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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ug 12. 2022

언제나 '도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당신에겐 두 가지 길이 있다.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편하고 안정적인 일상'. 당신은 이 두 갈래 길 중 어떤 길을 걷길 원하는가? 지금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당신은 어떤 쪽을 더 선호하는가?  오늘 글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써보려고 한다.





지난주 월요일, 퇴근 후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데 새로운 메일이 한 통 왔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브런치에 쓴 내 글을 본 유튜버 한 분이 함께 촬영을 해보자는 섭외 메일이었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좋다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낸 뒤, 설레는 맘을 안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답장 메일이 왔다. 촬영 시간 협의와 장소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촬영하기로 한 장소가 서울이었다. 현재 나는 지방에 거주 중이라 촬영을 하기 위해선 주말 하루는 시간을 무조건 빼야 했다.



좋은 기회란 건 분명했다. 하지만 지난 내 삶을 돌아보면 내게 '휴식 시간'은, 쉰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주중에 쌓인 피로를 푸는 것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특히나 그것이 더 중요한 편이다. '소확행'이 내 삶의 모토인만큼, 주말까지 바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황금 같은 주말 시간과 서울까지 왕복하는데 드는 차비 등을 고려해보니, 순간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일상에 많은 변화를 겪고, 그 변화가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면서 이 또한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데 초석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을 하다가 문득 어제 메일을 받았을 때의 감정을 떠올렸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누군가가, 브런치에 쓴 내 글을 읽고 섭외 요청을 했다는 것. 유튜브 영상을 본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는 것. 이런 생각까지 이르자, 더 이상 고민할 여지는 없었다.





그 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마음먹은 김에 되도록 빨리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 날짜와 시간을 확정 지은 뒤, 어떻게 촬영할 지에 대한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오전, 평소 출근할 때보다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하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연습을 반복했다. 최근 새로 가입한 독서모임에서 읽기 위해 새로 산 '프레드릭 베크만'의 책도 짬짬이 읽었다. 기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본 풍경은 '그날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어디서나 있을법한 나무와 숲, 작은 마을들이지만 분명 그것은 그날, 그 순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촬영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1시간 넘게 촬영을 한 줄도 몰랐다. 평소 친한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주제들이라,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촬영이 끝나 있었다. 함께 촬영한 유튜버 분도 분량이 꽤 나온 것 같다고 하셨다. 개인적인 재미뿐만 아니라, 유튜버 분도 나름 만족해하시는 눈치라서 안심이 되었다.



촬영이 끝난 뒤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로 간단히 요기를 달랬다. 커피를 마시며 검색을 해보니, 원래 기차 시간보다 빠른 시간이 있어서 예매내역을 바꿨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3시쯤이었다. 자기 전까지 쉴 시간은 충분했다.






살다 보면 우리 곁엔 많은 기회들이 있다. 산책을 갈 수 있는 기회,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기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들 말이다. 이런 기회들에 대해 우리는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것들을 '기회'라고 말하는 이유는, 어떤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특정한 시점들 또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것들이다. 횡단보도에서의 한 발짝,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기까지 단 몇 초,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그 몇 초 후에 일상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라고 믿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러한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본 사람들은 매 순간을 소중히 살아간다. 물 한 모금,  분의 산책, 혼자서 화장실을 가는 것 등에서 행복을 느낀다. 매번 그런 것을 할 때 행복을 느끼라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이 언제든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언제나 가능한 건 아니다.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 체력, 안정된 주변 상황 등이 보장되어야 가능하다. 그렇기에 나는 '할 수 있을 때 해봐야 한다'라고 믿는다. 하루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지금 당신도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고 있을지 모른다. 스스로의 선택을 믿어야 한다. 당신 주변에서 조언하는 사람들 모두 당신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하루를 살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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