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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y 22. 2023

무엇을 하든 쉽게 질리는 사람들의 공통점


한 달 만에 글을 구독하시는 분들이 100명 이상 늘어났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2023년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브런치 구독자 1,000명 달성하기'였는데, 이대로만 간다면 그 이상을 바라볼 수도 있을 듯하다.



글을 쓰는 게 그저 재미있고 좋아서 시작한 이 취미가,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자기가 가진 어떤 부분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몇 백 명이 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보다 더 행복한 사실은, 나 스스로 이것을 1년이 넘도록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쓰는데 넉넉잡아도 1시간 이상이 걸린다. '글을 쓰는데만' 말이다.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과 쓴 글을 읽기 좋게 다듬는 시간, 내용과 잘 어울리는 표지사진을 찾는 시간 등을 모두 합치면 아무리 못해도 2시간은 훌쩍 넘는다. 그 어떤 대가 없이, 퇴근 후 쉴 시간을 줄여가며 글을 쓰는데도 여전히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게 마냥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인 사람들도 있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매우 신나고 행복해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금세 관심이 식어버리는 사람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무엇이 되었든 단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 못하며 살아온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면, 이 글 한 편이 조금이나마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오늘은 "좋아하는 것에 쉽게 질리는 사람들"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내가 지금까지 봐온, 좋아하는 것에 쉽게 질리는 사람들은 크게 2가지 유형이 있었다. 하나는 '재밌겠다'라고 생각이 들면 그게 무엇이든 곧바로 도전하는 사람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무언가를 하기 전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었다.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는 순간부터 굉장한 추진력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의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 머릿속으로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상상을 떠올리곤 한다. '실수하면 어쩌지' '다른 사람들이 날 깔보면 어떡하지' ' 이런 앞선 걱정들은 무언가를 행하기 전 그것을 막는 큰 걸림돌이 된다.



추진력이 좋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른 사람보다 다방면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살아간다. 그들이 살아오면서 쌓은 다양한 경험들은, 처음 그들을 대하는 사람에게 아주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추진력이 좋은 것과, 그것을 오래 지속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똑같이 무언가를 시작했음에도 꾸준함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의 감정 및 처한 현실에 대한 자각' 차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좋다'라는 감정만으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다시 말해 '그 감정이 사라지면 그것을 할 이유가 없다'는 말과 같다. 자신이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은 처음보다는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느끼는 감정에만 의존해 모든 판단과 결정을 해버리면 어쩔 수 없이 굉장히 주관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타인이 볼 땐 똑같은 것을 하더라도 지난번엔 좋아했지만, 이번엔 짜증을 내는 등 '저 사람은 일관성이 없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타인과의 다툼이 잦아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처음 자신이 느낀 긍정적인 감정보다 그러한 스트레스가 더 커지면 미련 없이 그 일 또는 사람을 포기해 버리고 또 다른 재미있는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다스리는 것뿐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자각' 또한 매우 중요하다. 만약 무언가를 시작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 볼 때 그것을 지속하기 힘들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빨리 포기하는 것 또한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새롭게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이유 모를 불편함이 자꾸만 느껴진다면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끊는 것이 서로를 위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왕 시작했으니까'라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불편함과 현실적인 괴로움을 무조건 견뎌내려고 하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밖엔 되지 않는다. 물론 무엇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마냥 좋고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할지라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것을 감수했을 때 자신이 느끼는 행복이 더욱 크다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자신이 그리는 이상을 지키기 위해 눈앞에 닥친 현실의 괴로움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행복하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당장 며칠 후 납부해야 하는 월세와 가스비, 수도세, 전기세 등이 지불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앞서 말한 이들과는 반대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막연히 생각해 보면 이들은 어떤 것이든 아주 신중하게 대하다 보니, 새롭게 무언가를 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적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중해 보이는 사람 모두가 실패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중해 보이는 사람들도 크게 2가지 부류가 있다. 정말로 신중한 사람, 신중한 척 하지만 사실은 불안함이 많은 사람. 신중하다는 건 무언가를 하기 전에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행동은 느릴지언정 그러한 사람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사람 또는 상황을 바라보며 '자신이 그것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와 달리 불안함이 많은 사람들은 겉보기엔 신중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신중한 사람들과 가장 다른 부분은, '망설이는 데에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것'에 있다. "넌 왜 그걸 좋아하지 않는 거야?"라고 물었을 때, 신중한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분명하다. 물론 그것이 주관적인 이유라 할지라도 자신이 '왜'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불안한 사람들은 그러한 질문에 대해 모호하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음... 글쎄?"라는 식으로 자신이 그것을 하지 않는 이유를 자신조차 모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힘겹게 시작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불안함에 시달린다. '시작하는 게 정말 맞는 건가' '일단 시작하긴 했는데 이걸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자신의 선택을 계속해서 곱씹는다. 그렇게 과거에 자신이 했던 선택에 전전긍긍하다 보니, 현재 자신에게 닥친 상황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불만족스러운 선택을 하는 일이 잦아지고, 또다시 그것들에 집중하다 보니 자꾸만 후회하고 불안한 일들이 더욱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고 쌓여 선을 넘는 순간, 그들은 결국 그것을 놓아버리고 만다. '난 이 일(사람)과 맞지 않아'라며 모든 걸 놓아버리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하든 항상 좋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렇지 않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행복할 거야" 나는 이러한 생각들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말하고 싶은 건 그러한 일,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아주 아주 적다는 것이며, 그러한 상황과 마주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마주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매주 복권을 사는 사람이 있다. 아마 그 사람은 복권을 살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언젠간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1등에 당첨될 거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그 사람이 1등에 당첨될 확률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지금처럼 매주 복권을 사고 그러한 희망을 꿈꾸기 위해서는, 복권을 사기 위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매일 아침 힘들게 일어나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복권을 사다 보면, 언젠간 그토록 바라는 1등에 당첨될지도 모를 일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고민해 보라. 자신이 그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러한 마음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말이다. 시작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일단 시작은 했지만 막상 하고 보니 자신의 마음이 처음과 얼마나 비슷한지 말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도 말이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누군가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 어찌 보면 대단할 수 있다. 하지만 횟수가 잦다고 그것을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열 권의 문제집을 풀었다고 자랑한들, 모든 문제집이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면 그걸 풀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일과 사람.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하나를 시작하더라도 제대로 알아가는 경험을 한 사람은 쌓인 경험치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남들 눈엔 아무리 하찮게 보일지언정 그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뒤지지 않을 단 한 가지를 당신이 겪게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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