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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Nov 19. 2023

대부분의 30대가 겪는 3가지 변화들


나이를 먹으면서 뒤를 돌아보면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몇 년 전과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왜 벌써 이 나이가 되었나라는 생각들이. 제도가 바뀌어 2살이 어려졌다는 둥 이제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조삼모사와 같은 숫자놀음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 커서 어떻게 살고 싶냐는 어른들의 물음에, 좋은 대학교를 들어가서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살 거라고 별생각 없이 던진 말들이 이렇게나 쉽지 않을 줄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어쩌면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었기에 되려 그런 말들을 할 수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어영부영 보낸 20대 시절을 지나 30대가 된 이후부터 내 일상엔 조금씩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들이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란 걸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30대들은 그러한 변화를 겪었거나 이미 겪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그 변화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말해보려 한다.






30대가 된 후 가장 첫 번째로 체감한 변화는 바로 '건강'이었다. 20대 때는 하루종일 빵이나 간식만 먹어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심지어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적어도, 일상생활을 보내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아플 때도 반나절 정도만 휴식을 취하면 다음날은 거짓말같이 쌩쌩해져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자 어느 순간부터 '밥'을 먹지 않으면 힘이 잘 나지 않았다. 다른 것들로 배를 채우면 금방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일을 할 때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것이었다. 평일 저녁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평소보다 조금 더 과식을 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 속이 좋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한마디로 건강에 좋지 못한 행동들을 하면, 곧바로 몸에 대미지가 오는 것이 느껴졌다. 휴식을 취하더라도 회복속도가 더뎠기에, 점차 건강에 좋지 못한 음식들과 행동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변화는 '집약된 인간관계'였다. 해야 할 것들은 늘어만 가고 체력은 조금씩 줄어드는 게 느껴지다 보니, 전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훨씬 더 중요해져 갔다. 그러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나뿐만이 아니라 서로가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예전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일들도 전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인 적도 있었다. 그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나와 상대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거나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러한 변화들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들 이런 변화들을 한 번씩 겪고 있으며, 나에게만 벌어지는 이상한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자연스레 그것을 받아들였다. 한쪽의 큰 실수로 인해 관계가 정리되기도 했었지만 때로는 상황의 변화로, 때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했다. 그러한 경험들이 하나둘씩 축적되며 사람에게는 고유한 결이 존재하며, 그것이 맞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멀어지게 된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러한 인간관계의 정리는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 오히려 맞지 않는 사람들을 곁에 둘수록 힘들어지는 건 나 자신 뿐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 변화는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좀 더 에너지가 넘치고 원하던 것을 위해 달려 나가던 20대 시절과는 다르게, 30대가 되면 보기 싫어도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크게 2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꿈을 쫓아가거나', '안정된 삶을 살아가거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리스크는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며, 그 선택도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바꿀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선택을 하는 순간부터 다른 선택을 한 사람과는 쉽게 어울리지 못함을 느끼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선택 하나만으로 똑같은 현상을 마주할 때 떠올리는 생각의 메커니즘이 상이해지기 때문이다. 안정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꿈을 좇는 이'들의 행동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철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반면, 꿈을 좇는 사람들에게 '안정된 삶을 사는 이'들은 '현실에 굴복한 겁쟁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가끔씩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정도는 가능할지언정,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엔 힘든 것이다.






이상 3가지가 30대가 된 이후 스스로 체감한 가장 큰 변화들이었다. 한 가지 특이했던 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길 바라는 동시에 그 누구보다 스스로의 일상을 부정적으로 여기곤 한다는 것이다. 안정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러한 편안함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도전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의 스릴과 짜릿함을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변화무쌍한 삶에 지쳐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단점을 보며 질겁하거나 혐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상대가 가진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단점만을 수정하길 바라는 모순된 바람을 가지기도 한다. 다정함을 타고난 사람에게 타인을 제외한 자신에게만 다정하길 바라거나, 리더십을 가진 이에게 그러한 카리스마는 유지한 채 좀 더 다정하고 부드러워지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상대의 단점을 고친다는 건, 장점 또한 사라지는 걸 의미하는데도 말이다.



20대 시절의 내가 30대 어른들을 보며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건, 그들이 자연스럽게 풍기는 성숙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30대가 된 이후 느낀 건, 30대 또한 20대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내면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변화를 겪으며 성숙해진 것도 맞지만, 여전히 그들 스스로는 아직 많이 어리고 부족하다고 여긴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태도를 지니는 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30이라는 나이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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