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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Nov 12. 2023

감정을 묵혀둔다는 건

무엇이든 고일수록 썩어가기 마련


감정을 묵혀둔다는 건, 물이 고여있는 것과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여 있는 물에 벌레가 꼬이고 냄새가 나는 것처럼, 오랫동안 묵혀둔 감정들도 스스로를 썩어가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감정을 묵혀두는 것일까.



감정을 계속 묵혀두는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나 자신의 두려움'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상대의 태도'에 달려 있다. 우리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상대가 나의 감정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던 경험의 축적, 크게 이 2가지 이유로 '감정을 묵혀두기로' 결정한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묵혀둔 것을 '괜찮다'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묵혀둔 감정은 절대 괜찮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한 계기를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발산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이나 연인에게 풀려고 하거나,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보라. 폭우로 인해 허용량을 넘은 댐이나 둑이 터지면서 거대한 물살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는 것처럼, 묵혀둔 감정이 터지게 되면 어떤 끔찍한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감정을 오랫동안 삭히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자신에게 쌓이는 게 싫어, 꼬박꼬박 모든 말들에 말대꾸하는 사람과 누가 친해지고 싶겠는가. 요즘 들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마치 '이기적인 사람'과 동일해져만 가는 것 같은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결국 우리가 해야 할 건 단순하다. 감정을 꾸준히 표현해 보는 것.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감정을 묵혀두기만 하면, 당연히 말해야 할 것들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또한 자신과 상대가 너무나 다른 감정의 결을 지니고 있으면,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 부딪히게 된다. 우리는 필요할 때 그 어떤 사람과도 거리를 두거나 끊어낼 수 있는 용기를 내어야 한다. 아무도 당신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라. 느끼는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것도, 상대의 눈치를 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 사람을 곁에 두는 것도 말이다.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계속 시도해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당신을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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