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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pr 14. 2024

당연하게 여기면서, 왜 '대화'가 되길 바라죠?


당신은 마술을 좋아하는가? 나는 직접 마술을 본 적은 없지만, 영상으로만 보더라도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대부분의 성인들은 그러한 마술이 실제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착시나 손기술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서 카드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순식간에 다른 색으로 바뀌거나 생각한 카드를 맞추는 걸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마술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숨겨진 트릭을 밝혀내기 위해 아주 집중해서 그것을 관찰하는 것까진 괜찮다. 하지만 간혹 '선을 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마술사에게 무례한 질문이나 행동을 하거나, 자신이 그것을 찾지 못한 분풀이로 깽판을 부리는 사람들 말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 영상 댓글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유튜버가 고소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은 뒤 "마치 크림 같아요"라는 비유를 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꼭 한 명 정도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곤 한다. '그럼 차라리 크림을 먹지 그래', '그 정도는 아닌데 오버하네' 아마 당신도 이런 류의 댓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그저 '지나치게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유형의 사람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때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평소 대화를 때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주 흔하다. 보통 친구나 연인과의 다툼에서 이런 경험을 겪은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상대와의 타협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이미 답을 정해놓는 사람들. 그들은 마치 이런 주제로 다투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도, 이미 그들은 귀를 닫은 채 건성으로 상대의 말을 들은 뒤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바쁘다. 과연 이것을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상대와 대화하는 걸 너무나 쉽게 생각한다. "그냥 잘 듣고 공감해 주면 되는 거 아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행동한다고 한들, 그 행동에 진심이 없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입장을 바꿔 당신도 상상해 보라. 당신이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 상대가 시선을 땅에 내리꽂은 채 건성으로 '응, 듣고 있어'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것을 온전히 믿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믿지 못할 것이다. 제대로 된 소통을 하려면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지 말고, 스스로 '네 의견을 편견 없이 듣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통하는 건 진심뿐이다. 사랑한다는 말만 수십 번 하면서 떨어져 있을 땐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보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에 찾아와 말없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그것이 진심이 담긴 사랑이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말을 듣는 것과, 이미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서 '어디 한번 얘기나 들어보자'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누군가와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그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부모,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작고 사소한 배려들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건 없다. 아침에 일어나 연락하는 것,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것, 힘들 때 달려와 위로해 주는 것.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순간이 많을수록,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 똑같이 자신에게 기분이 상할만한 말을 해도 고마운 마음이 있는 사람에겐 '그래도  사람은 내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라고 여기는 반면, 고마운 마음이 별로 없는 사람에겐 '네가 뭔데'란 생각부터 먼저 들기 마련이다.



'네가 먼저 그렇게 하면 나도 고민해 볼게'와 같은 마음가짐을 먹은 채, 좋은 사람을 만나 원활한 소통을 하길 바라지 말라.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설령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도 내가 변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사람과의 만남이 불편해진다. 그 사람으로 인해 자신이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 전보다 좋게 변한 사람들은 그러한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 사람들뿐이다. 당신이 받고 있는 것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할수록, 더 많은 것들이 당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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