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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t May 30. 2022

어설픈 자기 주관이 더 위험한 이유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아는가? 열심히 노력하지만 빛을 보지 못한 영세상인들을 도와주기 위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망할 뻔한 가게가 살아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 꽤나 많았다.



꼭 좋은 결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른바 '빌런'으로 불리는 주인들도 있었다. 손님들이 자신의 가게를 찾지 않음에도, 그들은 자신의 요리와 맛에 자신이 넘쳤다. 전문가의 조언과 레시피를 거부하고 소신껏 자신만의 영업방식을 밀어붙였다.



나는 적어도 '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주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아니라도 해도 그 길에 확신이 있다면, 그것을 밀어붙일 자신감과 배짱이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관리자라면 조금은 괴팍할지라도 너무 부드럽고 유순한 것보다는 낫다. 골목식당에 출연한 '빌런 사장'들도 그런 의미에선 사장으로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춘 셈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한 가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로 프로그램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가게에 문제가 있다는 걸 스스로 인지했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자신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제안들을 일일이 거절한다. '제 입장도 생각해보세요' '저는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 중엔 이걸 좋아하는 분도 계세요'와 같은 내용의 말들이, 마치 짠 것처럼 그들의 입에서 비슷하게 흘러나온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그들이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러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와달라는 입장이라 해도 반드시 상대의 모든 조언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많은 조언들 중 자신에게 맞는 조언을 받아들여 전보다 더 나아지기만 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조언을 하는 사람도 누군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마치 갑인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나보다 상대방이 훨씬 더 해당 분야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이 있다면, 자신의 주관을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주관이 타인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수시로 흔들린다면 문제겠지만, 확실한 이유가 있음을 인지하고 생각을 바꾸는 건 용기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적어도 자신이 가진 주관에 대해 남들이 질문을 던졌을 때, 최소한 한 가지 이유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연애를 할 때 서로 연락이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연락이 잘 되는 사람이 좋아?'라고 물었을 때 상대방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이라던가 '당연한 거 아니야?'라는 말을 스스로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주관이 아니다. 주관이라고 생각만 할 뿐,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따라 주관이 달라진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연락이 잘 안 되면 걱정되니까'라거나 '그게 연인 사이의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해' 정도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사람, 능력 있는 사람, 똑 부러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제대로 된 사고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독서를 멀리 하면서 발생한 문해력 저하 현상,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골라내는 정보 편식, 상처를 감추기 위해 만들어낸 개인의 다양한 페르소나 등으로 인해 자기가 믿고 있는 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잘 모르면서 어설프게 아는 척하거나, 변변찮은 능력조차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어설픈 주관이 아닌, 확실한 주관을 가지기 위해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예전에 비해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비슷한 문제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이다. 불에 달군 쇠를 망치로 두들기며 더욱 단단하게 만들듯이, 자신이 가진 주관 또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단단해지도록 단련해야 한다.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말이다. 타인의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상대방의 말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면, 생각을 바꿔보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어른이자 소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부드러우면서 강한 주관을 갖고 타인의 주관 또한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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