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누군가에겐 외모가 될 수도 있고, 능력이 될 수도 있으며, 다정함같은 성격이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의 처지를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겨, 만남을 시작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눈앞에 있는 상대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과연 그렇게 시작한 만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오늘은 "동정심으로 만남이 시작되면 위험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누군가를 '안타깝다'라고 여긴다는 건, 특정한 부분에서 자신의 상황이 상대보다 더 낫다는 전제가 깔려있음을 뜻한다. 그것이 아무리 좋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당신의 지인 중 가진 자산이 몇백억 인 사람이 있다고 떠올려보라. 경제적인 부분에서 당신이 그 사람을 동정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서 몇 년째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가정해 보라. 그에 비해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연애를 하고 있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이런 부분에선 당신은 그 사람을 동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일까? 그것은 경제적인 것과는 전혀 별개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는 여유는 부럽지만, 그와 동시에 외롭고 쓸쓸한 그의 일상에 비해 자신의 일상이 좀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동정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릴 때, 하나의 측면만을 근거로 내세우기보다 여러 가지 측면을 모두 종합한 후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즉, 앞서 말한 사례로 설명하자면 "나보다 외롭고 쓸쓸하긴 하겠지. 그렇지만 저 정도로 돈이 많으면 할 수 있는 건 많을 테니까 썩 나쁘진 않을 거야"와 비슷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어느 한 부분이 자신에 비해 매우 월등한 사람일지라도 동정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가진 대부분의 모습들이 자신보다 초라하다면 어떨까. 배려심, 경제력, 집안, 대인관계 등 여러모로 부족한 점들이 많다면 애초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쉽사리 들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상대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때문에 그를 만나기로 결정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결정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해준 것에 비해 돌려받을 것들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시작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간과한 사실 하나가 있다면, 시작한 관계가 어디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관계든 그 관계가 시작할 때 끝을 생각하고 만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평생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 서로 간의 신뢰와 사랑이 있기에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맺은 모든 관계를 돌이켜보면, 어떤 부분이든 나보다 타인이 더 우월한 면을 갖고 있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 또한 주관적이지만, 어쨌든 우리가 그러한 점이 없는 사람과는 관계를 시작하려 들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다.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한다는 건 얼핏 보기엔 로맨틱하고 이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바꿔 말하면 사랑이 식으면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과 같다. 유명 가수가 부른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고. 분명 노력만으로 사랑은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기론, 사랑이 잘 유지되기 위해선 반드시 노력이 수반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에서 이뤄낸 성과들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스스로 게을러서가 아니라, 자신 주변을 둘러싼 말 못 할 이유로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도 많다. 나는 그런 이유로 그들이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그들에게 묻고 싶은 건, 그들이 현재 괴로워하는 삶을 극복하기 위해 어느 정도로 노력했냐는 것이다. 더불어 타인의 사랑을 자존심 부리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과, 자신은 상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알고 있냐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삶을 저주하고 원망하는 게 버릇이며 자신은 더 이상 희생하고 노력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사랑을 해서도, 받아서도 안된다는 게 개인적인 입장이다.
한쪽으로 치우진 관계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양쪽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이 있다. 더 많이 가진 쪽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더 적게 가진 쪽은 적절한 자존심과 함께 보답하려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들을 베풀면서 상대에겐 그만한 보답을 바라지 않는 마음. 자신을 위한 배려에 감사하면서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어떻게 서든 무언가를 해주려는 태도. 말로만 듣기에도 정말 어렵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관계, 즉 더 많이 가진 쪽이 동정심 때문에 시작하는 관계가 오랫동안 잘 유지되는 게 어려운 것이다.
이 세상에 '0%'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가능성이 낮아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란 존재한다. 상대에 대한 동정과 연민으로 사랑을 시작해, 좋은 결과로 이어진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을 쓰면서 하나 느낀 것이 있다면, 어쩌면 상대가 자신에게 기대는 걸 사랑이라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자신이 채워줄 공간이 없는 완벽한 상대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자신이 채워나가는 과정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곁에 당신을 그렇게 대하고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당신의 곁에 있는 그 사람이야말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고. 오늘만큼은 당신이 그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