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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an 09. 2024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결혼을 생각해 보았거나, 현재 준비 중인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결혼은 현실이야"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결혼을 준비하면서, 왜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아마 결혼을 막연히 떠올려 본 사람, 준비 중인 사람, 이미 결혼을 한 사람에게 이 말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경제적 의미'에만 맞춰 해석한다. 틀린 건 아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행복은 오래 유지되기 힘들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고도 볼 수 없다. 만약 부유함이 곧 행복한 결혼생활과 일맥상통한다면, 돈이 많은 사람들이 왜 이혼하는지 설명할 수 없지 않은가.



'결혼은 현실'이란 말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진짜 나와 상대를 마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혼을 준비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나와, 지금까지 몰랐던 상대방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결혼에 앞서 서로가 평소 어떤 생각을 자주 하며 살았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연애할 때보다 좀 더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결혼을 준비하거나, 결혼한 후에 사람들이 갈라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상대방의 가치관과 생각하는 방식, 문제를 대하고 해결하려는 방법이 자신의 생각과 너무나 다를뿐더러 맞춰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어떻게 치르고 싶은지, 신혼집은 어떤 평수를 원하는지, 어디에 살고 싶은지, 아이는 낳고 싶은지, 주말엔 어떻게 쉬고 싶은지. 나는 이제껏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말하고 움직이는 것뿐인데,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그게 싫다고 한다. 별로라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일상이 매일 이어진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끔찍한가!  



단지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는 것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덮고 넘어가는 느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우는 5살짜리 아이에게 사탕을 주며 달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울 때마다 사탕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사탕으로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왜 우는지에 대한 관심은 일절 없이, 그저 아이가 울 때마다 입에 사탕만 물리는 걸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좋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 할 수 있을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찌어찌 덮고 넘어가서 결혼을 한들, 그것은 끝이 아니라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같이 살기로 했으니 어떻게든 맞춰가겠지'란 막연한 생각을 하는 게, 어떻게 '현실적인 태도'겠는가? 나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결혼에 대해 이상적이고 행복하게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 믿는다.



결혼 생각이 없던 사람들이 결혼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막상 그런 사람들이 결혼하면 크게 다투거나 이혼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결혼에 대한 로망이 어렸을 때부터 컸던 이들일수록 결혼을 늦게 하거나, 하게 되더라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왜일까. 그들 중 대다수는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눈을 뜨고 주말이 되면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기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는 모습. 물론 그런 생활을 일상처럼 누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즐기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너무나 다른데도 '결혼하면 괜찮겠지'란 막연한 생각은 정말로 위험할 수 있다. 단순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위험하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의 삶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사람 하나로 인해 인생이 좋게 풀리기도 하지만, 아예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숱하게 많다는 걸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연애나 결혼이나 마찬가지다. '잘해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본이다.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것은 그 사람의 평소 기분 좋을 때가 아닌, '힘들 때 본능적으로 나오는 말과 행동'이다. 좋을 땐 누구나 좋고, 그 어떤 사람과도 잘 맞는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멀리하거나 끊는 이유는, '상대가 스트레스받거나 힘들 때의 모습'이 평소와 너무 달라서이다. "함께라면 무엇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라고? 천만의 말씀. 한 명이 무너지면 나머지 하나가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반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 명이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무너진 한 명도 금방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결혼의 가장 좋은 점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점이다.



그러니 이제는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에 대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당신의 옆에 있는 사람의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평생 보듬어 줄 자신이 있는가?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당신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상대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말을 평생 할 자신이 있는가. 당신조차 힘든 상황에서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것이야말로 "결혼은 현실이야"라는 말에 담긴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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