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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an 23. 2023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없다


당신은 그런 생각을 한 적 있는가. 이것저것 하기로 계획을 세워둔 하루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러갔던 적이. 다가오는 주말 오전엔 일찍 일어나 운동으로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한 뒤, 밀린 집안일과 그동안 하지 못한 여가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지만 현실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이 돼서야 힘겹게 몸을 일으켜 늦은 식사를 했던 날. 이런 날을 보내면 '나 오늘 뭐 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며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해 심한 자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이런 하루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오늘은 "계획했던 하루를 보내지 못한 날"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유난히 바쁜 날, 바쁜 시즌이 있기 마련이다. 출근 후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잠깐 틈이 나거나 점심시간이 되어 정신이 돌아오면, 머릿속엔 딱 한 가지 생각만이 든다. '퇴근하고 싶다' 그와 동시에 퇴근 후 또는 다가오는 주말엔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며 기분전환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난다. 친한 친구와의 만남, 여행, 좋아하는 음식 먹으러 가기 등등.



한창 바쁠 때 올라오던 욕구들은, 막상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그라들곤 한다. 자신이 견딜 수 있는 기준보다 좀 더 아래 단계의 피곤함을 느낄 땐, 그것들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수준일 경우엔 그런 것들은 안중에도 없어진다. 오로지 휴식. 그 정도가 되면 누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이, 그저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열망만이 강해진다.






사람마다 체력의 정도는 다르다. 힘든 업무를 모두 견뎌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사람', '일반적인 경우'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바쁜 와중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하는 사람들이 한 명쯤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런 사람을 보며 다음과 같이 생각하기도 한다. '저 사람은 피곤해도 하고 싶은 걸 다 하는데, 난 왜 이렇게 의지가 없지?' 나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몸은 정직하다. 피로가 쌓일수록 몸은 무거워진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전보다 더욱 큰 힘을 써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지쳐서 잠들고 싶은 와중에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자꾸 하려고 한다.






만약 당신이 힘들고 지쳤다는 말을 달고 살거나, 누가 봐도 지쳐 보이는데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만 움직이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음에도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지" 말이다. 당장 내일 입을 옷이 없어서 빨래를 하는 것과, 옷이 충분하고 빨랫감이 적은데도 쉬지 않고 세탁기를 돌리는 것은 다르다. 집이 너무나 더러워 청소를 해야 하는 것과, 어제도 청소를 했는데 졸린 눈을 비비며 오늘도 청소를 억지로 하는 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미뤄두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향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신이 하려고 하는 것이 '휴식'보다 우선이 될 정도로 급하냐는 것이다. 가만히 있을 때 느껴지는 불안감이 싫어서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과, 그것을 지금 하지 않으면 내일의 내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판단때문에 하는 것. 자신이 전자인지 후자인지를 스스로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항상 피곤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주말에는 누구보다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다시 월요일이 되면 '피곤하다'느니, '죽겠다'느니와 같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고 날카롭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타인에 비해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결국 주말이 되면 또다시 휴식보단 다른 즐거운 것들을 하며 기분전환을 해야만 하고, 주말이 끝나갈 때쯤엔 또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자기 관리에 속한다. 충분한 휴식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게 답답하고, 잠을 자는 시간조차 아까워 주말을 평일보다 더욱 바쁘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말이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참을 줄 아는 것 또한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너무나 피곤해 하루종일 잠을 자며 주말 하루를 보낸 것이 후회되는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라. 여태까지 당신이 제대로 쉬지 않았던 탓에, 하루 정도에서 그친 것이다. 또한 그만큼 푹 쉬었기에, 평소보다 훨씬 더 몸이 개운해졌음을 스스로 느낄 것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했을 때 '의미 없음'에 주목하기보단, 거기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집중해 보라. 어떤 행동이든 거기에서 배울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벌어진 일에서 '그렇게 할걸'이라는 생각은 당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다음번에도 지금과 같은 후회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자기 계발, 인간관계, 취미활동.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조차 모르면서 무엇을 배우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로 간다는 게 과연 중요할까. 현재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생각하고, 그것을 일상 속 가장 우선순위에 둘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행동을 먼저 해야 한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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