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성 간에 영원한 친구가 존재한다고 믿는가?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 각종 SNS,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들에 집중해 보면 이 주제와 관련해 각자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이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는 이유는 아마 여러 가지일 것이다. 직접 겪어본 과거의 경험이 원인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자신과 가깝거나 또는 아끼는 사람이 경험했던 일을 들으며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이유야 무엇이 되었든 간에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남사친과 여사친,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바로 어제, 퇴근 후 참석한 독서모임 뒤풀이 자리에서 이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말한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는 호감이 없으면 이성 친구와는 절대 단둘이 보지 않는다고 얘기한 반면, 또 다른 사람은 만약 상대방이 사람으로서 괜찮다면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좋다고도 말했다.
전자와 후자 둘 중 굳이 한쪽을 고르라면, 나는 후자에 가깝다. 지금까지 살면서 성별을 떠나 사람 자체로 배울 점이 있거나 괜찮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그런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며, 잘 되었을 때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는 것. 이건 아마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아는, 일상의 축복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호감을 느낄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살아가며, 주변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자기 관리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10년을 친구로 지내다가, 11년째 연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나는 이것이 '남사친과 여사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친구였다는 사실이,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될 순 없다. 사람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줄 수 없는 사람과는 관계를 맺기도 힘들뿐더러, 깊은 관계가 되긴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서 언급한 '무언가'라는 건 아주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자신에게 없거나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자신과는 반대로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반대로 감수성이 너무나 풍부해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물론 자신과는 다른 면 때문에 버거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연인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성 친구에 대해 경계하거나, 질투를 하곤 한다. 사실 이런 행동 자체가 나쁘다거나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소유욕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고, 상대를 떠올리는 시간이 잦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종종 연애를 할 때 집착이라곤 전혀 없이 그 사람이 무얼 하든 'OK'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 연인이 헤어지자고 말을 하더라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래!"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들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본능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며, 그런 본능을 100% 컨트롤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3일 동안 굶은 사람에게 평소 싫어하는 음식을 줬다고 해보자. 과연 그런 상황에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니 안 먹을래'라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쿨한 척'이야 할 수 있겠지만, '정말로 쿨하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 앞에서 '쿨한 척', '괜찮은 척' 하는 것보단 차라리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 또한 썩 좋진 않다. 그런 사람들 중 가장 최악이라 생각하는 부류가 있는데, 바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렇게나 불안한데, 넌 정말 괜찮아?"라거나 "네가 자꾸 이러면 우리 둘 다 불행해지는 거야. 그걸 모르겠어?"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은데 정작 자신만 불안한 것이 두려워, 상대의 감정까지 흔드는 사람들.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을 몇 번 본 적 있었다. 자신이 상대를 사랑한다는, 거부하기 힘든 이유를 들먹거리며 상대방을 자꾸만 아래로 끌어내리려 드는 그들. 그들이 내미는 제안은 어떤 답이든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다. 제안을 거절하면 '넌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라며 죄책감을 유발하고, 그렇다고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신의 감정선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친한 남사친을 만나러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보내줄 것이다'라고 답한다. 언뜻 들으면 쿨해보이는 답변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나는 진정한 사랑 앞에서 쿨해질 수 있는 사람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 또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전혀 쿨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무엇을 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는, "그 사람을 만나기로 한 내 선택을 믿기에, 그 사람을 믿는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믿는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상대방을 믿기 전에, 내 선택을 믿는다는 것. 나는 연인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든 좋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선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가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건, 결국 스스로가 자신이 내린 선택을 믿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정말로 그 사람이 믿음직스럽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하는 선택과 행동까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은 상대를 믿는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 대해 반문하고 의심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상대를 믿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혹자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상대방은 믿지만, 그 사람의 주변 사람들을 못 믿는 거지!" 나는 이에 대해 반문한다. 그렇다면 내가 믿는 상대의 사람 보는 눈이,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자신이 함부로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고 해보자. 자신의 연인이 몰래 바람을 피운 게 들통났다면, 오히려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별로인 사람을 내 인생에서 끊어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까 말이다.
누구나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자신이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워 계속 상대를 의심하고 통제하려 든다면, 그런 행동들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자신이 상처받기 싫어서 한 행동들이 정작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는 걸, 어떤 관계에서든 염두에 둬야 한다.
자신이 느끼는 불안함을 설렘이나 사랑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정말로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괜찮은 사람이라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때때로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더라도 이내 괜찮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 모든 흐름이 서로의 적은 노력으로도 매우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그러니 상대를 온전하게 믿어라. 상대를 믿기 전 당신이 그 사람을 만나기로 했던 선택을, 본인 스스로 믿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만나 자신이 내린 선택이 정말 괜찮았는지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고민해 보고 시작하고, 시작했다면 더 이상 후회하지 마라.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아낌없이 잘해주어라. 그 이후부턴 당신이 보고 싶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서 가면을 벗게 될 것이다.당신이 누구를 만나던, 스스로를 믿을 줄 아는 사람은 현재에 상처를 받을지언정 결코 과거를 후회하진 않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