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사람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긴 힘들겠다'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든 사람과는 결국 관계가 끝나고야 말았다. 이후 다른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에 지나지 않은 해프닝일 뿐이었다.
간혹 처음부터 끝이 보이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관계를 지속할 때가 있다. 상대의 능력이 필요해서,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배울 점이 많아서 등등. 하지만 누군가를 만날 때 특정한 이유가 너무 강하다는 건, 바꿔 말하면 그것이 사라지면 그 사람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유통기한이 정해진 사람'이다. 사람에겐 유통기한이 없다. 사람의 유통기한을 정하는 건, 오로지 상대를 대하는 자신에게 달려 있을 뿐.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것은 본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자신의 특정한 목적에 따라서만 누군가를 만나고 곁에 두다 보면,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만 채워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즉, 자신의 목적만으로 관계를 맺고 끊는다는 건 자신 또한 타인에 의해 내쳐질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도 목적 없는 배려에 익숙하지 않으면서, 정작 타인으로부터 그러한 다정함과 배려를 받길 원한다.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타인에게 먼저 내어줄 용기를 본인조차 내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겐 그러한 행위를 바란다는 것이다. 자신이 친하다고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와 같은 바람은 더욱 강해지곤 한다. 그렇다면 이미 처음 시작할 때부터 '끝이 보이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바라기만 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드러낸다면 어떨까? 처음이야 상대도 좋은 마음으로 잘해주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과 함께, 상대에 대한 마음도 점점 작아지게 될 것이다.
어떤 걸 시작하기 전 불행하게 끝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도한다는 건 대부분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반대로 똑같은 상황에서 자의로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좋지 않은 결말이 충분히 예상가능한데도 관계를 시작하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들. 이들 대부분은 '현재의 행복'에만 초점을 맞춘 채, 다가올 결말에 대해선 '알아서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관계라는 건 습관이자 버릇이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사람들은 다정하고 편안한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한다. 그들에게 사랑은 잘 풀리지 않는 관계를 다투며 맞춰나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 중 일부는 오히려 다투지 않는 것을 불안해하기도 한다. 관계를 이어나갈 때 평화롭고 안정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된 적이 없기에, 오히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애정이 식는다', '서로 사랑하지 않고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연애가 항상 힘들고 불안했다면,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랑이 올바른 방향이었는지 깊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상대가 자신에게 주는 사랑이 부족한 게 아니라, 마음 한편에 구멍이 뚫려 받고 있던 사랑이 새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억하라. 많은 고난과 시련을 힘들게 극복하는 것만이 사랑이 아닌, 큰 다툼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사랑도 있음을. 후자의 사랑을 유지하는 것 또한 서로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