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요. 저는 ‘돌아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돌아서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막상 선택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도 많습니다. 어쩌면 그 선택만 ‘빼고’ 남은 선택지들이 훨씬 더 괜찮아 보이는 경우도 많죠. 그럴 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 해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행 가기 전날, 목적지의 날씨가 화창하다는 걸 일기예보로 확인했어도 막상 도착했을 땐 비가 내릴 수도 있죠.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여행지, 오랜 시간 이동 끝에 도착한 그곳에서 궂은 날씨로 인해 계획했던 일정을 강행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잠시 아쉬움을 삼키고 돌아서겠습니까,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며 억지로 버티겠습니까.
사람마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은 다릅니다. 실제로는 큰 위험인데도 별것 아니라 여기기도 하고, 작은 위험을 크게 느끼기도 하죠. 때로는 위험을 겪고 난 뒤 더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늘 무의식적으로 계산합니다. ‘이 정도면 감당할 수 있겠지.’ 그렇게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몸이 다칠 위험에는 즉각 반응하면서도, 마음이 다칠 위험에는 유난히 둔감합니다. 한밤중 골목길에서 낯선 위험을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돌리지만, 마음이 다칠 상황에서는 끝까지 버티려 듭니다.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이번엔 다를지도 몰라”라며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같은 자리를 오래 맴돕니다. 누군가를 믿었던 기억, 관계를 붙잡았던 노력, 잘될 거라 스스로를 속였던 순간들. 그 모든 감정이 흉터처럼 남습니다. 그래서 돌아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돌아서지 못하는 건, 단순한 미련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주는 가장 깊은 상처일지도 모릅니다.
위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한 번쯤은 경험해도 좋은 위험’과 ‘절대 경험해서는 안 되는 위험.’ 연인과의 이별은 전자에 속합니다. 아프지만 성장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러나 자신을 해치고 무너뜨리는 관계, 반복되는 실망과 상처를 감내해야 하는 관계는 후자입니다. 그건 ‘버텨야 할 위험’이 아니라 ‘벗어나야 할 위험’입니다. 돌아선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입니다. 돌아서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용기 있게 돌아서는 사람은 자신을 아끼는 사람입니다. 조금 늦게 돌아서더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언젠가 반드시 돌아서야 할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그 한 걸음이 우리를 더 단단한 내일로 이끌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