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Mar 19. 2022

상처받기 싫어서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할 때가 있다


사랑하고 싶지만, 혼자 있는 사람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시간이 있는 반면, 혼자 있는 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이유는 상황에 따라 달라요.



자의로 혼자 있게 될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 반강제로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죠.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꽤 좋아하고, 나름 잘 보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힘들 땐 '누군가가 옆에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어요.



그래서 가끔은 '내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있는 게 좋다고 스스로 합리화한 걸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길 때도 있어요.



위와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스스로를 돌아봐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봐도, 저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 크게 어려움을 겪진 않아요.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억지로 혼자 있어야 하는 걸 상상해보면 꽤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 상처받아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사람들 말이에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만, 상대에게 쏟은 내 마음에 비해 돌아오는 울림이 적었을 때의 기분을 느껴본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잘 보여주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정말 편한 사람을 만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오히려 감정 조절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특징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아무한테나 마음을 주지 않지만, 정작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상대에게 바칩니다.



댐의 수문이 갑자기 열려서 엄청난 물줄기가 쏟아지는 것처럼, 자신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기울어진다는 겁니다.



이 과정 속에서 '내가 해준 것'보다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느끼기란 정말 쉬워요.



'나는 이만큼 했는데' '나는 이 정도로 널 생각했는데' '왜 너는 내가 널 생각하는 것만큼 날 생각해주지 않지?'



이런 생각들이 누군가를 좋아할수록 더욱 많이 느껴져요.



하지만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방이 좋아할 거다"라는 자신의 전제가,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다



최근 제가 아끼는 두 사람이 크게 다툰 적이 있었어요.



각자의 말을 들어보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는데, 문제는 두 사람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걸 줬고 그걸 상대방이 몰라줬을 때 서운해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서운함을 표현하지 않고 꽁꽁 감춰뒀다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한 번에 터뜨려버린 겁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람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나와 상대방을 자신의 기준에서 동일시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두 사람에게 제가 물어봤어요.



"상대방이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어? 그걸 주려고 노력한 적은? "



그러자 좀 전까지 자기가 서운했던 부분들에 대해 격렬하게 말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어떤 관계든 이게 가장 위험하고, 저지르기 쉬운 실수라고 생각해요.



'나는 널 정말 사랑해. 그러니까 너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줘야 해'와 같은 사고방식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없도록 만듭니다.









"자신의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과

"자신을 버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어디에서든 자신을 잃지 않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잃지 않는 것''자신의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서로 대화를 하며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네가 나에게 맞춰야 해. 왜냐하면 넌 날 사랑하니까'라는 식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내세워 자신은 바뀌지 않고 상대만을 바꾸려고 하는 건 이기적인 방식이에요.



또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상대방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바치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도 한 때는 사랑 = 희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을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TV를 보다가 어떤 아나운서 분께서 예쁘게 살고 있는 한 부부를 보면서 하셨던 말을 듣고는, 사랑에 대한 정의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말이 기억나진 않지만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걸 포기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서로가 갖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사랑이다"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습니다.



저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마음가짐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모든 인간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주고받음은 이뤄져야 오래 볼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요.



그리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자꾸만 무언갈 주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주는 것에 비해 돌아오는 게 너무나 없다면, 저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에요.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지만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에게까지 잘해주고 싶지 않은 것도 저의 자유니 까요.







상처받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 비해 자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말하는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상처받기 두려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길 무서워하는 동시에, 정작 상대방은 자신에게 솔직했으면 좋겠다는 모순적인 생각을 하는 것보단 상처받더라도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더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최소한 후회는 남지 않을 테니까요.



흘러간 과거의 실수가 생각날 수 있지만 너무 연연하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가 두렵고 걱정되지만 지나치게 염려하지 않으며, 현재 내 옆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이전 03화 '비효율적'으로 살면 어디가 덧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