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쿨함'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된 듯하다. '쿨(Cool)하다'는 말의 뜻처럼, 세상을 살면서 자잘한 문제들은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인드로 넘겨버리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엔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쿨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꾸만 '쿨한 척'을 하려고 하는 데에 있다. 소위 '쿨찐'이나 '쿨병' 등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들이 자꾸만 생겨나는 걸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닌 듯하다. 오늘은 "쿨하지 않은데도 쿨한 척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가? 다정한 사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자신의 일을 척척 해내는 사람? 아마 사람마다 가까워지고 싶은 대상의 모습은 각자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만의 고유한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과 비슷한 사람 또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끌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감을 갖거나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그들이 '적당한 솔직함'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잘 어울리는 인물로서, 최근 여러 매체에 나오면서 부쩍 인지도가 상승한 사람이 한 명 있다. '곽튜브'라는 여행유튜버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들만 알았던 그는, 이제 공중파뿐만 아니라 자신의 본업인 유튜브에서도 영상 하나만 올렸다 하면 100만 뷰는 손쉽게 달성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가 이렇게 인기가 많아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나는 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여러 매체에도 등장한 사연이지만, 그는 어렸을 적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누구보다 힘들었을 과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는 종종 자신이 만든 영상에서 자신이 예전 겪었던 경험들을 개그로 곧잘 사용하곤 한다. 또한 호감이 있는 여성에게 에둘러 표현을 한 뒤 거절을 당하더라도, 그 상황을 어색하지 않도록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그러한 솔직함이 좋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그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그가 겪었던 학창 시절이 힘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매력적인 이유는 자신이 겪은 힘든 경험으로 타인에게 '동정받으려고' 하거나, '불쌍한 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께 여행을 간 사람이 자신이 받은 쿠키를 '자신은 쿠키를 싫어한다'며 먹을 걸 좋아하는 그에게 주자, "학교 다닐 때 이런 거 많이 당했었는데..."라며 중얼거리거나 셀카를 찍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 스스로 '돼지'라는 자막을 다는 등 자기 자신을 까내리는 농담을 서슴없이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러한 농담들 위주로만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아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적당한 솔직함'을 아주 잘한다. 만약 그가 자신이 당했던 학교폭력이나 좋지 않았던 경험들에 대해 지나치게 농담을 했다면, 아무리 본인이 겪은 것들이라고 해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유 모를 불편함이 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적절하게, 필요한 만큼만 농담을 던지곤 했다. 스스로 자신을 까내리되, 자신이 무너지거나 남들이 보기 불편할 만큼이 아닌 모두가 웃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만 본인을 깎아냈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 맨 앞에서 얘기했듯이 요즘은 '쿨한 척'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상처를 받았음에도 앞에선 세상 쿨하게 행동하다가, 뒤에선 욕을 하는 사람들을 셀 수 없을 정도다. 자신은 말을 예쁘게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은 험담을 하거나 은근히 남을 비꼬듯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떠올려보라.
살면서 '쿨한 척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봤지만, 그중에서 정말로 쿨한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쿨한 사람이라고 해도 아예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쿨한 사람도 감정을 지닌 '사람'이니까. 하지만 진정으로 쿨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잘했던 건 다름 아닌 '인정'과 '수용'이었다.그들은 본인이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자기 안으로 흡수했다.
자신은 쿨하다고 말하며 '난 상처 따윈 받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절대 쿨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속은 누구보다 여린 경우가 많았다. 정말로 쿨한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웃으며 인정했고, 그것을 타인에게 숨기지 않는 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닌, 상처를 받더라도 회복력이 아주 빠르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너 되게 쿨하구나!" 언뜻 듣기엔 기분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라. 정말 당신은 쿨한 사람인가? 아니면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쿨한 척하는 사람인가? 물론 어느 쪽이 되었든 당신이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당신은 쿨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쿨 해 보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가? 스스로 쿨하지 못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쿨한 사람인 것처럼 연기를 했을 때 전과는 무엇이 달라지는가?
쿨하면 어떤가. 반대로 쿨하지 못하면 어떤가. 누군가 당신에게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상처를 주었을 때, 당신이 내려야 할 선택은 '쿨한 척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과 조금은 거리를 두거나, 상대에게 당신의 솔직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결국 '쿨한 척'한다는 건 상대나 주변 상황을 바꿀 자신이 없다는 것과도 같다. 필요에 따라 평소보다 더 쿨한 척을 해야 할 경우도 있겠지만, 매사 누구를 만나든 자신의 모습을 연기하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는 연기를 오랫동안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쿨해지고자 쿨한 척을 해볼 순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점점 더 감이 잡힐 것이다. 내가 쿨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그럴 수 없는지가. 애초에 섬세한 성향을 타고난 사람이 쿨해진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지나치게 바꾸려들기보단, 곁에 둘 사람들을 잘 고르는 게 훨씬 편하다. 적지만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다 보면 자신 또한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 '쿨한 척'은 그만하도록 하자. '쿨한 척하는' 사람들 때문에 나도 쿨해지려고 애쓰다가 더 뜨거워지기보다, '진짜 쿨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당신의 머릿속 또한 예전보다 훨씬 시원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