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하는 연인을 보고 상처받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내향인과 쇼핑을 함께 해본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장면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밖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옆 사람의 표정이 금세 지쳐 보인다. 몇 군데 돌아보지도 않았는데 발걸음이 느려지고 말수도 줄어든다. 분명 똑같이 걸었는데도 한쪽은 아직 여유가 남아 있고, 다른 쪽은 이미 하루를 다 쓴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혹시 나랑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은 건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관계의 문제라기보다 '에너지의 문제'에 가깝다. 특히 내향적인 사람들에겐 낯선 공간과 많은 사람들, 끊임없이 들어오는 시각·청각 자극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체력을 갉아먹는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서서히 배터리가 닳기 시작하고, 사람이 많은 쇼핑센터나 번화가처럼 자극이 강한 장소에 오래 머무를수록 속도가 더 빨라진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조용히 걷고 있을 뿐이지만 내면에서는 한동안 집중력을 쏟은 뒤처럼 피로가 쌓여가는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피곤한 상태에서도 좋아하는 것을 만나는 순간, 특유의 에너지가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다. 지금의 아내와 쇼핑을 하다가 둘 다 지쳐 근처 카페에 들어간 날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둘 다 말수가 줄어들었고, 피곤함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카페 스피커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축 처져 있던 표정은 어디 가고 입술이 따라 움직이고 어깨가 가볍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피로가 완전히 사라졌을 리는 없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에너지가 다시 흘러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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