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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an 27. 2023

100만 유튜버의 솔직한 고백


사춘기. 어떤 색이든 칠하는 대로 물드는 백색의 도화지 같은 나이.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을지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즐거움'만이 모든 일상의 기준이 되는 그런 시기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다. 상처를 준 자는 모르지만, 상처를 받은 자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억하는 찰나의 짧은 순간. 오늘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극복하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혼자서 국내 여행을 다녔던 적이 꽤 있었다. 성향상 계획적이기보단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유명한 관광명소보다는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멋진 풍경을 더 좋아하곤 했다. 그렇다 보니 여행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볼 때도 으리으리한 5성급 호텔에서 숙박을 하거나 아주 유명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보단, 쉽게 접할 수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볼 때 더욱 호기심이 생기는 편이다.



그런 나의 취향에 딱 맞는 여행유튜버가 있다. 바로 '곽튜브'라는 유튜버이다. 키도 작고, 얼굴도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들이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다. 현재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영상에서 자신을 '찐따', '돼지'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최근 그는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부터 쭉 그의 영상들을 봐왔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매번 덤덤히 말하던 영상 속 그와는 사뭇 달랐다. 이제라면 자신이 조금은 약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진심으로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는 믿음이, 그에게 생겨서일지도 모르겠다.



키도 작고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또래인 친구들에게 이유 없는 괴롭힘을 당한다는 게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말이다. 그는 자신이 중학교 내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반에서 1등도 하며 이제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샌가 자신이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자퇴를 반대하던 부모님 때문에 가출을 했지만, 갈 곳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4일 만에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는 그. 부모님에게 자신이 몇 년 동안 학교에서 혼자였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 자식, 사랑하는 자식이 오랜 시간 동안 남모를 고통을 숨겨야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부모. 어느 쪽이든 가슴이 찢어질 만큼 괴로웠으리라.






나는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고통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는다고 해서 누구나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스스로에 대해 성찰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힘든 상황 속에서 전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그로 인해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슬픔, 미련, 배신감, 분노, 허탈감.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 속에 있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기도 하고, 아무런 상관도 없는 누군가를 괜히 미워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러한 분노를 원동력 삼아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기도 하며, 오히려 이전엔 느낄 수 없던 일상 속 소중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도 있다.



걸어가는 길, 감내해야 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길이란 것이 모두 그렇듯, 그것을 묵묵히 참고 걸어가다 보면 언젠간 끝이 보이기 마련이다. 곽튜브, 아니 곽준빈이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시절 왕따, 고등학교 자퇴 후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그러나 그는 마냥 제자리에 멈춰있진 않았다.



검정고시를 치고 입시학원에 들어가 재수 끝에 부산외대에 입학했다. 학교 프로그램을 활용해 러시아에 유학을 다녀왔으며, 그 경험을 살려 아제르바이잔 외교부 대사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유튜브를 시작했고 그러다 다른 여행유튜버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그와의 만남 이후 일을 그만두고 전업유튜버로서의 삶을 살기로 선택했으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는 100만이 훌쩍 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다.






삶이란 참 신기하다. 누구나 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지만, 정작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의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수십 번의 다이어트 후에도 몸무게가 여전히 제자리인 사람도 있지만, 어떠한 일을 계기로 완벽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무언가를 많이 해도 스스로 느끼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하지 않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현재 상황이 어떤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인생이 바닥이라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과거와 다르게 산다는 건 어렵지 않다. 3가지만 지킬 수 있으면 된다. 달라지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가장 첫 번째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게 마지막 세 번째이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실천하기란 더욱 어려워지지만, 한 번이라도 이것을 통해 변화를 경험해 본 사람은 눈빛과 말투부터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과거의 아픔을 극복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어쩌면 평생 극복하지 못한 채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복하지 못했다고 해서, 꼭 실패한 삶을 살았다곤 볼 수 없다. 여전히 과거의 아픈 추억으로 인해 힘들어하지만, 그 아픔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는 누군가도 있다. 일상을 보내는 중 문득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당신은 잘 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잘 살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사실 이미 당신은 '잘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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