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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l 24. 2022

스트레스, 여전히 술로만 풀고 있나요?


인간은 각자 처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친구, 학업, 연애, 가족, 진로 등이 있으며,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합쳐져 복합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똑같은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사람에 따라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아픔을 느끼진 않는다. 단 며칠 만에 괜찮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몇 달이 지나도 슬픔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고려해보면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는 요인은 같지만, 자신의 타고난 성향이나 처한 환경, 상대와의 친밀도 등에 따라 스트레스가 얼마나 '증폭'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에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없다. 단지 크고 작음의 차이가 존재할 뿐인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수중에 '돈이 많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스트레스의 원인이 '경제력의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돈이 많을수록, 눈앞에 닥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돈이 많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0이 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신다고 해서 '목마름'이라는 본능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스트레스는 우리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함께 동행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는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그다지 치명적이진 않다. 잘 먹고, 충분한 휴식만 취해도 금방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면 어느새 몸상태는 극도로 나빠져 있다.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별 탈 없이 지나갈 수도,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아플 수도 있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사람들은 나름의 대처법을 갖고 있다. 휴일에 하루 종일 잠을 자는 사람도 있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사람도 있으며, 누군가는 술을 마시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사람마다 푸는 방법이 다르다. 휴식을 취하는 사람, 게임을 하는 사람, 운동을 하는 사람, 친구들을 만나는 사람, 여행을 떠나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등 각자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를 방법을 찾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언제, 어디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해보자. 당신은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일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퇴근 후 지친 당신은 속에 쌓인 화를 풀고 싶지만, 너무 피곤해 차마 어디론가 여행을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결국 집으로 돌아와 혼자 소주를 마신 후,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아마 직장을 다니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지만, 퇴근 후 그것을 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힘들었던 적 말이다. 대신 집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하거나 술을 마신 뒤, 술기운을 빌려 스트레스를 잊는 행동.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날들이 반복되고 일상이 되면 결코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너무 거창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보다는, 접근성이 좋고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게 좋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찾는다면, 당신은 전보다 훨씬 적은 돈과 시간을 들여 스트레스를 빠르게 풀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처에 있는 조용한 분위기의 개인 카페를 찾아, 그곳으로 가곤 했다.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노트북이나 읽을 책 한 권을 들고 카페에 가서 2~3시간 정도 쉬다 보면, 어느샌가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내가 카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푼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해 초 독립한 이후로, 작년에 비해 카페를 방문하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자, 요즘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분명 작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아예 안 받고 사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카페를 가지 않는데도 어느샌가 한결 나아진 기분이 되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올해 독립을 하고 나만의 공간이 보장되면서, 나는 굳이 카페를 갈 필요가 없었다.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도 물론 맛있지만, 내가 힘들 때 카페를 찾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오면, 작년과는 달리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이 보장되었다. 그렇기에 예전처럼 카페를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쉬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던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라. 만약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사실 그 사람은 여행을 가지 않아도 상관없을지 모른다. 여행 그 자체를 즐긴다기보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집 근처를 산책하면서 가보지 않은 곳을 가거나, 해보지 않은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짜릿함을 느낄 것이고 스트레스는 어느샌가 사라져 버릴 것이다.



많은 돈과 시간을 쓴다고 해서, 반드시 스트레스가 풀리진 않는다. 결국 스트레스란 정신적인 힘듦이며, 그것을 풀기 위해선 정신적인 만족감을 채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적당한 의지는 서로의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기대려고 할수록 그것을 받는 상대방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뚜렷이 없다고 해서, 자꾸만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을 만나 위로받으려고만 한다면 언젠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공허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전처럼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친구들 또한 그들의 삶을 사느라 만나지 못한다면, 그땐 어떡할 것인가? 힘들 때 무언가에 의지하는 습관이 들어버리면, 언젠가는 혼자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게 된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질수록, 힘든 순간이 와도 당신을 쉽게 쓰러지지 않게 만들 것이다. 몰랐던 '나'를 어제보다 하나 더 발견하는 순간이 오늘 당신에게 생기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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