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정한 사람이 좋아' '배려심 있는 사람이 좋아'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좋아' 다정하고 배려심 많으며,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당신을 설레게 만드는 그 사람의 다정함이, 과연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말이다. 오늘은 "이기적인 다정함"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려 한다.
당신의 앞엔 두 가지 선물이 놓여 있다. 하나는 고급스러운 포장지를 사용해 멋진 상태로 놓여 있고 , 또 다른 하나는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종이봉투 안에 들어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고르겠는가?
아마 대부분 멋지게 포장된 선물을 고를 것이다. 왜냐하면 포장상태를 보고 그 안의 내용물 또한 고급스러운 선물이 들어있을 거라 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포장을 뜯어보니 그 안엔 포장지를 포장한 비닐이 가득할 뿐이었다. 반대로 쓰레기만 가득할 것이라 여겨졌던 종이봉투엔 수십 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 들어 있었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포장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겉이 화려하다고 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반드시 고급스럽고 귀한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에 있다. 사람 또한 그렇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멋지고 아름다운 이성을 볼 때 본능적으로 끌린다. 하지만 멋진 외모를 지녔다고 해서, 꼭 그들의 내면 또한 그렇게 멋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다정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을 보며,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유기견, 유기묘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자신의 돈과 시간을 길을 잃고 버려진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의 고결한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애니멀호더였다면? (애니멀호더: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사람들) 동물들을 데리고 오기만 한 후 방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내버려 두기만 하는 걸 알게 되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은 전과 같은 이미지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비슷해 보이지만, 다정함에도 2가지 결이 있다. '누군가를 위한 다정함'과 '자신을 위한 다정함'. 자신을 챙겨주고 신경 써주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따뜻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러한 다정함이, 사실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적인 다정함이었다면 어떨까. '그런 다정함이 세상에 어디 있어'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러한 다정함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평소에는 애교도 많고 사랑스럽던 연인이 조금만 기분이 나빠지면 표정이 금세 차가워진다거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땐 몇 분 동안 설교를 늘어놓는 것 등이 '자신을 위한 다정함'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정함이 정말로 최악인 이유는, 그들이 자신이 가진 다정함을 일종의 '무기'처럼 다룬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들의 다정함은 놓치기엔 너무나 따뜻하고 아늑하다. 그들의 기분이 좋고, 원하는 대로 흘러갈 때 당신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세심함. 그것은 하루에 지친 당신에게 아주 큰 안도와 위로가 되곤 한다. 그래서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점점 더 상대가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게 되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지나친 눈치를 보며, 그러한 상황에 닥쳤을 때 자신도 모르게 예민해지거나 불안해지는 것. 과연 이것이 정말로 당신이 바라던 다정함인가?
세상에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단점이 없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내가 가장 이해되지 않는 건, 의외로 많은 이들이 자신이 평소에 입버릇처럼 중요하다고 말했던 장점을 그다지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다정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라는 말이다.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은 분명 매력적이다. 다만 우리는 그러한 상대의 다정함과 배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엔 다정하다가도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다투고 난 후엔 그러한 다정함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사람을 정말 다정하다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끔 하기 위해, 자신의 기분이 좋을 때만 상대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 진정 우리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다정한 사람'이 맞냐는 것이다.
어떤 것을 잘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것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진짜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은, 자신이 힘들거나 지친 상황에서도 상대를 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다정함이 큰 폭으로 움직이는 사람보단,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같은 다정함을 가진 사람이 좋다. 정말로 다정하다는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아주 뜨겁게 햇빛을 내리쬐다가 한순간에 매서운 바람이 불며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게 아닌, 일정한 온도로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게 당신을 기분 좋은 따뜻함으로 나른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