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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Aug 07. 2024

일은 잘하는데 혼자가 되는 사람의 특징

서로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


종종 어떤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저거 어디서 많이 본 건데' 좀 더 곱씹다 보면 예전에 만났던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나는 평소 너무 완벽하거나 젠틀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 중, 이 생각에 영향을 준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은 깔끔한 옷매무새와 매너 있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곤 했다. 하지만 그분이 술에 거나하게 취했을 때 친한 지인에게 험한 말을 하고 아랫사람을 대하듯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난 이후, 나는 그 분과 점점 거리를 두었다. 더 친해졌을 때 그런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도 그 분과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기분이 나쁘면 평소와 굉장히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 걸 보며, 어느 정도 틈이 있는 사람을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상황과 장소는 달라졌지만, 과거 자신이 만났던 사람의 '캐릭터'를 비슷하게 가진 사람을 만났던 경험 말이다. 오늘은 아주 다양한 캐릭터 중에서도 '능력은 좋지만 점점 외로워지는 사람'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어딜 가든 일을 잘하는 사람은 한 명은 꼭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꼭 일을 잘한다고 해서 사람들과 사이가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소위 '일잘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일도 잘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사람과, 일만 잘하는 사람으로. 후자에 속한 사람들은 또다시 두 부류로 나뉘었다.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과, 이기적인 사람으로.



일은 잘하지만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은 대체적으로 큰 문제가 있진 않았다. 물론 맡은 업무와 사교성의 연관관계가 클수록 일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문제가 생길 사람이라면 '일을 잘한다'라는 평을 듣기 전에 제 발로 회사를 뛰쳐나가는 편이었다. 새로 들어온 신입 사원에게 직장상사가 그들을 소개할 때면 보통 다음의 수식어가 붙는 편이다. "재밌는 사람은 아니지만", "말수는 별로 없는데", "조용한데" 그러나 끝은 동일하다. "그래도 일은 잘해"


 




반면 일을 잘하는데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쁜 사람들은 조금 달랐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들과 대화를 섞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은 잘하는데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엔 친화력이 높은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 질문을 던질 때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힘들 뿐, 대화 자체가 힘든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잘하면서 관계가 좋지 않은 이들은 대화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제외하고 그들에게 사적인 얘기를 먼저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어쩌다 그들에게 말을 걸어도, 그들 특유의 염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질려 황급히 대화를 멈추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들은 마치 대화도 일처럼, 자신만의 스타일과 화법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곤 했다. 그들이 웃을 땐 상대가 웃지 않았고, 상대가 웃을 땐 그들이 웃지 않았다.






'세상에 믿을 건 나 자신뿐이다' 나는 이 말을 꽤 좋아한다. 아무리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도, 결국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남들이 자신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그것과 상관없이 자신을 믿는 사람은 어떤 것을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만이 옳다'는 의견엔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을 믿는 것과 자신이 옳은 건 다르다. 특히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단체생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신을 믿는 사람은 타인에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관계에서 자신의 신념을 조금 굽히는 것처럼 보여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남들의 시선에선 그렇게 보여도 스스로는 여전히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남들에게 맞춰주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의 의견이 묻힐 수도 있다. 그들은 그것을 참지 못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말을 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마음먹고 낸 의견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그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모든 걸 잘하기란 힘들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일도 잘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과도 잘 지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게 맘처럼 쉽지는 않다. 내가 그들과 친해지고 싶은 만큼 그들은 나와 친해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잘한다'의 업무 기준이, 상대에겐 높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생활에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별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기준이 남과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나는 이 업무를 하루 만에 숙지했지만, 상대는 3일도 부족할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진 성장의 열망이 지금의 상대에겐 너무나 크고 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바짝 마른 장작과 물에 젖은 장작이 활활 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다른 것처럼,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는 연습이 우리들에게 좀 더 필요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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