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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Jun 12. 2024

"떨어지고 나서야 날개가 있다는 걸 알았다"는 말


요즘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중 하나인 천우희. 최근 그녀는 자신과 같이 작업한 감독이 인스타에 적은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가 감명을 받았다는 글은 '나를 벼랑 끝으로 민 사람 덕분에 내가 날개가 있는 걸 알았어'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으로 인해, 전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이런 류의 글들은 지금까지도 많았다. 하지만 똑같은 글을 보고도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그땐 힘들었지만 그 사람 덕분에 나도 몰랐던 건 많이 알게 됐지"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그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이 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고통은 항상 아프다. 이것은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마찬가지다. 숱한 연애를 한 사람도 이별을 마주한 순간, 슬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을 덜 수 있게 만드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고통을 완전히 치유해주진 않지만, 그러한 아픔을 서서히 잊게 만든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매개체를 만나기도 한다. 그것은 새로운 일이 될 수도, 사람이 될 수도,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다.



아픔을 주었던 순간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 반면, 삶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렇게 자신을 얽매고 있던 고통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수록, 우리는 조금씩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 당시엔 모든 게 상대의 잘못인 것만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도 썩 괜찮은 사람은 아니었구나'란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고통을 통해 전보다 한층 성숙한 사람이 되어 간다.






다른 글에서도 자주 말하지만, 사람이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선 고통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 중엔 이 말을 믿지 않거나, 부정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고통스러운 순간을 겪는다고 반드시 성장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당장 당신 또는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라. 힘든 순간을 겪은 후 전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이상한 고집을 부리거나 오히려 전보다 더 최악으로 변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타고난 예민함'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 상담 일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이런 일로 이렇게까지 힘들어한다고?'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물론 당사자인 그들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있다 보면, 내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부분들에 대해 그들은 이의를 제기하곤 했다. 오히려 그들은 나를 보며 '왜 이렇게 무디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이건 내가 생각해도 정말 힘들었겠다 싶은 경험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엄청난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풀어내는 그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다. 그들과 같이 있으면 큰 문제가 될 일들도 별일 없이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럴 수 있지" "괜찮아" 우산을 챙기지 않은 날 비가 왔을 때 전자의 경우는 일기예보의 탓을 하며 불평을 쏟아내는 반면, 후자의 경우엔 날씨가 아까보다 시원해졌다며 너스레를 떠는 느낌이다.






예민하다는 걸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편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면 무딘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가장 처음 문단으로 돌아가 천우희 배우의 말을 인용해 보자. 벼랑 끝에서 누군가 자신을 밀었을 때, 예민한 사람은 '누군가 나를 밀었다'는 상황 자체에 깊게 몰입할 것이다. '어떻게 이 사람이 날 밀 수 있지?' 자신에게 날개가 있어서 날 수 있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민 상대에 대한 원망과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만이 가득할 것이다.



한때 유행하던 MBTI의 결과가 T라고 해서,'나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이 이성적인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힘든 상황에서 얼마나 이성을 유지하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고통스럽고 힘든 순간에 처했을 때, 진짜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나 이성적인 사람이야"라고 말한 사람들 중, 힘들 때도 이성적인 모습을 유지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은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어쩌면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당신이 훨씬 더 예민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타고난 예민함을 조금은 줄여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화를 내는 게 아닌, 당연히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사는 것처럼 상대에게도 그럴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서로에 대한 마땅한 존중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당신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누구보다 크고 멋진 날개가 당신에게도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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