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이런 적이 한 번쯤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으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시간이 잊지 않거나, 힘겹게 약속을 잡아도 약속 전날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결국 만나지 못했던 적이. 그렇게 힘겹게 날을 잡아 얼굴을 보더라도 대화가 툭툭 끊기거나 무언가 말하기 힘든 불편함이 느껴지곤 한다. 그와 반대로 또 다른 사람과는 그다지 힘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약속을 자연스레 잡히거나, 오랜만에 만나도 대화가 물 흐르듯 오가곤 한다. 후자에 비해 전자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데도, 왜 전자의 사람들과는 관계의 만족도가 훨씬 더 떨어지는 것일까. 오늘은 "자신과 인연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30대 중반인 지금, 다양한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점들이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오늘은 '오래갈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한 가지에 대한 내 생각을 전달해보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앞에서 언급했던 내용에 대해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서로가 만나고 싶어 하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약속 잡기가 힘든 사람들이 꼭 있다. 내가 시간이 되는 날엔 상대가 약속이 있고, 반대로 상대가 괜찮다고 하는 날엔 내가 선약이 있거나 하는 등 말이다. 그렇게 힘겹게 겨우 약속을 잡더라도 전날이나 약속 당일이 되면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야근을 하게 되어 만나지 못하는 등 그런 사람들과는 유독 틀어지는 일이 잦아지게 된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드디어 얼굴을 보게 되면, 처음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런 반가움도 잠시일 뿐, 만나게 되더라도 이상한 일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기로 했던 곳이 마침 그날 임시휴업을 한다거나, 가는 길에 차가 가득 차서 시간이 지체되는 등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가 훼방을 놓는 듯 유쾌하지 않은 사소한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대화를 나눠도 서로가 좋아하는 관심사가 다르거나, 상대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큰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만났음에도, 그와 비례해 즐겁다거나 신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무엇을 하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서로가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더라도 만나기로 한 날만큼은 별 탈이 없다. 심지어 꼭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잠깐 짬을 내서 만나도,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남들과는 3시간 동안 나눌 대화를, 그 사람과는 압축하여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어색하지 않으며, 그동안 서로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예전에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다. 평소 아주 가깝게 지내던 한 지인과 약속을 잡았다가, 마침 그 지인이 갑작스러운 일정이 잡혀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어차피 시간을 비워놨던 터라 나는 그날 바람도 쐴 겸 카페를 가기로 했고, 카페를 가면서 지인과 연락을 하던 중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지인이 일정이 있던 장소가, 내가 가기로 했던 카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내가 카페로 이동하는 시간과, 지인이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끝나는 시간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그날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고, 여느 때처럼 대화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누구보다 만나기 위해 노력했고 대화를 하면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억지로 공감을 해야 하는 사람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반면, 약속이 틀어져도 결국엔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었다. 이것은 나나 상대의 성격이 별로라던가, 상황이 좋지 않다던가 그런 것과는 별개인 것이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사람마다 만나게 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라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와 관계없이 '내가 만나게 될 사람'은 얼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나와 인연인 사람이라면 만나기 위해 그다지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지만, 인연이 아닌 사람과 만나기 위해선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만 겨우 만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와 B 중 A가 나와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이라면 1번 만에 약속을 잡고 만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B와는 10번 정도 노력을 해야 겨우 1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연이라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은 아니다. 아무리 사랑하고 인연인 사람과도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결코 오랫동안 이어질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 한 유명 가수의 노래 가사를 언급한 적이 있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가사였다. 사랑에 대해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볼 땐, '정말로 서로가 사랑한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려갈 거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어쩌면 저 가사 속의 주인공은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에게 지나치게 노력을 했던 건 아닐까라고. 오늘 글에서 계속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로 상대를 사랑하고 있고 그 사람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게 반드시 그 사람과 인연이라는 걸 입증하진 않는다. 오히려 내 경험상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들에게 지나친 노력을 기울였었고, 그 결과가 매번 좋지 않은 걸 몸소 체감하며 '나 또는 상대가 덜 노력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지금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을 두고 나서야, 나는 그 생각이 다소 틀렸을 가능성도 있겠다는 걸 느낀다. 더 나아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했던 것에 더해서,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이 상황을 이겨내고픈 마음'이 강하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토록 서로 만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번번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것을 '우리가 인연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부족해서'라며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았던 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마음에 품고 있는 상대와 내가 인연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는 건, 스스로 가장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선택지니까 말이다.
정말로 잘 맞는 사람을 만나보면, '행동의 가성비'가 매우 크게 좋아진다. 이것은 아마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안부를 묻는 연락을 계기로 갑작스러운 만남이 성사되기도 하며, 한쪽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더라도 다른 쪽은 마음에 여유가 있어 그것을 받아줄 수 있게 된다. 만약 인연이 아니라면 이와는 정반대일 것이다. 한참 전에 잡아놓은 약속도 우연한 일을 계기로 깨지거나, 서로가 똑같이 힘들다 보니 만나더라도 상대의 힘듦을 이해하기보다는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현재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의견이 잘 맞지 않거나 대립한다고 해서 꼭 그 사람과 '인연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저 상대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서 인연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는 건, 위험한 행동일 수 있다.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내 마음에 쏙 들게 행동할 수는 없다. 단순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빠른 시일 내에 자연스럽게 해결되거나 대화로 잘 풀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만약 현재 당신이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 중 그 어떤 사람과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성도 있다. 결국 '나와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 것보다, 나 자신이 '누구와도 잘 맞는 사람'이 되는 게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기엔 훨씬 더 빠르고 편한 길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