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도서관을 갑니다

by Quat


아내와 나는 매주 주말에 한 번은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린다. 사실 도서관을 가는 건 아내의 오래된 루틴 중 하나인데, 나도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귀찮은 걸 싫어하는 내가 지금처럼 도서관에 자주 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집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다. 도보로 약 6~7분, 차로 2분이면 공공도서관을 갈 수 있다. 주차장이 넓은 건 아니지만 갓길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내부도 꽤 크고 깔끔해 동네 산책을 할 때도 들르는 코스 중 하나이다.






함께 도서관을 가지만 아내와 나의 코스는 정반대에 가깝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는 왼쪽, 아내는 오른쪽으로 향한다. 내가 가는 곳엔 '해리포터', '양들의 침묵', '다이버전트', '퇴마록' 등등 각종 소설들이 있고, 아내의 발걸음이 멈추는 곳엔 다양한 동화책과 어린이도서들이 선반에 진열되어 있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책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읽고 싶은 책을 빌리는 방식도 다르다. 처음 아내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대여섯 권은 기본이고 많을 땐 10권까지도 빌리는 아내를 보며 '이걸 다 일주일 만에 읽을 수 있어?'라며 귀에 대고 속삭였었다. 반대로 보통은 한 권, 많으면 2권 정도 빌리는 나를 보며 아내는 "왜 그거밖에 안 빌려?"라고 물었었다. 읽고 싶은 책은 전부 빌리는 아내와, 읽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리는 나. 이건 도서관에 갈 때마다 서로를 보며 다른 의미로 놀라는 부분이다.






요즘 내가 도서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읽고 싶은 책을 고른 후 아내가 책을 고를 동안 자리에 앉아 있을 때다. 도서관에 앉아 그 특유의 고요함을 즐기는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마냥 조용하지만은 않은 공간이다. 처음 도서관 안에 들어가면 분위기 때문에 저절로 입을 다물게 되지만, 몇 분만 지나면 그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들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책장에 책을 넣거나 꺼낼 때 선반에 닿으며 나는 소리나,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길 때 들리는 종이 소리들. 도서관에 앉아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스마트폰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없던 시절. 디지털 시대에 기반한 소음이 아닌, 아날로그에서 비롯된 소리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편리해졌지만 삭막한 지금과 달리, 가끔은 불편해도 낭만이 넘쳤던 그때가 종종 생각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날수록 도서관에 오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한 번쯤 도서관에 가보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책을 구경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고, 그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오랜만에 책이나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책을 빌리지 않고 자리에 앉아 5분 동안 책을 읽어도, 채 10페이지를 읽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책을 읽었다는 것' 자체가 남들한테 자랑할만한 일로 변한 것 같다. "요즘 무슨 책을 좋아해?"까지 갈 필요까지도 없는 것이다. 그저 "나 이번 달은 책을 한 권 읽었어"라는 말만으로도 "오, 요즘 너 되게 열심히 사는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꼭 베스트셀러나 자기 계발 같은 책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지 않은가. 잘 쓰인 소설, 심지어 명작이라 평가받는 만화책도 끝까지 읽고 나면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책장에 소복이 쌓인 먼지 속에서 고통받는 책 한 권을 구해내는 영웅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