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떠보기'는 이제 그만

by Quat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하나둘씩 알아갈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일이나 사람에 대해서 전보다 더욱 많은 것들을 알게 되면, 전보다 실수를 하는 일 또한 줄어든다. 이렇듯 '지식의 축적'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도 더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쌓인 지식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은 "알면서도 떠보는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마치 상대방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여있는 것처럼 대하는 사람들. "내가 전부터 말했지?" "네가 그럼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잖아. 맞지?" 이러한 뉘앙스의 말을 자주 내뱉는 사람들은 분명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엔 그들의 넘치는 자신감과 서글서글한 성격, 뛰어난 친화력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을 대할 때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곤 했다.



'얼굴 본 지 몇 번이나 됐다고 마치 날 다 안다는 듯 말하는 거지?' 그들과 대화를 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었다. 내가 보기엔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입증하려 애쓰는 듯 보였다. 예를 들어 그러한 부류에 속한 사람이 내게 "너 저번에 산책하는 거 좋아한댔지?"라고 물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내가 어떤 대답을 하든, 그들은 자신의 말과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가장 최우선에 두고 행동했다.



만약 내가 그의 물음에 "맞아, 어떻게 알았어?"라고 답한다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뭐, 이 정도쯤은 기본이지! 내가 워낙 기억력이 좋거든." 반대로 그들의 확신에 찬 물음에 내가 반대 의견을 말하면 그는 눈에 불을 켜며 말한다. "아니, 너 저번에 나랑 카페에서 만났을 때 기억 안 나? 그때 네가 네 입으로 그렇게 말했었잖아. 저번에도 너 네가 말한 거 기억 못 하더니 이번에도 그런 거야?" 몇 번의 대화 끝에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그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어가거나,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다른 대화 주제로 돌리는 것이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누구의 기억이 옳은지 밝히는 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굴어놓고서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친한 친구일 수도 있으며, 사랑하는 연인이 그런 사람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런 사람과 알고 지낸 시간이 길어지거나 관계가 깊어질수록,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관계 중 이런 유형의 사람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동시에, 상처를 남기기 쉬운 관계가 바로 '연인'으로써 이런 사람들을 만났을 때이다. 이들이 연인에게 자주 하는 행동들 중 하나가 '알면서 모르는 체' 물어보는 것들이다. 짐짓 모르는 척 "어제 뭐 한다고 연락이 안 됐어?"라고 물어본 후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순간,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늘어놓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상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상대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떠보는 것이 아닌, 마치 자신을 모두 꿰뚫고 있다는 듯 매번 행동하는 상대의 모습에 숨이 막혔던 것은 아닐까라고. 아무리 내가 진실을 말하더라도 "너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잖아"라거나 "넌 네가 여태 어떻게 행동했는지는 생각 안 해?"라며 나 자신을 흔드는 말을 계속 들었을 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그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쪽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특정한 부분에 대한 선입견이나 누군가에 대한 편견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지만, 자신은 그런 "편협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 또한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 대화를 할 때면 웃음을 참아야만 할 때가 여러 번 있기도 했다. 나 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들은 누군가에 대한 험담 또한 종종 늘어놓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그들이 욕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그들 스스로가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도 없는 말을 지어낸다는 둥,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행동한다는 둥, 그렇게 행동하면서도 세상 뻔뻔하게 돌아다닌다는 식으로 말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저 사람은 자기가 그런 사람일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오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버거워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힘들어했다. 그들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스스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게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그저 끄덕거리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끊임없이 그들을 챙겨주고 새롭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런 얘기들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때 그들의 얼굴은 뿌듯함과 성취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그들은 자신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자신에게 기대는 사람을 통해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를 통해서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슬픈 일이다.






뻔히 다 알면서 굳이 떠보지 말라. 그것은 상대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연인이 자신을 속였다는 걸 이미 확실하게 알고 있다면, 그저 솔직하게 물어보면 될 뿐이다. '마지막 순간이라도 솔직한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라거나 '그 사람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야'라는 게 쓸데없는 기대란 걸 본인도 잘 알지 않은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면 당신을 속여가며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마지막 순간에 상대가 솔직하게 행동하더라도 끝은 끝일뿐이다.



유독 스스로 촉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10번 중 9번을 촉으로 맞췄다고 하더라도 남은 1번의 실수로 인해 정말 좋은 사람을 떠나보낸다면, 그 잘 맞는 촉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진솔한 대화'만큼 깔끔하면서도 확실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넘겨짚기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솔직한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는 게 두렵고 무서워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닐까.



80%란 건 언뜻 보기엔 높은 확률처럼 보인다. 그러나 20%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관계를 잘 맺고, 자신의 삶을 잘 사는 사람일수록 불확실성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기보다,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에 뛰어드는 용기'를 갖고 있다. 그러니 이제 불확실한 정보, 타인이 건네는 가벼운 말들, 피곤하고 지친 몸상태 등에 휘둘려 타인을 어설프게 넘겨짚는 행동은 멈춰야 한다. 비록 결과가 최악이더라도 무언가에 진심으로 다가가 보는 행동 한 번이, 그다음번 당신이 마주한 선택을 훨씬 좋은 길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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