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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an 21. 2023

돌다리도 '적당히' 두드리고 건너라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누구나 고민에 잠긴다.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되었을 때, 동시에 발생할 기회비용에 대해 떠올려보는 것. 그러나 우리는 때로 이러한 생각에 너무 깊게 빠지는 바람에, 어떠한 선택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신중함의 적당한 정도"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당신은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런데 최근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이 많이 생겨났다. 바뀐 업무, 새로운 직장상사와의 마찰, 무너진 워라밸 등등. 이제야 회사에 익숙해졌다고 느끼는 와중에, 갑자기 생긴 변화들로 인해 당신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는 걸까?'



사실 앞서 말한 예시는 회사를 몇 년째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들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성향과 처한 상황에 따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선택을 내리게 된다. 20대 초반인 나이, 처음 들어간 직장이라면 퇴사 후 이직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적지 않은 나이에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이나 빚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자보다 퇴사를 망설이게 될 것이다. 자신이 내린 선택에 후회는 할지언정, 명확한 정답이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생각을 깊게 하는 것'과 '생각을 오래 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생각을 '지나치게' 오래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결코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이 아니다. 똑같은 달리기라도, 마라톤과 100m 달리기는 분명히 다르다. 짧은 거리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것과, 아주 긴 거리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최근 내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퇴근 후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던 중, 구석에 쌓인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앉은자리 오른쪽엔 손만 뻗으면 물티슈가 있었다. 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먼지를 닦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먼지는 그대로였다. 이따금씩 시야에 들어오는 먼지를 보며 '언제든지 할 수 있다'라고 생각만 한 채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3일이 지나 주말이 되어서야 청소를 하며 책상 한편에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결과적으로 보면 먼지를 닦아냈지만, 그러한 결과에 도달하기 전까지 불필요한 생각을 많이 해버린 것이다. 생각을 깊게 하고 바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생각을 쓸데없이 오래 하다 보니 행동까지 늦어진 꼴이었다.






생각을 많이, 오래 하는 것이 깊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 생각을 깊게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먹은 것을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초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다. 비록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긴 후, 그다음 자신 앞에 놓인 선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생각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곤 했다. 심지어 오랜 고민 끝에 어떤 선택을 하기로 했다고 치더라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와중에도 '정말 이게 맞는 걸까'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행동 또한 더욱 느려졌고, 자신이 결정한 선택에도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그들은 대부분 불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였고, 과거에 대한 후회에 사로잡힌 것처럼 행동했다.






매일 우리는 수십, 수백 가지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순간적인 판단 하나하나에 따라, 그날 자신의 기분과 컨디션이 바뀌기 쉬워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평소에도 '생각을 짧고 굵게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았지만, 고민한 시간에 비례해 좋은 결과가 나왔던 적은 극히 드물었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스스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때가 더욱 많았다.



가장 처음 예시로 든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다니는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인가, 이직을 할 것인가. 분명 쉽게 결정하기 힘들고 어려운 고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뤄두기만 하면,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결국 그것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이 져야만 한다. 그만두기엔 곤란하고 이직하기엔 용기가 없어 애매한 상태로 회사를 다니면, 힘들어지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 속에서 그저 버티기만 한다는 건, 자신이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안전할지라도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엔 신중을 기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너무 신중해진 나머지, 이미 튼튼하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건너지 않고 계속해서 돌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충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한 여러 가지 이유들을 떠올리며 자꾸만 시도를 망설이는 것이다.



때로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떠나면 된다.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하면 될 뿐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많은 것들이 갖춰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훨씬 더 많다. 우리가 고민하고 망설이는 대부분은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가'라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다. 적당한 고민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충분히 두드려봤다면, 이제는 당신의 두 다리로 걸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당신의 신중함을 믿고 한 발짝을 내딛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질 그 순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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