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V를 보는데 한 연예인이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저는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해요." 이 말을 한 연예인은 평소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너무 좋아했었는데, 먹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다 보니 점점 몸이 망가지게 되었고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먹기 위해 운동을 한다라. 이 정도는 되어야 남들 앞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앞서 말한 사례가 특이하긴 했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싫어하는 것'을 하며 살아간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성인이 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보다 넓은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 때문에 우리는 '회사'라는 곳에 힘겹게 출근해, 퇴근까지 일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은 일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 혹은 상사 때문에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월급날이 되면 그날만큼은 너그러워진다. 동시에 빠져나가는 카드값과 가스비, 보험료 등을 보며 한숨이 나오긴 해도 그날만큼은 평소 갖고 싶었던 옷을 산다던가, 퇴근 후 친구들과 가볍게 술 한 잔을 하거나, 집에서 치킨을 뜯으며 푹 쉬기도 한다. "그래, 이게 인생이지!"를 되뇌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기 싫은 것'을 해야만 할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인데 말이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과정'보다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결과를 위해 1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위해 몇 달 또는 몇 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한다. 바라는 것은 사람들의 이상이며 목표이자, 꿈꾸던 길의 종착역이다. 그 길을 보다 빨리, 편하게 걷기 위해 과정이란 것이 존재한다.
과정은 힘들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결과를 위해 우리는 짧게는 며칠이나 몇 달, 길게는 몇 년이라는 시간을 대가 없이 투자해야 한다. 소위 '노오력'을 해야 한다. 문제는, 이 노력을 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뤄질 것이라는 가능성 하나만을 믿은 채 자신의 시간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고자 수없이 넘어지고 실패하고 아파하며 하기 싫은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하지만 이 힘든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의 시선에선 고통스러울 수 있는 행동들을, 그들은 오히려 즐겁다고 말한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몇 천, 아니 몇 만 번이나 반복했을 과정을 계속하는 그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는 감정을 넘어 알 수 없는 존경심까지 들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힘든 과정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사실 나와 당신은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고통스러운 과정을 즐긴 적이 있었다고?"라며 반문할 것이다. 당신의 기억 속에선 그런 적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특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기 자신을 이기는 기적을 보인다. 이 상황은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이다.
사랑에 빠지면 인간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게으른 사람이 부지런해지기도 하고, 꾸미는 것에 도통 관심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새 옷을 사기도 한다. 꽃과 잡초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무리 고민해봐도 알 수 없던 남자가, 여자 친구를 위해 난생처음 꽃집에 들러 꽃을 사게 만드는 건 오직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오라는 말을 듣는다면, "내가 왜?"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성과의 첫 데이트 날이라면 어떨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예로 들어서 설명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고 간절할수록, '하기 싫은 것'을 보다 잘 견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평소 하기 싫었던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것처럼,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자신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퇴근 후에 아무리 피곤해도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적어도 30분 이상은 투자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알아서 하게 된다. 살다 보면 가끔씩은 게으름을 피우는 날도 있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해진다. 아무도 자신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죄책감이 든다.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것은 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살다 보면 '이게 정말 내 길이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머릿속에 드는 의문에 대해 답을 알고 싶다면, 당신의 일상이 얼마나 그 꿈에 맞춰져 있는지 생각해보라. 여유가 있을 때가 아니라 하루하루가 지치고 힘들 때도 그 꿈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하고, 떠올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지를 확인해보라. 때로는 하루를 편안하게 보내고 싶을 때도 있고, 실제로 그런 하루를 보내는 날도 생길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생각해보라. 누군가 당신에게 뭐라고 하지 않더라도, 아무도 당신을 감시하지 않는데도 억지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면 당신에게 그것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는 자가 느끼는 불안함은, 자아의 신화를 살고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값진 불안이다. 오늘도 불확실한 꿈을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 발을 내디딘 당신에게 위로와 더불어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