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사람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것을 말해주는 문장이다. 가끔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문득 이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과 같은 학교를 다녔다거나, 과거에 같은 동네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과 마주쳤을지도 모른다니.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이러한 뜻하지 않은 인연은 자신과 상대방이 같은 주제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공감은 누군가와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현재 당신과 가장 친한 한 사람을 떠올려보라. 당신은 그 사람과 '잘 맞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잘 맞다'라는 말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과 같다. 모든 면이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자주 찾게 되어 있다. 비록 대부분의 생각이 다르다 할지라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겹치는 사람과는 그럭저럭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잘 맞다'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멀어지기도 한다. 일주일에 적어도 네 번 이상 만나고, 마음 깊숙이 자리한 힘든 부분을 공유하며, 힘들 때 당신이 의지하기도 했던 그런 사람과 말이다. 멀어지는 계기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각자 바쁜 환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하고, 한 사람의 말 또는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경우도 있으며,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제삼자의 존재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멀어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과는 같다. 그 사람의 얼굴, 목소리, 몸짓, 걸음걸이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멀어지고 나서, 문득 그 사람과의 추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추억이 바람이라면 감정은 파도다. 바람은 어디에서든 불고 있다. 한적한 골목과 사람들로 붐비는 술집과 텅 빈 광장과 놀이공원에도 바람은 분다. 바람이 분다고 한들, 이런 장소들에선 파도가 치진 않는다.
그러다가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싫어하는 직장 상사에게 혼나거나,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날이면 푸른 바다가 그리워진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바다와 마주한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파도를 일으킨다. 바다를 보고 싶은 맘이 커질수록, 파도도 거칠어진다. 어떤 날은 발 앞까지 밀려들어왔다가, 모래알들을 품고 스르륵 내려갈 정도의 얕은 파도가 친다. 또 어떤 날은 집채만 한 높은 파도가 덮치는 바람에 숨도 못 쉴 만큼 괴로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인간관계는 어렵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도 않고, 포기한다고 해서 내려놓기도 힘들다. 그저 그런 것이다. 마음처럼 되지도, 되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 사람이다.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집착하면 할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10년이 넘도록 친하게 지낸 누군가를 하루 만에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이 세상에 나 혼자라고 생각한 순간, 지금껏 만난 어떤 사람보다 멋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성장은 변화와 함께 찾아오고, 변화는 고통을 수반한다. 만약 당신이 최근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이것은 좋은 인연이 나타날 징조일지도 모른다. 멀어질 인연은 언젠가는 멀어지게 된다. 그러니 누군가와 멀어진다고 해서 스스로를 자책하지도, 상대방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그저 당신과 그 사람의 결이 맞지 않았고, 서로 맞춰나갈 수 없었던 것뿐이다. 다만 누군가와 멀어진 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길 바란다. 서로가 맞춰나갈 수 없었던 것인지, 상대가 나를 위해 그저 맞춰주기만을 바란 것은 아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