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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Oct 06. 2022

술이 나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잘못한 거지


누구나 한 번쯤은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취한 상태가 되면 평소에 꾹꾹 눌러 담기만 했던 감정들이 불쑥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어색하기만 했던 사이가 술로 인해 좀 더 편해지고 가까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술만 마시면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거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은 "술만 마시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나는 음식보다도 마실 것을 좀 더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요즘 즐겨마시는 음료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바로 '캔맥주'다. 퇴근 후 샤워를 한 뒤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 꺼낸다. 입이 얼얼할 정도로 차가운 맥주가 목으로 넘어갈 때 동시에 느껴지는 짜릿한 탄산.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하는 것도 물론 재밌지만,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서 알딸딸한 상태가 되면 별의별 얘기를 다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만큼 술이란 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경계의 벽을 낮추거나 허물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술을 마셨을 때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 '다름'엔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2가지가 존재한다. 좋은 의미에서의 다름이란 한 마디로 '반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냥 조용하고 얌전할 줄 알았던 사람이 술을 마시고 난 뒤 텐션이 높아지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인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술을 마신 뒤 나타나는 좋지 않은 의미의 '다름'은, 한 마디로 '정뚝떨'이라고 생각한다. 지적인 이미지에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던 사람이 한두 잔 술을 마시기 시작하더니 말이 끝날 때마다 욕을 입에 달고 있다던가, 지나치게 이성에게 추근 덕대는 듯한 행동들. 이런 말과 행동들은 말 그대로 없던 정조차 뚝 떨어지게 만들기 딱 좋다.



종종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지!" "술 취하고 흑역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런 모습도 보면서 친해지는 거지" 이 말들에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술은 '기분 좋게'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며, 술에 취하고 흑역사가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 과연 '그런 모습까지 보면서' 친해져야만 하는 걸까라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에선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 게 나쁜 것이 아니라, 나오는 것이 나쁜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만약 술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좋지 않은 행실이 나온다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선, 술을 마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보여야만 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술을 마셨음에도 지킬 건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욱 많았고, 실수를 하더라도 즉각적인 사과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 또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볍게 술을 마시면서 서로 속에 있는 얘기를 공유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내게 있어 술이란 건 좀 더 편하게 대화하게 만드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지, 술을 마신다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물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평소보다 빨리 취한 날도 있지만, '취했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정신을 다잡았다. 누군가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나 또한 타인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을 뿐이다.



결국 내게 '술에 취해서 그만 실수했어'라는 말은 좋은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한 두 번의 작은 실수야 귀엽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도,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그런 식이라면 어떤 실수를 했든 간에 잘못이란 건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를 때렸을 때도 "저 사람이 기분 나쁘게 쳐다봤어요!"라고 말하면 그만이고, 도둑질을 했어도 "지금 돈이 없지만 이 물건이 너무 필요했어요"라고 말하면 될 뿐이다. 물건을 부수고, 욕설을 하고, 난장판을 벌인 뒤에 "제가 술에 취해서 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용서해줄 관대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술이 문제가 아니다. 의지의 차이일 뿐이다. 똑같이 술을 마셔도 행패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많은 술을 마시더라도 깔끔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둘의 차이가 정말 '술' 때문이라면,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단지 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술을 마시고 나서 자신의 실수를 술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다른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무언가의 탓으로 돌릴 확률이 크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이라고 새지 않을까. 특정한 상황에서의 말과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어느 정도는 분간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이미지 관리를 한다고 해도, 사람의 본성이란 건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눈이 깜박거리는 찰나와 같은 순간까지 모든 걸 숨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력이 약하면 애초에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면 될 뿐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나를 챙길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실수를 술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술에 취했든, 평소보다 많이 마셨든 간에 실수를 저지른 건 나지 않은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으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어'라고 말할 바엔 깔끔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라. 그리고 기억하라. 당신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이다. 더 이상 애꿎은 술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몹쓸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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