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at May 11. 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글을 쓴다


4월 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로 몸이 휴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휘날리는 휴지처럼, 내 몸도 그런 상태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당장이라도 침대에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고서 해야 할 일들을 한다.  



도시락통을 들고 주방으로 가 물을 받아 휘휘 헹궈준 뒤, 다시 물을 받아놓고 내려둔다. 그리고는 신고 있는 양말을 벗어 든 채 세탁실로 걸어가 문을 열고 양말을 세탁물 바구니에 넣는다. 바구니가 작기도 하고 점점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세탁기를 돌린다. 세탁기를 돌리는 날은 세탁이 끝날 때까지 의자에 기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홀린 듯 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세탁이 끝나 있다. 지난달 중순에 결제한 클라이밍 센터를 간 지 어느새 10일이 넘은 것 같다. 물기를 털고 옷을 널어두고 나면 본격적인 양자택일의 시간이다. '운동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집밥을 먹을 것인가, 배달음식을 먹을 것인가', '청소기를 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이번 한 주는 하기로 했던 것을 하지 않은 적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글쓰기'이다.



 





내가 글쓰기를 매일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한 것이다. 바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을 정말 힘들어하는 편인데, 누구나 그렇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때로는 싫어하는 것도 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그럴 때가 가장 힘들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 누가 봐도 티가 날 정도이다. 그와 반대로 무언가를 정말 좋아하면, 그것을 크게 질려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 피곤하면 모든 걸 귀찮아하는 내 성격상,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건 정말 글쓰기가 좋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단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너무 피곤한 날엔 '오늘만 쉬자'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내게 글을 쓸 수 있는 큰 힘을 주는 건, 내 글을 읽고 잘 읽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이다.



아직 많이 알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주변 지인 중 몇몇은 내가 글을 쓴다는 걸 알고 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글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면 무어라 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한 기분이 든다. 특히 들은 피드백 중에서 '공감되더라'라는 말이 있을 때 유독 기분이 더 좋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적는 것. 이것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누군가를 응원하는 방식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도움 될만한 조언을, 또 다른 사람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기도 한다. 내 경우엔 후자 쪽에 더 가깝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결국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고, 나도 힘들 때 누군가의 응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나를 믿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해보라. 아마도 그 사람에겐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 될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쓰는 악플로 인해 어떤 사람은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말을 반대로 하면 누군가의 응원 한 마디가 불러일으킬 파장 또한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꿈을 포기하려는 순간, 이름 모를 사람의 따뜻한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을 다시 일으킬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렇다. 지친 상태로 쉬고 싶다가도 누군가 글에 남긴 피드백을 보면 '이 맛에 글 쓰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호감은, 곧 그것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좋아하던 것이 점점 싫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누군가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 사람이 그것을 다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눈이 감기고 하품이 나온다. 얼른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자기 전까지 푹 쉬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지만 내 주변엔 내 글을 재밌게 읽어주고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내 글이 '더욱' 좋아진다. 피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공격적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