이기기 힘든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느낀 후부터, 나는 매사에 '온 힘을 들여'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노력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노력만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벗어난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이 길을 걷는 게 맞다고 믿고 있었으며,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때로 잔혹하리만큼 차갑고 냉정했다. 내 진심과 상관없이 실패하고 상처받고 뒤통수를 맞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받는 건 아니라는 것을.
운은 분명 존재한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큼 분명한 사실은, 노력의 여부에 따라 운을 잡을 수 있는 기회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 데에 운은 개인의 노력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를 이루는데 노력의 비중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일은 운보다 노력의 비중이 훨씬 더 큰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일정 부분 이상의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운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노력은 충분히 내 힘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것이니까.
내가 기울인 노력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 최선을 다한 노력보다 운이라는 요소가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 이것이 내가 즉흥적인 삶을 살기로 선택한 이유이다. 물론 계획적으로 살며, 자신이 원했던 것을 대부분 이룬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분명 거기엔 그 사람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단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그들이 모든 것을 이룰 순 없었을 것이다. 자신도 몰랐던 사이, 자신에게 좋은 운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운이 작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운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노력해야 할 때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아무리 좋은 사람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운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노력만 한다고 해서, 운을 거스르긴 힘들다. 결국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없다. 그저 '운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니까. 결과가 나온 이후부터 당신이 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후회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다. 거기서 얻은 경험을 갖고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걷다 보면, 어느샌가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만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전혀 연관 없어 보이던 실패 속에서 얻은 경험들이, 당신을 다른 사람과 다르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노력하지 않았다고 자책하지도, 그저 운이 없었다고 후회하지도 말자. 이번 한 주도 말 못 할 힘든 일을 겪으며 묵묵히 살아왔을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